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쇼크·깜짝 고용…'3高'가 덮친 증시
美 국채금리·달러 급등…고환율 압력 확대
외국인 이탈에 코스피 흔들…변동성 경계↑
韓 증시 신중론…글로벌 자금도 '숨 고르기'
국내 증시를 둘러싼 '3고(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강한 고용지표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고금리·고환율·고유가 압력이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다. 브로드컴의 인공지능(AI)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며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마저 후퇴했다. 이에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가 동반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560원대까지 치솟았고, 국제 유가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美 국채 금리 4.5% 돌파…고환율·고유가까지 덮쳐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10.18% 하락한 29만550원에,SK하이닉스는 7.68% 떨어진 191만1000원에 마감하며 미국 증시에서부터 퍼진 반도체 우려를 피해가지 못했다.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은 시장에 실적 실망은 안겨 주면서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2거래일 동안에만 19.51% 내려앉았다. 지난 3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인공지능(AI) 칩 매출이 160억달러로 전망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163억6000만달러를 소폭 하회한다. 브로드컴발 악재로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증시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또다른 이유는 '깜짝 고용'이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5월 비농업 일자리가 4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4.3%로 유지됐다고 밝혔다. 앞서 시장 관계자들은 비농업 일자리가 8만~8만5000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호조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고용 체력이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연준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확률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시중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54%, 30년물 금리는 5.007%까지 오르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4.5%와 5.0%를 각각 돌파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도 4.15%까지 높아지면서 채권 시장도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조정 이유는 고용 서프라이즈 및 인플레이션 우려 자극, 미국채 10년물 금리 4.5% 재진입, 브로드컴 가이던스 부진 및 AI 투자 사이클 조달금리 상승 우려 때문"이라며 "한시적 효과라고 해도 반도체 고밸류에이션 부담, 유가와 중간재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누적된 상황인 만큼 6~7월은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중동전쟁 휴전에 금이 가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7일(현지 시간) 이란이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미사일 공격 가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뛰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8월물 선물은 5%대 급등해 97달러를 넘어섰으며,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4%대 올라 94달러를 웃돌았다.
브로드컴 쇼크와 미국 고용 서프라이즈에 따른 금리 인상 기대감, 중동 정세 불안 등은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4.1원 내린 1535.0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지만, 1530원대의 고점을 형성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이탈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달부터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63조3608억원을 순매도했으며, 21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미국 5월 고용보고서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된 점이 연준의 긴축 우려를 자극하면서 국채금리와 함께 상승했다"며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재부각되며 2년물 금리는 작년 2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70%를 상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韓 증시, 낙관론에서 신중론으로…헤지 나선 글로벌 자금
코스피 8000선이 붕괴된 가운데, 한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과열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8.29% 하락한 7484.41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8100선에서 7400선으로 미끄러진 것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점차 신중론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포지션 헤지와 과밀 거래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계 헤지펀드 골든 호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익스포저(투자 노출액)를 줄이고 파생상품 보호 장치를 추가했다. 이링 옹 운용 파트너는 "지난 몇 주에 걸쳐 익스포저를 조금씩 줄이고 파생상품 보호 장치를 겹겹이 쌓아왔다"며 이달 스페이스X 상장을 포함한 대형 기업공개(IPO)들이 순환매를 야기할 수 있어 "실탄을 비축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탄비르 산두 글로벌 수석 파생상품 전략가는 "논쟁은 코스피 스토리가 여전히 매력적인지 여부가 아니라, 수익 일부를 회수하지 않고서 어떻게 투자를 유지하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일 미국 증시에서 한국 주식형 펀드인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는 14.1% 폭락하며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EWY는 장기 휴장 이후 코스피 방향성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활용해 왔던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 같은 신중론이 무조건적인 코스피 약세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코스피의 12개월 PER은 8.6배로, 5년 평균치(10배)를 밑돌고, 약 20배 수준인 대만 증시보다 여전히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이다.
스위스계 자산운용사 가마(Gama) 에셋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 라제에프 데 멜로는 "랠리 속도가 현기증 날 정도지만 이런 시장에서는 랠리를 계속 두고 보는 게 낫다"며 "지금 빠져나가면 시장이 조정을 받지 않을 경우 나중에 재투자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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