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개헌 시도가 무산됐다. 임기 만료를 눈 앞에 둔 우원식 국회의장은 20분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데 대해 열변을 토했다. "답답하다"며 산회를 선포한 우 의장은 의사봉을 힘껏 내리치며 산회를 선포했다. 발언 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사실 우원식 의장이 눈물을 보인 건 다른 데 있지 않다. 시계를 8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2018년 지방선거 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 의장은 정부여당의 개헌안 통과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심지어 당시에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야권의 협조가 절실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시기상조'라며 정략적이라는 이유로 국민투표법 개정안과 헌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았다. 권력구조 개편에서 이견이 갈리기도 했다. 그러니 우 의장으로서는 두 번의 좌절을 맛본 셈이다. 당시 개헌이 추진된 이유가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모든 대선 후보가 개헌을 약속해서다. 자유한국당도 개헌을 주장했다. 모든 대선 후보의 약속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개헌안을 발의했다. 뭔가 익숙한 그림이다. 2025년 대선 때에도 국민의힘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며 개헌을 주장했다. 그래서 이번엔 민감한 부분인 권력구조 개편은 하지 않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나 대통령의 계엄 선포 요건 강화 등을 넣었다. 이 부분은 야권도 찬성했던 부분이라 개헌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반대했다. 부마항쟁을 요구해서 넣었더니, 이번엔 새마을운동 정신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력구조 개편이 없다며 '누더기'라고 폄하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을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권력구조는 건드리지 않았음에도. 자유한국당은 지금의 국민의힘이 됐다. 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기상조' '정략적 개헌'이라는 낡은 방패를 꺼냈고, 대선 국면의 약속은 선거용 미끼였다는 걸 증명했다. 그렇게 민주당의 이름으로 기록될 '성공의 역사'를 저지하는 게 그들의 진정한 속내라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단체로 기억 상실에 걸리지 않는 한 말이다. 그들은 국민이 잊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은 8년 전 일을 기억하듯, 현재의 일도 기억할 것이다. 기억상실에 걸린 건 누구인가.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5-10 14:36:21 서예진 기자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을 높였다." 최근 기업들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표현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AI 에이전트 도입이 확산하면서 기획서 작성, 번역, 고객 응대, 코딩, 콘텐츠 제작까지 AI 활용 범위도 빠르게 넓어진다. 기업들은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말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AI를 써도 일손은 줄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분명 AI는 강력한 도구다. 초안 작성 속도는 빨라졌고 반복 업무 부담도 줄었다. 하지만 업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다시 검수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새롭게 추가됐다. 생성형 AI 특유의 '그럴듯한 오류'도 문제다. 틀린 정보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은 여전히 반복된다. 결국 실무자는 AI가 작성한 문장과 데이터, 출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AI가 대신 일한다"기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에 가까운 셈이다. 업무 강도 역시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 AI 덕분에 작업 속도가 빨라지자 기업들은 더 많은 결과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과거 하루에 하나 만들던 보고서를 이제는 여러 개 처리하고, 콘텐츠 역시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업무 기대치도 함께 올라간 것이다. 특히 콘텐츠 업계와 IT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개발자는 AI 코딩 도구를 활용하는 만큼 더 빠른 개발 속도를 요구받고, 기자와 마케터 역시 AI를 활용해 더 많은 결과물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효율화가 곧 노동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AI 도입 자체를 성과처럼 여긴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 업무 부담이 얼마나 줄었는지보다 "우리도 AI를 쓴다"는 상징성에 집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I가 업무 혁신 도구인지, 단순한 비용 절감 압박 수단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I 흐름 자체를 거스를 수는 없다. 산업 전반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AI 도입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로 사람의 일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느냐다. AI는 이미 충분히 빠르게 현장에 들어왔다. 이제는 "무엇을 더 자동화할 것인가"보다 "사람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주고 있는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2026-05-07 16:01:43 최빛나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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