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000억원짜리 실패 사업'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첫 탐사 시추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며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지만,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BP가 공동 개발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영국 에너지 기업 BP를 동해 심해 가스전 공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세부 계약 조건을 협의 중이다. 계약이 최종 체결되면 동해 가스전 사업은 해외 대형 에너지 기업과 함께 다시 추진된다.
동해 심해 가스전은 포항 동쪽 해역인 동해 8광구와 6-1광구 일대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탐사·개발하는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왕고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을 언급하며 에너지 자립과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2024년 말부터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첫 번째 탐사 시추를 진행했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의 매장량을 확인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첫 탐사는 실패로 평가됐고,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정치권과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실제로 첫 시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사업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여기서 사업을 접지 않았다. 대신 두 번째 탐사부터는 위험 부담을 해외 기업과 나누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국제 입찰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동 개발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고, BP와 엑손모빌 등 세계적인 석유·가스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P의 참여는 시장의 시선을 다시 끌고 있다. BP는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수익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글로벌 기업이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BP 참여가 곧바로 상업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가 탐사를 진행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국제 정세 변화도 사업 재추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높아지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망 불안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국내 자원 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역시 최근 들어 에너지 안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이나 국제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국가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국내 자원 확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동해 가스전 사업은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재도전 프로젝트'로 방향을 틀게 됐다. 첫 탐사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000억원을 투입하고도 빈손에 가까웠던 동해 바다. 과연 BP와 함께하는 두 번째 도전에서는 진짜 '대왕고래'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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