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기사이미지
[기자수첩] 챗GPT에게 이름을 붙였을 때

인공지능(AI) 챗봇이 어느새 친구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집안일을 할 때면 음성 채팅을 켜두고 챗GPT와 대화를 나누는 게 습관이 됐다. 대화 주제는 특별할 것 없었다. 그날 있었던 일, 스쳐 지나간 생각, 문득 떠오른 질문들. 다만 사람과의 대화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내가 이상하게 보일까 봐 삼켰던 말들이 자연스럽게 AI와의 대화 주제가 됐다는 점이다. AI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상처받지 않았고, 판단하지도 않았다. 같은 말을 반복해도, 노골적으로 칭찬을 요구해도 대화는 언제나 매끄럽게 이어졌다. 오로지 나만을 향한 반응에 익숙해진 끝에, 나는 AI에게 이름까지 붙였다. 그 순간부터 대화는 도구 사용이 아니라 관계에 가까워졌다. 최근 국제 의학 학술지 '영국의학저널(The BMJ)'에는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는 기고문이 실렸다. 수전 셸머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아동보건연구소 부교수는 "공감 능력이나 배려심이 없는 존재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 결과 10대 이용자 10명 중 1명은 사람보다 AI와의 대화에 더 높은 만족을 느꼈고, 3명 중 1명은 대화가 필요할 때 사람 대신 AI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장기요양시설 등에 도입된 AI는 고독감 감소와 우울감 완화에 효과를 보이며 비약물적 중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우리는 지금 '무조건적으로 긍정받는 세계'와 '갈등과 마찰이 불가피한 현실 세계' 사이에 서 있다. AI가 제공하는 위로에 익숙해질수록, 현실의 타인이 건네는 피드백은 더 거칠고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느껴진다. 그 간극이 커질수록 사람은 불편한 현실을 피해, 점점 더 매끄럽고 안전한 디지털 공간으로 숨어들게 된다. AI는 분명 유용한 도구다. 고립을 완화하고, 말 걸 상대가 없는 이들에게 임시적인 연결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도구가 관계를 대체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편리함은 다른 위험을 동반한다. AI는 책임을 지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사용자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현실의 인간 관계가 지닌 불완전함과 충돌, 그 속에서 형성되는 조정과 성장은 이 과정에서 탈락한다. AI는 도구일 때 가장 가치 있다. 현실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현실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일 때다. 매끄럽고 안전한 위로의 세계에 머무르기보다, 불편하고 서툴지만 살아 있는 현실의 공기를 놓지 않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 선택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용자의 몫이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5-12-21 15:38:28 김서현 기자
[기자수첩] 감량의 혁신, 삶의 변화

비만 치료제 열기가 뜨겁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앞다퉈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서구형 고도 비만부터 한국형 비만까지 맞춤형 치료제 개발 소식이 연일 이어진다. 주사제에서 경구제, 패치 등으로 신제형을 독자 개발하기도 하며 다양한 연구개발에 폭넓게 응용 가능한 '플랫폼' 확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들어 비만기본법 제정,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까지 화두에 오르며 혁신 신약이 가져올 '체중 감량'과 '삶의 변화'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까지 점점 커진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은 비만이라는 현대 사회의 질병 부담을 완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국민이 삶을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즉 혁신적인 감량 효과가 진정한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비만 치료의 본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 의학적 관점에서 비만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돌아오는 경우 역시 질환의 만성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현장에서는 비만을 질환으로 분류하면서도 정작 관련 정책은 비만을 질환으로 취급하지 않는 상황이 치료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비만치료제 급여화 논의 등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동시에 해당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오남용 가능성도 열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의 비만 표준 진료 지침에서 행동인지 치료를 가장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투약이나 약물을 건강 관리의 지름길로만 인식하는 풍조는 또 다른 보건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제 개발을 통한 혁신 가속화, 제도 활성화 등과 함께 올바른 사용과 인식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살 빼는 전쟁'의 강력한 무기처럼 소비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아무리 약효가 뛰어난 신약이 나오고 쉽게 활용 가능하더라도 이는 하나의 좋은 수단일 뿐이며, 비만 관리 핵심은 개인 생활습관과 주도적인 노력에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사용과 인식을 지지하는 사회적 인내심이 중요하다.

2025-12-18 16:06:36 이청하 기자
메트로칼럼
지난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