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FOMO·소외 공포) 와서 삼전 탔어." 최근 만난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평소 주식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주가가 연일 오르자 결국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이 수익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증시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이란 종전 합의 기대감에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던 시장이 반등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9000 시대'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투자자들은 자산 증식의 기회를 얻는다. 침체됐던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것 자체는 경제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기타대출은 3조7000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이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증시 활황이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결과다. 상승장에서는 위험보다 기회가 먼저 보인다. 계좌 수익률이 오르는 동안에는 대출 이자 부담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은 투자 판단을 더 낙관적으로 만든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시장은 수차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 왔다. 시장이 오를 때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등장했지만 조정장이 시작되면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것은 대출을 활용한 투자자들이었다. 수익은 사라져도 빚은 그대로 남는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증시와 실물경제의 온도 차다. 주식시장은 활황이지만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개인회생 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자산시장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아직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투자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자본시장의 성장과 투자 활성화는 경제에 필요한 요소다. 다만 상승장의 열기가 위험에 대한 경계심마저 지워서는 안 된다. 시장에는 늘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특히 시장이 가장 뜨거울 때는 위험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포모 와서 삼전 탔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지금,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니라 냉정함이다. 상승장의 환호 속에서도 한 걸음 물러서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2026-06-15 14:45:08 나유리 기자
빚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길을 바꿨다. 가계부채 관리의 초점이 주택담보대출에 맞춰진 사이 돈은 다른 통로로 흘렀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늘었다. 주담대 증가폭은 줄었지만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에서는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시기 증시에서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집을 사기 위한 빚은 조이고 있지만, 주식을 사기 위한 빚은 다른 이름으로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다. 상승장을 보고 기회를 잡으려는 마음까지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빚을 낸 투자가 개인의 판단으로 시작돼도, 그 후폭풍은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가가 오를 때 신용은 수익률을 키우지만, 주가가 흔들릴 때는 손실의 폭을 키운다. 반대매매가 늘고 소비 여력이 줄면 그 부담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로 번진다.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담대를 누르면 대출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신용대출, 한도대출, 증권사 신용거래로 옮겨갈 수 있다. 정책이 한쪽 문만 바라보는 사이 다른 문으로 위험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총량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채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어떤 목적의 돈이 늘고 있는지까지 봐야 한다. 기타대출은 주담대보다 위험 신호가 늦게 잡히는 경우가 많다. 신용대출과 한도대출은 생활자금인지, 투자자금인지, 기존 부채를 돌려막기 위한 돈인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은행권 자율관리를 점검하고 있다. 고액 연봉자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 같은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필요한 조치다. 다만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빚투의 유혹을 막기 어렵다.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는 한 돈은 언제든 우회로를 찾는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이기 전에 금융 시스템의 문제다. 집값을 자극하는 대출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더 비싸고 더 짧고 더 불안정한 빚이 투자 열풍을 타고 늘어날 때 위험은 오히려 더 빨리 커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빚투에 나선 개인을 향한 훈계가 아니다. 가계부채가 줄어든 것 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위험이 어디로 새고 있는지 보는 정책의 시야다. 물길을 막으려면 둑만 높여서는 안 된다. 물이 새는 곳을 먼저 찾아야 한다.
2026-06-14 11:08:50 김주형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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