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이익 7876억원, 전년 대비 181% 증가
유통·식품·호텔 실적 개선에 케미칼도 흑자전환
비핵심 자산 정리·조직 슬림화로 체질 개선 가속
롯데그룹이 과거의 외형 확장 중심 기조를 과감히 내려놓고 단행한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불과 2년 전 금융권을 중심으로 퍼졌던 유동성 위기 루머와 시장의 차가운 시선을 완벽히 극복하고,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체질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롯데그룹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8조 6000억 원, 영업이익 7876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181% 급증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외형적 확장보다 내실 경영과 현금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둔 고강도 포트폴리오 재편의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롯데지주는 최근 개최한 투자설명회에서 쇼핑, 건설, 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재무 책임자들과 함께 이 같은 경영 성과와 향후 사업 구조 개편 방향성을 공유하며 시장과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그룹의 중심축인 유통과 식품, 호텔 부문은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하며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52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호실적을 냈다. 백화점 사업부가 핵심 점포의 콘텐츠 중심 마케팅으로 외국인 관광객 소비를 흡수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고,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해외 사업도 힘을 보탰다. 특히 베트남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현지 리테일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누적 방문객 3000만 명을 돌파, 분기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현지 직운영 매장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제고했다.
식품 계열사의 해외 법인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롯데웰푸드는 인도와 카자흐스탄 등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넓히며 1분기 영업이익이 118% 증가한 358억 원을 기록했고,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32%까지 끌어올렸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필리핀 법인을 필두로 한 롯데칠성음료 역시 글로벌 부문 영업이익이 급증하며 전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아울러 호텔롯데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면세 사업 부문의 구조조정 효과로 83% 늘어난 74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으며, 롯데건설 또한 PF 우발채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축소하는 동시에 50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안정 궤도에 올랐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장기 적자에 빠져 있던 화학 부문의 반등이다. 롯데케미칼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를 통한 원료 조달 최적화와 공장 가동률 조정을 통해 10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73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제품 마진 개선과 시차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롯데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대산과 여수공장의 구조 개편을 포함해 기초화학 비중을 낮추는 대신 스페셜티 소재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고강도 정비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러한 실적 턴어라운드의 배경에는 저효율 자산을 과감히 정리하는 '군살 빼기' 작업이 자리 잡고 있다. 롯데는 롯데웰푸드 증평공장과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 등을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해 왔으며, 향후 롯데렌탈 지분 매각 검토 등 비핵심 자산 정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유휴 부지의 경우 단순 매각 방식에서 탈피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자체 부동산 개발로 전환함으로써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철저하게 상각 전 영업이익 범위 내에서 투자를 집행하는 등 현금 흐름 중심의 재무 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확보한 재원은 바이오와 첨단 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빠르게 투입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말 인천 송도캠퍼스 제1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 연계한 이원화 생산 체계를 통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미 글로벌 및 영국 바이오 기업 등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기존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 중심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회로박과 에너지저장장치 등 고부가 시장으로 생산 축을 전환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철저한 성과주의와 신상필벌에 기반한 혁신이 진행 중이다. 연말 정기 인사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시점에 경영진을 교체하는 '수시 인사' 기조가 정착됐다.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하이마트의 신임 수장으로 1970년대생 외부 전략통인 김종윤 부사장을 내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글과 맥킨지, 야놀자 등을 거친 글로벌 플랫폼 전문가를 영입해 오프라인 중심 가전 유통 채널의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서비스 도입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에 외부 컨설팅 출신 김대일 대표를 선임한 바 있으며, 백화점 사업부에는 내부 출신 최연소 대표를 발탁하는 등 1970년대생 리더들을 전면에 배치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동시에 그룹 전반의 인력 효율화 작업도 체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이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며, 마트·슈퍼 사업부와 롯데면세점 등도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특히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리던 우량 자산관리 계열사인 롯데물산까지 창립 이래 첫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계열사의 재무적 지원 부담을 줄이고 신규 부동산 개발 중심으로 인력 구조를 전면 재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거시경제 둔화 속에서 고정비 부담을 선제적으로 통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배구조 체계도 전면 개편했다. 롯데는 올해를 기점으로 기존 '계열사-사업군-지주'로 이어지던 3단계 구조에서 중간 조직인 HQ를 과감히 폐지했다.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해 지주와 각 계열사 간 소통 속도를 높이고, 급변하는 거시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책임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롯데 측은 "효율적 투자 집행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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