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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물복지, 기업만 바뀌어라? 소비자 의식도 바뀌어야

지속 가능성과 동물복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식탁 위 현실은 여전히 비좁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달걀의 상당수는 A4용지 한 장 크기(0.05㎡)의 배터리 케이지(공장형 철창 사육장)에서 나온다. 평생 날개 한 번 펴지 못하는 철창 속 고통이 효율이라는 미명 하에 정당화되는 곳이 국내 사육 농가의 현주소다.

 

이러한 비인도적인 사슬을 끊기 위해 먼저 움직인 건 풀무원이다. 지난 2018년, 브랜드 달걀 시장의 80%를 점유하던 이 기업은 '2028년까지 전 제품 케이지 프리(Cage Free)'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리더의 움직임은 곧 시장의 변화로 이어졌다. 2022년 4.4%에 불과했던 국내 동물복지란 점유율이 2024년 13.8%로 2년 만에 3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어떻게 키웠는가'를 묻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시장의 표준을 바꾸기 시작한 셈이다.

 

글로벌 동물보호 네트워크(OWA)와 시민사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다음 주자인 CJ제일제당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식품 시장을 리드하는 거물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연간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달걀은 약 6억 개로 추산된다. 이 거대한 물량이 동물복지란으로 전환될 때 당장 200만 마리의 암탉이 좁은 철창을 벗어나는 직접적인 구제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당위성만으로 시장을 바꿀 수는 없다. 기업의 결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지불 의사'다.

 

동물의 권리와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배터리 케이지를 벗어나 평사 사육으로 전환하는 순간, 농가는 사육 마릿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게다가 평사에서 낳은 계란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줍는 고된 노동력이 추가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계란값과 닭고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실 오늘날의 대형 밀집 사육 형태는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값싼 계란'만을 찾아온 결과물이다. 싼값의 혜택을 누려온 소비자가 동물복지 향상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기꺼이 감내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선언도, 농가의 변화도 지속될 수 없다.

 

"동물복지가 좋으니 기업이 무조건 전량 바꾸라"고 요구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그에 응당한 대가를 지불할 성숙한 소비 의식을 갖췄는지 먼저 자문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생명 존중의 가치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었을 때, 생산자 단체와 농가도 비로소 주도적인 변화에 나설 수 있다. 200만 암탉에게 날개를 펼칠 자유를 주는 일은 기업의 결단과 그 가치에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소비자들의 책임 있는 연대가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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