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은 식목일이자 절기로는 청명이다. 24절기 중 청명(淸明)은 하늘이 맑아지고 땅이 풀리는 날이다. 예로부터 농가에서는 한 해 농사를 시작하며 '기본'을 다지는 시기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산업의 들녘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 성과급 배분, 인사권 합의 등을 제시하며 오는 5월 전면 파업을 예고하자, 사측은 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청구했다. 양측 법적 대응의 핵심은 생산 공정 멈춤에 대한 설전으로 이어진다.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공정(工程) 특성상 365일 가동은 필수적이고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공급은 끊겨선 안 된다는 사측 논리는 분명 타당하다. 다만 배양기를 돌리는 것은 아직 사람이며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은 공정(公正)의 연속성이다. 현재 노조가 내놓은 요구안에서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회사의 중요 권한인 채용, 승진 등 인사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신약개발 명가라는 전통을 가진 한미약품에서도 최근 비슷한 긴장감이 있었다. 내부 승진 중심의 '한미맨' 인사 기조가 깨지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출신 대표가 취임했다. 신임 대표는 첫 공식 행보로 제조 현장과 연구개발 센터를 방문하며 조직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다만 앞서 전임 대표 역시 기존 임기에 맞춰 회사를 떠나며 토종 제약 기업의 신약개발이 계속되기를 바랐고 남은 내부 구성원의 안위를 당부했다. 공정(工程)이 중단되면 세포가 죽고 공정(公正)이 흐려지면 사람 마음의 안녕은 깨진다. 이 원리는 제약·바이오 산업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격언은 진부하지만 강력하다. 경영진 권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도 그 결정에 따르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청명의 농부는 가래질을 하고 둑을 살핀다. 논과 밭의 흙을 고르게 하고 물이 새지 않도록 기초를 튼튼히 하는 작업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리더와 구성원, 권한과 책임이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되새겨볼 시점이다. 특히 그 균형이 합리성을 잃고 치우치면 내부에 쌓인 애사심과 충성심이라는 둑은 무너지고 아무리 우수한 기술과 전략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2026-04-05 14:19:40 이청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2일 발표한 '서울학생 진로·진학 지원 강화 계획'은 입시 불안과 사교육 의존이 커진 현실에 대응해 공교육의 진로·진학 지원 기능을 넓히겠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진로·진학 상담 인력을 늘리고, 고교학점제에 맞춘 진로 설계를 돕는 등 학교 안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번 계획의 배경에는 대학 진학에 편중된 진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정근식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핀란드의 직업계고교 진학 비중이 40%대인 반면 한국은 10%대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이는 핀란드에서는 대학 외 진로가 실제 선택으로 작동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선택이 대학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진로교육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교는 진로를 말하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끝내 묻는 것은 어느 대학에 갈 수 있느냐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서울시교육청도 직업교육 경로를 넓히는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서울학생 직업교육 계획(가칭)'도 마련 중이다. 학생들이 직업계고를 찾아가 직업교육의 특성을 체험하는 방안이 담겼다는 게 시교육청 설명이다. 방향은 맞다. 다만 단순 홍보나 체험 확대에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 대학 진학에 편중된 구조를 바꾸려면 직업계고와 직업교육 경로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직업계고를 '차선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쟁력 있는 경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존의 직업 서열이 더는 절대적이지 않다.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직업도 기술 변화에 따라 재편되고, 유망 학과와 직종의 선호도도 빠르게 달라진다. 그래서 공교육은 학교나 학과 선택에 따른 특정 진로를 정답처럼 제시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변화 속에서 선택하고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한국 공교육 체계도 이런 방향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진로교육은 입시 상담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립된 교육이어야 한다. 결국 진로교육을 살리는 일은 상담 인력을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학 진학에 편중된 구조를 바꾸겠다는 문제의식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려면, 직업계고와 직업교육이 공교육 안에서 분명한 진로 경로로 자리 잡아야 한다. 핀란드의 40%대와 한국의 10%대 격차가 보여주는 것도 결국 그 점이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6-04-02 15:15:20 이현진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