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GTC에서 '베라 루빈' 블랙웰 두 배로 양산
최태원, GTC 현장서 젠슨 황 키노트 경청
황,'PC 재발명'선언… K-메모리, AI 노트북칩 'N1X' 첫선
5일 방한, 재계 총수와 릴레이 회동
엔비디아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의 공급망이 직전 세대의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이에 따라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주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발표 직후인 오는 5일 방한해 주요 그룹 총수들과 회동에 나서는 것도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HBM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황 CEO는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에서 베라 루빈이 완전한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베라 루빈을 위해 구축한 공급망은 그레이스 블랙웰 공급망보다 두 배 이상 크다"며 "이제는 본격적인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베라 루빈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HBM4가 탑재된다. HBM4는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만든 차세대 메모리로,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양산 규모가 직전 세대의 두 배를 넘는 만큼 여기 들어가는 HBM4 물량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라 루빈 양산 확대는 두 회사 모두에 기회지만 당장은 엔비디아 공급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더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이전 세대인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만큼, 루빈용 HBM4 물량에서도 70%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나선 데 이어 고성능 제품으로 엔비디아 공급 확대를 노리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주도권 경쟁은 다음 세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HBM4의 성능을 끌어올린 7세대 제품 'HBM4E'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했다. 당초 하반기로 예정했던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이날 호재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우선주를 포함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도 조만간 HBM4E를 출하할 것으로 예상돼 차세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참석해 기조연설을 청취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 GTC에 이어 이번 타이베이 현장도 나란히 찾았다. 최 회장은 표준형 HBM 공급을 넘어 고객 맞춤형 'cHBM(커스텀 HBM)'을 앞세워 AI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 전략을 파트너사들에 공개할 방침이다.
황 CEO는 이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을 넘어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토털 AI 기업'으로의 전환도 선언했다.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베라'를 공개하며 인텔·AMD가 장악해온 CPU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고, AI 노트북용 칩 'N1X'와 이를 탑재한 소비자용 PC 라인업 '엔비디아 RTX 스파크'도 처음 선보였다. 모두 대만 미디어텍·TSMC와 손잡고 만든 제품이다. 황 CEO는 "창작과 게이밍, 에이전트를 위해 PC를 재발명하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PC 시장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N1X 출시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 또 다른 기회다. N1X에는 128기가바이트(GB)의 고용량 메모리가 탑재되는데,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성능 저전력 D램 LPDDR5X가 쓰일 것으로 본다. 데이터센터용 HBM에 이어 AI PC가 새로운 메모리 수요처로 떠오른 셈이다.
황 CEO는 '에이전틱 AI'가 몰고 올 생산성 혁신도 강조했다. 그는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기업들은 오히려 더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로봇을 겨냥한 '피지컬 AI' 모델 '코스모스 3'과 휴머노이드 로봇도 공개했다. 피지컬 AI는 삼성전자·SK가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로보틱스 사업과 맞닿아 있어 국내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주목된다.
한편 황 CEO는 GTC 타이베이와 컴퓨텍스 2026 일정을 마친 뒤 오는 4일 저녁 방한해 5일부터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릴레이 회동에 나선다. 회동 장소로는 서울 홍대의 삼겹살집 또는 성수동이 거론된다. 이번 회동이 성사된다면 지난해 10월 '치맥 회동'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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