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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와칭]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기업 살리던 손…산업 재편해야

박상진 KDB산업은행 회장/KDB산업은행

2000년 11월. 국내 2위 자동차 회사였던 대우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구조조정이었다. 당시 산업은행 특수관리부 소속으로 대우자동차 법정관리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박상진은 25년이 지나 산업은행의 수장이 됐다. 기업 하나를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을 경험했던 실무자는 이제 석유화학 산업 재편과 첨단 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동시에 맡고 있다.

 

◆ 다시 구조조정 전면에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이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는 석유화학 산업 재편이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 이후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핵심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이 직접 생산에 나서면서 업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설비 통합과 사업 재편 등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은행도 주 채권은행으로서 기업 간 사업재편과 자금지원, 채권단 조율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최근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이 참여하는 '대산 1호 사업재편 프로젝트'에 약 43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해당 사업은 롯데케미칼의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 사업을 분리해 HD현대케미칼과 통합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동성 지원을 넘어 공급 과잉 상태인 석유화학 산업의 생산능력을 조정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IR센터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성과점검 및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미래 먹거리 찾기…국민성장펀드 승부수

 

구조조정이 산업은행의 전통적인 역할이라면 미래 산업 육성은 박 회장에게 새롭게 주어진 임무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의 핵심 축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자금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민간 자금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는 초기 기술기업과 국가 전략산업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첨단전략산업기금 등을 통해 AI와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과거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기간산업 지원에 집중했던 산업은행의 역할이 미래 산업 투자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KDB생명·HMM…남겨진 숙제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KDB생명과 HMM문제도 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수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되며 장기 현안으로 남아 있다. 최근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위한 일곱 번째 매각 절차를 공식 재개했다. 2010년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10년 넘게 매각에 나섰지만 보험업황 부진과 인수 후보 부족 등으로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HMM 역시 산업은행이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보한 대표 자산이다. 산업은행은 과거 유동성 위기에 빠진 HMM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지만, 현재는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25년 전 대우자동차 법정관리 현장에서 기업 하나를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을 경험했던 그는 이제 산업은행 수장으로서 또 다른 산업 전환기를 마주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 재편과 첨단산업 육성, KDB생명과 HMM 처리까지. 과거 기업 정상화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해야 하는 시대다. 구조조정 전문가에서 산업 재편 설계자로 변신한 박 회장의 행보에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약력

 

△1962년생

 

△전주고 졸업

 

△중앙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0년 한국산업은행 입행

 

△기아그룹 구조조정 TF

 

△대우중공업 구조조정 TF

 

△대우자동차 법정관리 TF

 

△한국산업은행 법무실장

 

△한국산업은행 준법감시인

 

△한국산업은행 회장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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