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200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단일 기업 시총이 20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등 반도체와 IT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자 코스피 지수는 장 중 8874.16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9% 오른 3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총은 2040조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약 7237조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달한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11위 수준으로 아시아 기업 중에서는 TSMC(약 3000조원)에 이어 2위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25% 급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이날까지 약 191% 오르며 연일 상승세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AI 서버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생산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가 수혜를 받았다는 평가다. 약점으로 지적돼 온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도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세계 최초로 7세대 HBM인 'HBM4E'의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했다. 당초 올해 3분기(7∼9월)로 예상하던 공급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삼성전자는 2월 세계 최초로 HBM4(6세대)를 양산 출하하는 등 올해 들어 인공지능(AI) 메모리 분야에서 '최초' 타이틀을 선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4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밋빛 실적 전망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43조601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올해는 35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투자사 서스퀘하나의 메흐디 호세이니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긍정(Positive)'과 목표주가 85만원을 제시했다. SK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61만원,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00만원으로 올렸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중 공간여력 우위, HBM 시장 진입 본격화, 파운드리 수주 확대 등 이익 창출력 대비 현저히 저평가 중"이라고 했다.
코스피도 8788.38에 마감하며 '9천피'(지수 9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수는 '9천피(코스피 9000)'까지 불과 211.62포인트를 남겨 두게 됐다.
코스피 질주의 배경에는 AI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증시가 AI 랠리의 수혜를 집중적으로 흡수한 결과다. 여기에 상법 개정안 처리,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도 한몫했다.
다만 이면에는 '과열'과 '반도체 쏠림'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들 업황에 따라 시장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화학·철강 같은 전통 제조업의 이익 비중은 2021년 18%에서 2025년 3%로 급락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4200으로 추정된다"며 "2025년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올해 더 심해지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 논란은 사회적 측면과 더불어 주식시장에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반도체 빼면 코스피 4100선'이라는 분석에 대해 "반도체가 우리 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데 왜 반도체를 빼고 종합 주가지수를 계산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축구 실력 빼면 손흥민도 보통 사람?' 이러는 사람 없다"며 "오히려 '반도체 빼고도 한국 증시 무려 4100'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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