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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방산 성장의 그늘, 반복된 사고가 묻는 안전의 무게

K-방산의 성장 속도는 분명 놀랍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국내 방산기업들은 해외 수주를 늘리며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천무와 K9, 항공 엔진, 우주 사업 등을 앞세워 K-방산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성장이 빠를수록 함께 높아져야 할 기준이 있다. 안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는 고위험 방산 사업장의 안전관리 체계가 사업 규모와 위험도에 걸맞게 작동해 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번 사고가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고위험 공정에서 사고가 이어진다면 단순한 현장 실수나 우연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작업 절차, 설비 관리, 위험 감지 체계, 책임 구조 전반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다연장로켓 천무와 공대지유도탄 천검 등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수습과 안전성 검증이 길어질 경우 생산 일정뿐 아니라 협력업체 공급망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해외 고객이 중요하게 보는 납기 신뢰도와 생산 안정성 역시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방산기업의 경쟁력은 수주액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납기 이행 능력, 품질 관리가 모두 맞물려야 한다. 여기에 고위험 공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안전관리 역량이 더해져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사고 이후 특별 안전 점검과 생산 중단, 안전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필요한 조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사후 점검을 넘어 사고 이전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고위험 공정의 자동화와 무인화, 안전 조직의 독립성, 현장 위험을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결국 생산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K-방산은 이제 양적 성장의 성과를 넘어 질적 신뢰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수출 실적이 외형을 보여준다면 안전은 그 외형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세계 시장에서 오래 신뢰받는 방산기업이 되려면 더 많이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6-06-10 13:10:44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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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이 한 장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사소한 물건 위에 서 있다. 투표소 책상 위에 놓인 투표용지 한 장이 그렇다.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그 종이 한 장이 부족했다. 지난 3일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유권자들이 기다리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주의를 관리한다는 기관에서 나온 사고라고 하기엔 너무 기초적이라 어처구니를 어디 가서 찾아야 할 지 모르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우리 헌정질서에서 특수한 위치에 있다. 과거 독재 정권이 선거를 마음대로 휘둘렀기에, 헌법을 통해 정권도, 정당도, 국회도 함부로 선거를 흔들 수 없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줬다. 선관위가 흔들리면 선거가 흔들리고, 선거가 흔들리면 민주주의가 흔들린다. 그래서 선관위는 누구보다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선관위는 그 엄격함의 잣대를 남에게만 적용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한 투표소가 50곳이라고 했다. 며칠 뒤 다시 확인하니 91곳이었다. 투표용지 숫자도 못 세더니, 이젠 투표소 숫자도 못 세는건가. 올림픽공원 시위에 참가한 일부 '부정선거론자'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가 있어, 선관위는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고 결과를 조작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조차 안 되는 말을 뭔 수로 옹호하나. 가장 큰 문제는 선관위가 '부정선거론자'들에게 먹잇감을 줬다는 점이다. 선거관리는 인간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이번 건은 너무 치명적이다. 이러니 대통령과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선관위를 개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 현장 보고 체계, 비상 공급망, 책임자 문책, 사후 검증 방식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이 틀렸는지, 누가 판단했는지, 왜 늦었는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공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로 굴러가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투표소가 열리고, 유권자 명부가 준비되고, 투표용지가 충분히 놓여 있어야 한다. 이 기초적인 신뢰를 잃으면 민주주의는 흔들린다. 투표용지 부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방만 운영을 걷어치워야만 민주주의가 살 수 있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6-06-09 14:47:13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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