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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술의 혁신이 불러온 갈등…피지컬 AI 변화 안정적 흐름 이어가길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최근 배포한 소식지에는 이같은 문장이 담겨 있다. 전 세계적으로 피지컬 AI 관심이 급격히 커지며 현대차, 테슬라 등 테크 기업들이 로봇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로봇을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회사의 경영에 대한 반대 의견을 넘어 선전포고에 가깝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26에서 현대차가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전환을 언급하자 이를 둘러싼 불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노조가 이처럼 불안감을 드러낸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도입에 따른 단순한 자동화의 문제는 아니다. 현대차가 미래형 스마트 팩토리, 생산성 혁신을 강조하지만 결국 노동자는 자신의 일자리도 로봇에게 한순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는 과거 현대차가 걸어온 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 울산 공장의 생산 라인 자동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신형 i30를 출시하면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 라인 자동화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인력 74명을 타 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약 한 달간 생산을 중단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현대차가 해외 공장에 로봇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자 국내 노조는 일찌감치 변화에 대한 협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사측은 고령화된 생산 인력 구조, 숙련 인력 부족, 안전사고 예방 등을 고려하면 로봇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제조 현장의 로봇화는 세계적인 변화이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실제 테슬라는 고급 모델인 모델S와 모델X의 생산을 올해 2분기 중단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도 향후 아틀라스를 생산해 올 연말 완성차 생산라인에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본격적인 로봇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국가 차원의 큰 틀에서 전환 설계가 필요하다. 로봇 시대의 고용 안전망과 전환 노동에 대한 보상 등 미래 인간 중심의 로보틱스로의 안정적인 확장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6-02-03 16:00:20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먼저 온 미래'의 과제

"'오천피'가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퇴근길 대중교통 안, 옆 자리에서 들려온 말이다. 코스피 4000을 넘어선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5000이 현실이 됐고, 먼 미래로 여겨졌던 숫자가 일상이 됐다. 이른바 '먼저 온 미래'다. 다만 섣불리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른 것 아닐까.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1%에 그쳤고, 4분기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자본시장은 질주하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체력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증시의 쏠림도 분명하다. 코스피 상승의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성장의 90%를 반도체 수출이 떠받친 한 해였다. 덕분에 지수는 올랐지만, 이것이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고 보긴 어렵다. 이 간극은 시장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차기 미 연준 의장 후보 지명이라는 변수 하나에 오천피는 하루 만에 크게 흔들렸다. 지난주 5300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며 2일 장중 5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시총 상위 기업들의 실적이나 이익 전망이 급변한 것도 아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컨센서스와 증권사의 중기 전망도 유지됐다. 결국 지수 상승 속도에 비해, 시장의 구조적 완성도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방증이다. 반면 투자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1억개를 넘었지만, 문제는 이 대중화가 기업의 펀더멘털과 거버넌스·실물경제 개선과 보폭을 맞추고 있느냐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승은 일부 대형주의 주가 급등 결과일 뿐, 중소형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ROE 개선 없이 이어지는 주가 상승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코스피 5000은 결과일 뿐, 개혁의 완성이나 펀더멘털의 확산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 시장 전반에 퍼진 '불안'은 개인의 판단력 문제가 아니다. 참여는 집단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학습·정보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학교 금융교육 경험률은 초·중·고 모두 30%대, 금융이해력은 100점 만점에 60점대에 머문다. '꿈의 오천피'는 이제 현실이 됐다. 높은 지수만큼이나 이제는 지수의 높낮음에 환호하거나 비관하기보다, 그 숫자를 떠받치는 기업의 수익성·거버넌스·실물경제가 얼마나 넓게 개선되고 있는지를 차분히 점검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이는 투자자의 태도 문제를 넘어, 기업의 체질 개선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신뢰가 함께 따라와야 가능한 일이다. 건강한 기업과 성숙한 투자 문화가 동반되지 않은 상승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26-02-02 14:13:56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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