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양산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앞세워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탈환에 시동 걸었다. 업계에서는 HBM3E 시장에서 앞서 있는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율과 수익성, 장기공급계약 확보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출시 약 4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달러(약 1조5400억원)를 돌파했다. 지난 2월 12일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나선 이후 빠른 공급 확대에 힘입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현재 공급 확대 속도를 감안할 때 이달 말 기준 누적 매출이 12억달러(약 1조8500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전자 HBM4는 코어 다이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베이스다이에는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역량을 동시에 활용한 제품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11.7Gbps로 업계 표준보다 약 46% 빠르며, 단일 스택 기준 총 메모리 대역폭은 3.3TB/s에 달해 대규모 AI 연산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 마련에도 나선 모습이다. 지난 18일 전영현 부회장 주재로 열린 반도체(DS)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고객사별 HBM3E를 비롯한 HBM4·HBM4E 공급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구글 등 주요 고객사를 겨냥한 공급 확대 전략과 수주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함께 다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제품에 대한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사업 안정성과 수요 가시성을 높이고, 고객사의 중장기 수요를 기반으로 투자 규모와 생산능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 주도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품질 경쟁력과 수율 개선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선단 공정 수율 안정화 여부가 향후 수익성 확보와 공급 확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수율은 올해 1분기 기준 6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성숙 공정에서는 6세대 HBM4 베이스다이와 엔비디아 그록 칩, 닌텐도 스위치2 프로세서 생산 등이 본격화되면서 가동률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회사는 연말까지 1c D램 수율 목표를 기존 60%에서 85% 수준으로 대폭 상향한 것으로 전해져 수율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율은 그동안 삼성전자 HBM 사업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HBM3E 초기 단계에서도 수율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에 시장 선두 자리를 내주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용 베이스다이 생산 과정에서 외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협력하고 있다. TSMC가 첨단 로직 공정과 패키징을 담당하면,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의 연산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HBM을 공급하는 구조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HBM4부터는 삼성전자가 다소 우세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는 1d D램을 먼저 개발했고, 2나노 기반 베이스다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역량도 갖추고 있어 수직계열화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SK하이닉스 역시 TSMC의 최첨단 공정과 엔비디아의 설계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주도권 경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TSMC 역시 늘어나는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결국 승부는 누가 더 안정적으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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