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권투자 1403억달러…달러 순공급 효과 축소
해외수익 현지 재투자 확대…환류·환헤지 기반 확충해야
지난 4월 우리나라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282억9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5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의 원화 환전 효과는 해외 증권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에 일부 상쇄되고, 해외에서 발생한 투자소득도 현지에 재투자되면서 경상흑자가 원화 강세로 이어지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를 1527.0원에 마쳤다. 지난 4월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달러 흑자로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려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흑자와 고환율이 공존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말 정책금리 전망을 3월 3.4%에서 6월 3.8%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을 2.7%에서 3.6%로 올린 것이 단기적인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또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는 배경에는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와 해외 투자소득의 제한적인 국내 환류도 자리하고 있다.
◆ 해외 투자가 환율 약세 요인
한은의 '해외투자와 투자소득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는 1403억달러로 2024년 670억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같은 기간 3.6%에서 7.5%로 뛰어 일본의 2.3%를 웃돌았다.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기업, 개인 등이 해외 주식과 채권을 사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한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들어와도 해외자산 매입을 위한 달러 수요가 이를 흡수하면 외환시장의 순달러 공급 효과와 원화 강세 압력은 약해진다. 수출기업이 달러를 외화예금으로 보유하거나 해외 투자와 원자재 결제에 사용해도 원화 환전 수요는 발생하지 않는다.
4월 경상수지와 연간 해외 증권투자는 기간과 항목이 다른 만큼 일대일로 상쇄되는 수치는 아니다. 다만 경상수지 통계상 흑자와 국내 현물환시장에 실제 공급되는 달러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 모형에서는 해외투자가 평균 수준보다 약 3% 늘어나는 충격이 원·달러 환율을 약 0.7%포인트(p)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 해외에서 번 이익도 현지에
해외자산에서 이자와 배당을 벌어도 모두 국내 외환시장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이익을 본사에 배당하지 않고 현지 공장 증설 등에 다시 투자하면 통계상 투자소득으로 잡히지만 국내로 실제 유입되는 달러는 없다.
한국의 재투자수익수입 비중은 2010년 이후 평균 40%로 독일 28%, 대만 18%보다 높고 일본 46%에 근접했다. 한은 분석에서는 투자소득이 평균보다 약 8% 늘면 환율을 약 0.4%p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재투자 비중이 1%p 상승하면 환율을 약 0.4%p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해외에서 번 소득이 늘어도 현지에 남으면 외환공급 효과가 제한된다는 의미다.
해외투자 확대는 투자소득을 늘리고 외화유동성과 대외지급능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어 이를 억제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해외 자회사 배당의 국내 환류를 촉진하고 기관투자자의 안정적인 환헤지를 유도하는 한편 국내 생산성과 투자수익률을 높여 자금의 해외 쏠림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보고서는 "중장기적인 환율 안정은 외환시장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소득의 환류 기반 확충과 국내 성장잠재력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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