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에 하청까지 1년동안 협상만 해야하겠네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잇달아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모습을 바라본 산업계 인사가 이같이 말했다. 산업계는 사용자성 인정 자체보다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짐작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물론 포스코, 한화오션 등 제조기업 전체가 구내식당 노동자, 공장 경비, 보안직원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노동당국의 판정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15일 하청 노조 10개 지회의 교섭 요구를 공고하는 시정 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원청 정규직인 현대차 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어 포스코는 지난 17일 재심 신청 사건에 하청 노조 3곳과 개별 교섭해야 한다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초심 결정을 유지하는 답변을 받았다.
산업계는 이같은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하청업체와 함께 업무를 추진하는 제조업 특성상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질수록 동시다발적인 교섭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사실상 1년 동안 원·하청과 교섭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 1151곳이 원청 434곳에 교섭을 요구했다는 수치는 해마다 수많은 사업장에서 이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하청업체 직원이라도 원청이 임금, 근무시간, 인사, 작업지시 등 근로조건에 상당한 통제력을 행사할 경우 공동사용자로 인정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에서 판례를 통해 공동사용자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원청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정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사 간 공정한 분배와 열악한 처우를 개선한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제조업 현장의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된다. 향후 원청이 사용자성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협력사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기존 제조업 현장 구조를 내부에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채용 축소와 투자 유보에 이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경우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대기업 교섭 의무가 제조 공정 외 영역으로 확산될 경우 경영계의 부담은 클수밖에 없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어디까지이며원청이 어느선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분명한 기준점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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