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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점판독기' A씨의 월요일

#. 투자자 A씨는 8일 장 초, 자신의 주식 계좌를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코스피가 개장 직후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은 1560원을 넘어섰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도 속절없이 밀려났다. 유명한 '인간 고점판독기'인 A씨의 계좌도 이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주식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기뻐해야 한다. 지금은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슈가 됐지만, 계좌에 찍힌 파란 숫자까지 지워주지는 못했다. 하루 만에 전체 수익률의 10%가 증발했다. 순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MTS앱을 껐다. 불과 사나흘 전만 해도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2일 코스피는 8800선을 돌파했고 시장은 '1만스피'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열풍,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8일 아침 시장이 마주한 풍경은 전혀 달랐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상 우려가 커졌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 넘게 급락했다.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며칠 전까지 낙관론을 이야기하던 시장은 이제 공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을 오래 지켜볼수록 한 가지는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시장은 언제나 자신을 설명할 '이유'를 찾아낸다는 점이다. 오를 때는 더 오를 이유를 찾고, 내릴 때는 더 내릴 이유를 찾는다. 코스피 9000 전망이 쏟아질 때는 위험이 잘 보이지 않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날에는 희망마저 사라진 듯 느껴진다. 금리와 환율, 외국인 수급, 중동 정세 모두 중요한 변수다. 앞으로 시장이 더 흔들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하루 만에 바뀐 것은 주가이지 기업의 경쟁력까지는 아니다. 브로드컴 주가가 급락했다고 해서 반도체 공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잘 나왔다고 해서 인공지능(AI) 투자 수요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날일수록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코스피가 몇 포인트인지, 환율이 얼마인지, 외국인이 얼마를 팔았는지는 매일 바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투자자들이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기업의 실적과 경쟁력, 그리고 펀더멘털이다. ps. A씨는 멀리 있지 않다. 나흘 전 '9000피' 기획기사를 준비하다 오늘은 '검은 월요일' 발생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 본인이다. /허정윤기자 zelkova@metroseoul.co.kr

2026-06-08 13:50:51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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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주 오세요, 젠슨 황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은 이제 단순한 기업인 방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가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만으로 관련 기업 주가가 움직이고 시장이 주목한다. 하지만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젠슨 황이 아니라 그가 한국을 찾는 이유다. 과거 한국은 글로벌 정보기술 산업에서 반도체와 제조 역량으로 인정받았다. 엔비디아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메모리를 공급받는 고객에 가까웠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 AI 서비스 분야까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젠슨 황이 한국에서 만나거나 협력을 논의하는 기업들의 면면을 봐도 변화가 읽힌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AI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엔씨는 NC AI를 중심으로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 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크래프톤 역시 AI 캐릭터와 콘텐츠 제작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AI 기술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IT 기업들은 해외 빅테크의 생태계 안에서 경쟁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네이버가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은 게임 기술을 AI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AI 시대의 소비자를 넘어 생태계의 파트너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젠슨 황의 방한은 한국 산업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은 더 이상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나라에 머물지 않는다.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만들며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태계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물론 방한 자체가 투자나 계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한국을 찾아 협력을 논의한다는 사실은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 반가운 것은 젠슨 황 개인이 아니다. 그가 한국을 찾아야 할 이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네이버의 AI, 엔씨와 크래프톤의 새로운 도전이 그 이유다. 중요한 것은 젠슨 황의 방문 횟수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도 세계 AI 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남는 일이다. 그래야 다음 AI 혁신의 순간에도 한국이 빠지지 않는 이름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말한다. "자주 오세요, 젠슨 황."

2026-06-07 16:59:45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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