차세대 AI 메모리 주도권 경쟁 가열
SK하이닉스, 냉각 구조 내부 적용 'iHBM' 승부
삼성, 저전력방식 세계 최초 HBM4E 12단 샘플 출하
굳히는 SK·맹추격 삼성…"수율·검증이 승부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최대 난제인 '발열'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냉각 구조를 패키지 내부에 직접 넣어 열을 빼내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저전력 설계로 열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HBM 시장 선두와 추격자 간 경쟁이 차세대 AI 메모리 주도권을 가를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카드를 꺼낸 쪽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6일 HBM 패키지 내부에 일체형 냉각 요소(ICE·Integrated Cooling Elements)를 넣어 발열을 낮춘 'iHBM' 기술을 공개했다. ICE는 전기는 통하지 않지만 열 전도율이 높은 실리콘 소재 구조물로, 발열이 집중되는 HBM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연결 구간인 D2D PHY(Die-to-Die Physical Layer)에 자리한다.
기존 HBM이 발열원에서 메모리층인 코어 다이(Core Die)를 거쳐 열을 내보내는 간접 방식이었다면, iHBM은 열이 가장 많이 나는 자리에 냉각 요소를 직접 넣어 전용 배출 경로를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이 방식으로 열저항을 기존 대비 30% 이상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세계 최초로 7세대 HBM4E 12단 샘플을 출하했다. 앞서 3월 미국 새너제이 'GTC 2026'에서 선보인 제품을 실물로 내놓은 것이다. HBM4E 12단은 데이터가 드나드는 통로(핀) 하나당 전송 속도가 전작 대비 20% 이상 빨라졌다. 통로 수천 개를 합쳐 단일 스택 기준 초당 3.6테라바이트(TB)의 대역폭을 내며, 용량은 48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
발열 대응에서 삼성은 다른 길을 택했다. 냉각 구조물을 더하는 대신 전력 소모 자체를 줄여 열 발생량을 낮추는 접근이다. 저전력 설계와 패키징 구조 최적화로 전작 대비 에너지 효율을 16% 높이고 열 저항 특성을 14% 이상 개선했다. SK가 열을 효율적으로 빼내는 데 무게를 뒀다면 삼성은 열을 덜 만드는 쪽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적용 시점도 엇갈린다. 삼성은 HBM4E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출하하며 시장 공략 시점을 앞당겼다. 반면 SK하이닉스는 iHBM을 차세대 제품인 HBM5부터 적용한다. 선두 지위를 지키는 가운데 차세대 제품에 새 냉각 기술을 더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포석이다.
관건은 양산 수율과 검증 속도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공정 개선으로 발열과 효율을 개선하며 HBM4 검증을 진행 중이고, 2분기 완료 후 단계적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SK가 쥐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매출 기준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7%로 삼성전자(22%)와 마이크론(21%)을 두 배 이상 앞섰다. 트렌드포스 역시 비트 출하 기준 SK하이닉스가 2026년에도 50%로 1위를 지키되, 2025년 59%에서 낮아지는 사이 삼성은 20%에서 28%로 비중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선두는 지키되 격차는 좁혀지는 구도다.
결국 승부를 가를 변수는 다시 발열로 모인다.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발열 부담은 커진다. '열을 빼는' SK와 '열을 줄이는' 삼성 가운데 어느 해법이 시장의 선택을 받느냐가 차세대 HBM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욱 SK하이닉스 PKG개발 담당 부사장은 "iHBM은 메모리 설계 역량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결합해 개발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개발담당 부사장은 "HBM4 양산에 이어 HBM4E 샘플 공급까지 차질 없이 완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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