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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승호의 시선] 모두의 창업, 모두의 정보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 서울청사 본관 3층 브리핑룸.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브리핑에 앞서 "정부에 대한 여러분의 신뢰를 지켜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혔다.

 

같은 날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 입구. 중기부 장관을 맡으면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성숙 장관이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던 길에 기자들을 만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송구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중기부 장·차관이 최근 정보 유출로 이슈가 되고 있는 '모두의 창업' 플랫폼으로 인해 같은 날 모두 국민과 창업자들에게 사과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모두의 창업 주무부처인 중기부와 이를 실행한 창업진흥원은 안일하고 세심하지 못했다.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가뜩이나 국민들이 거대 유통 플랫폼인 쿠팡의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로 공분하고 이런 분위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민감한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그렇다.

 

특히 사기업도 아닌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이라 사안의 심각성이 매우 위중하다. 이는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공공섹터의 신뢰와도 직결된다.

 

중기부가 모두의 창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업 아이디어 유출이나 도용이었다.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의 보안 취약성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걱정했던 일은 본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벌어졌다.

 

중기부에 따르면 이번 정보 유출 과정에서 총 9개의 IP(인터넷 프로토콜)가 비정상적으로 접근해 합격자들의 이메일 주소, 심사평, 아이디어 요약본을 빼간 것으로 파악됐다.

 

노용석 차관은 "권한이 없는 자가 권한이 있는 것처럼 암호화된 정보를 가져갔기 때문에 이를 '해킹'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의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해킹은 외부의 소행이 아닌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참여해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AI 솔루션 업체가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중기부는 해당 사건을 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했고 국가사이버안보센터에서 조사중인 과정이어서 해킹의 주범을 적시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나선 중기부는 1차 선정자 5000명 전원에 대해 '영업비밀 원본증명'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자등록을 한 법인, 개인 등에 대해선 1년간 무상 기술임치도 지원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모든 부처 중에서 정책 대상과 스펙트럼이 가장 넓다. 스타트업, 소상공인,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대한민국 기업수의 99%를 관장한다. 정책의 가짓수가 그만큼 많고 산하 공공기관들은 수 많은 기업의 영업 비밀, 기술 정보를 방대하게 보유하고 있다.

 

모두의 창업은 중기부 장관을 거쳐 총리로 지명, 25~26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한 장관의 대표적인 치적 중 하나다.

 

모두의 창업이라고 명명했지만 참가자들의 정보가 '모두의 것'일 수는 없다. 더욱 큰 일을 하러가는 한 총리 후보자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정보 안보' 해법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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