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정부가 내놓은 통신 정책의 수사(修辭)는 화려했다. '데이터 안심옵션(QoS) 전면 도입'과 '모든 국민의 기본 통신권 보장'. 기본 데이터를 다 써도 추가 요금 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발표는 언뜻 파격적이다. 연간 3221억 원의 통신비 절감이라는 장밋빛 통계치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발표장의 열기와 달리, 스마트폰 화면 너머 이용자들의 반응은 서늘하다.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그 '기본'의 해상도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의 핵심인 속도 제한값 '400Kbps'를 들여다보면 실소가 나온다. 이는 20여 년 전, 3G 서비스가 갓 태동하던 시절의 속도다. 텍스트 위주의 메신저 대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이미지와 영상이 흐르듯 소비되는 현대 웹 환경에서 400Kbps는 사실상 '불통'에 가깝다. 포털 사이트 첫 화면을 띄우는 데 수십 초를 기다려야 하고, 실시간 길 찾기 서비스는 멈춰 서기 일쑤다. 고속도로 위에 자전거를 올려두고 이동권을 보장했다고 말하는 격이다. 정부는 "데이터가 끊겨도 최소한의 검색과 네비게이션은 가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고화질 콘텐츠가 공기처럼 존재하는 2026년에 이 기준은 너무나 빈약하다. 특히 이번 정책에서 정작 가격에 민감한 알뜰폰(MVNO) 이용자들이 초기 논의에서 배제된 점은 뼈아프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통신권을 누려야 할 이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에서 '보편적 권리'를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이번 QoS 전면 도입은 실질적인 이용자 편익보다는 '통계상의 성과'를 내기 위한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통신사들은 이미 고가 요금제에서 QoS를 제공해왔고, 저가 요금제로의 이탈 가능성이 낮은 것을 알기에 정부의 요구를 흔쾌히 수용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심은 되지만 쓸모는 없는, 이른바 '계륵' 같은 옵션을 하나 더 얻었을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기본 통신권은 단순히 '연결'되는 것을 넘어, 최소한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품질'이 담보될 때 완성된다. 정부가 진심으로 통신비 부담을 덜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싶다면, 20년 전 속도를 시혜적으로 베풀 것이 아니라 현대적 기준에 맞는 실효성 있는 속도 상향과 알뜰폰 이용자에 대한 평등한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 '무제한'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빈약한 속도가 국민의 권리를 오히려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2026-04-13 17:21:49 김서현 기자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우리 정치권은 40년 가까이 단 한 차례도 개헌을 이뤄내지 못했다. 39년간 개헌안을 발의한 건 총 3차례(2018·2020·2026년) 뿐이다. 2018년 개헌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20년 안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현행 헌법의 개정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정치적 합의가 아주 어렵다는 뜻이다. 올해 발의된 개헌안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찬성 하고 있다. 이번 개헌안은 권력구조 개편을 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헌 논의는 항상 권력구조 개편을 두고 진영 간 이견이 생기면서 무산돼 왔으니, 이번에는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를 하자는 입장을 냈다. 게다가 갑자기 장동혁 대표는 7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제적으로 선언하면 개헌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107석)을 쥐고 있고, 현재 발의된 헌법 개정안을 수정할 수도 없으니 우려하지 말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9일 "이 대통령은 어물쩍 딴 얘기만 하고 대답을 회피했다"면서 "결국 연임 빌드업 개헌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임기 연장 시나리오'를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럼 장 대표의 주장대로 이 대통령이 정말 연임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 제128조2항에는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대다수 헌법학자는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이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나서, 연임 조항을 추가하는 식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고 본다. 이 조항 자체가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고, 이를 삭제하려는 시도를 할 경우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장 대표의 주장은 전형적인 본질 흐리기이자, 야권 지지자들을 향한 공포 마케팅이다. 이쯤되면 국민의힘도 솔직해져야 한다. '졸속 개헌'이라서 반대하는지, 아니면 한 중진 의원의 "이재명에게 시대의 영웅 날개를 달아주자는데 어찌 찬성하느냐"는 발언이 솔직한 마음인지…. 국민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4-09 16:22:15 서예진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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