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쟁에서는 기술보다 '속도'를, 조달 절차보다 '확실한 공급'을 원하고 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방산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세계의 전면에 떠올랐다. 계약하면 몇 년 뒤에나 첫 물량을 내놓는 서방 업체들과 달리, 한국은 6~10개월이면 실제 납품이 가능한 국가다. 전쟁의 시간이 실시간으로 흐르는 시대, 이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다. 글로벌 고객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눈빛이 갑자기 달라진 이유다. 그러나 이쯤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속도 경쟁력은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지금의 '빠름'이 영원한 절대 우위일까 아니면 공급망 공백이 만든 일시적 프리미엄일까. 한국 방산의 속도는 생산라인 노동 강도만의 결과가 아니다. 국토 안에 조밀하게 모여 있는 부품·조립 산업 생태계, 기업과 정부 간 빠른 승인 체계, 전시 조달에 준하는 구조적 유연성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즉 국가 단위의 '집단 반응 속도'가 시장 경쟁력으로 전환된 사례다. 한국이 가진 이 독특한 생산 문화와 산업 구조는 분명 경쟁국들이 따라 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이미 주요 방산기업 생산라인은 2~3교대로 풀가동 중이고 일부 품목은 추가 증설 없이는 더 이상 속도를 높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해외 패키지 계약 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국내 군 현대화 사업까지 겹치면서 생산 일정은 촘촘히 채워지고 있다. 지금의 속도는 효율성보다는 '과부하를 견디는 체력'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이 상태로는 경쟁력 유지가 아니라 소진이 먼저 찾아올 수 있다. 더욱 위협적인 건 경쟁자들의 대응이다. 미국은 포탄 월생산량을 네 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공격적 증설에 들어갔고 유럽도 'ASAP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생산 인프라 확대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속도 격차'는 결국 좁혀질 것이고 그 순간 한국의 이점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의 속도 우위는 결국 국제 공급망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얻어진 '타이밍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 방산이 앞으로 지켜야 할 경쟁력은 무엇일지 답은 명확하다. 속도를 '운에 의한 결과'에서 '구조적 능력'으로 바꿔야 한다. 생산 자동화, AI 기반 품질 관리, 핵심 부품 이원화, 해외 조립·정비 시설 구축 같은 전략적 투자가 필수다. 속도는 한순간의 기세로 만들 수 있지만, 지속성은 구조로만 증명된다. 지금 한국 방산이 마주한 과제는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오래, 더 견고하게 버티는 힘을 만드는 일이다.
2025-12-09 16:07:52 이승용 기자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공격적으로 공개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존재감은 여전히 흐릿하기만 하다. 테슬라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한국시장에 감독형 'FSD(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기술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운전대 하단의 레버를 당기면 완전자율주행을 시작한다.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거나 가속페달에 발을 올릴 필요없이 전방만 주시하면 차량 스스로 목적지까지 주행해간다. 테슬라 FSD는 감독형과 비감독형 두가지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감독형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조만간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해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을 이어가는 비감독형 서비스 상용화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GM은 '핸즈프리(손이 필요 없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슈퍼크루즈'를 국내 출시했다. 지난 2017년 북미에서 상용화한 기술로 중국에 이어 3번째로 우리나라에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에스컬레이스 IQ만 해당 서비스를 적용하지만 향후 볼트, 시에라, 콜로라도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글로벌 업체들이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기술은 여전히 자율주행 레벨2(부분 자율주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연구개발(R&D) 전략을 총괄해 온 송창현 AVP본부장(사장)이 최근 회사를 떠나면서 그룹의 자율주행차 전략에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미래 전략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력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의 자율주행 시장 경쟁을 보면 과거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전자업체들의 경쟁 구도를 연상케한다. 당시 애플과 삼성, 모토로라 등 다양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현재는 애플과 삼성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자체 설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최적의 효율성은 물론 수익성까지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애플과 같은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하드웨어 생산에 소프트웨어가지 확보해야한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 생산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시장에서 자율주행 상용화에 돌입한 경쟁사들을 추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를 찾아 추가 투자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정부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등 적극적인 지원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2025-12-07 12:58:17 양성운 기자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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