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지난 20일 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100조 원대의 파국을 막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합의로 우리 사회는 큰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단협 잠정 합의안 도출은 단순한 한 기업의 노사 협상 타결을 넘어 한국 산업계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특히 반도체처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분류되는 분야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본격화됐다는 점은 산업계에 새로운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기준이 미래 경쟁력보다 당장의 현금 보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기업의 수익에 대해 소속 구성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건 정당하다. 문제는 반도체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대응할 체력이 부족할 수 있다. 기업의 실적이 나올때마다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직원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회사의 투자 여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 흐름을 보면 안정적인 경영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불안과 중동 리스크 등 대외 변수 속에서 기업의 경영 안전성과 투자 여력이 흔들릴 경우 경쟁력 악화와 외국인 투자 이탈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 몰락한 사례도 있다. 당시 일본은 NEC,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후지쯔, 미쓰비시전기 등 대형 기업들이 세계 DRAM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상위 10에 이름을 올린 일본 기업은 찾아 볼 수 없다. 변화보다 기존 구조 유지에 안주했던 일본 기업의 자리에는 오랜기간 대규모 투자를 하며 경쟁력을 키운 한국과 대만 등의 기업이 들어왔다. 조용히 칼을 갈아온 미국의 인텔은 반등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실적을 단순히 그들만의 성과로 치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삼성전자 수십만 임직원이 수년간 흘린 땀으로 맺어진 결과물이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다른 부문에서 만든 수익금으로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고 연구 개발에 투자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존재할 수 있고, 노동자 협력이 전제돼야 기업도 경영환경을 누릴 수 있다.
2026-05-25 11:08:55 양성운 기자
7개월 만에 가동된 여신금융협회 회장추천위원회의 공모 결과 차기 회장으로 민간 출신의 후보자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서류 심사는 시작되지도 않은, 원서 접수 단계에 불과한 시점이다. 접수된 서류를 심사조차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유력 후보자 평이 나오는 아이러니다. 청와대, 금융당국 등 윗선에서 관료는 지원조차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이번 협회장 선거에 현 정권의 관피아(관료+마피아), 모피아(재정·금융 관료+마피아) 배제 성격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여신협회장 선거에서는 관피아 논란이 꼬리처럼 따라 붙었다. 관료 출신이 요직을 맡는 관행이 되풀이된다는 비판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선거마다 후보자의 출신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것도, 이번 선거에서 관료는 지원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지시가 내려온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민·관 출신을 따지기 전에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피아·모피아에 대한 반감의 본질은 '외풍'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선거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만으로 선거의 정당성은 흔들린다. 문제는 관료 출신 여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결과를 좌우하는 듯한 분위기, 선거 구조가 무력해졌다는 시선이 반발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추위 역시 개과천선은 없었다. 윗선에서 "관료는 지원조차 말라"는 지시 사항이 내려왔다는 것 자체가 또다시 선거 시스템, 투표권을 무력하게 한다. 개입은 여전하다. 그저 관피아가 민피아(민간인 출신+마피아)로 변신했을 뿐이다. 실제 이번 선거의 민간 출신 후보군에서도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전라남도, 중앙대, 현 정부 정책보좌관 경력 등 이재명 대통령과 접점으로 읽힐 만한 요소들이 거론된다. 지금 카드업계는 다크호스가 아닌 구원투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민'이냐 '관'이냐의 구분이 아니다. 어려운 업계 상황을 타개할 역량이 있는 인물인지의 여부다. 업계는 수익원 발굴 문제, 규제 완화, 조달 금리 상승 부담, 건전성 문제 등을 현명하게 해결할 회장을 원한다. 민간 출신이든 관료 출신이든, 연줄로만 뽑힌 회장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2026-05-21 14:02:17 안재선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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