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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이브니까 환불 불가?" SNS 판매의 무책임

라이브커머스는 분명 유통의 진화다. 실시간 소통, 즉각 할인, 한정 수량이라는 요소는 소비자에게 '현장감 있는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문제는 일부 SNS 판매자들에게는 책임 회피의 방패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기반 개인 방송 판매에서 그 폐해가 두드러진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관련 소비자 상담은 2022년 259건에서 2025년 9월 누적 1489건으로 급증했다. 피해 유형 1위는 환불·반품 거부(35.3%)다. "라이브 특가라 환불 불가", "방송 중 구매는 예외" 같은 안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시간 판매라는 형식은 법적 청약철회 예외 사유가 될 수 없다. 상당수 판매자 안내 자체가 사실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방송 중 진행자는 "전문의 인증", "부작용 없음", "시술급 효과" 같은 과장되거나 허위 표현을 쏟아낸다. 분쟁이 발생하면 판매자는 "개인 의견이었다"고 물러선다. 플랫폼은 "우리는 중개자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판매는 하되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특히 SNS 기반 라이브 판매는 플랫폼의 자율 규제에 의존하는 구조로, 홈쇼핑처럼 상품이나 표현에 대한 사전 심의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방송 편성 심사나 효능 표현 검증 같은 절차가 제도적으로 마련된 영역과 달리, 개인 판매 중심 라이브 시장은 사후 신고와 자체 정책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플랫폼은 방송 노출과 결제 시스템 등 거래 인프라를 제공하며 거래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법적으로는 통신판매중개자 지위에 머물러 분쟁 발생 시 1차 책임은 판매자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시장이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반복·누적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 혁신은 소비자 신뢰 위에서만 지속된다.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도 무너진다. 지금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책임 설계다. 플랫폼과 판매자가 영향력만 누리고 책임은 피하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라이브커머스는 '미래 유통'이 아니라 '무책임 유통'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6-02-26 17:23:20 신원선 기자
[기자수첩] 환율에 울고 웃는 면세점과 백화점

1985년 뉴욕 플라자 호텔. 막대한 무역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강제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를 단행했다. 엔화 가치가 치솟자 일본 수출품 가격은 큰 폭으로 뛰어올랐고,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뜻밖의 이득을 본 건 한국이었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았던 한국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막대한 가격 경쟁력을 얻었다. 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이라는 '3저 호황'과 맞물려 한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역사에 남을 어부지리였다. 오늘날 대한민국 유통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달러 현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유통 채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면세점은 환율 상승 직격탄을 맞았다. 상품 가격이 달러화를 기준으로 매겨지다 보니 세금을 면제받아도 가격 메리트가 떨어져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면세점 4사(신세계, 신라, 롯데, 현대)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신통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길 잃은 소비자들이 향한 곳은 백화점 명품관이다. 원화 기준으로 가격이 고정된 백화점은 가만히 앉아서 저렴하다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 결과 올해 백화점 4사(신세계, 현대, 롯데, 갤러리아)는 나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올랐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매출 증가세가 매섭다. 롯데백화점은 2016년 이후 외국인 매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으며 올해는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년 대비 25%, 신세계백화점은 3.5배나 외국인 매출이 급증하며, 면세점 대신 백화점을 선택한 '외국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이 이 횡재에 마냥 취해 있어서는 곤란하다. 1980년대 한국 경제가 3저 호황의 단물만 빨아먹는 데 그쳤다면 오늘날의 번영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 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자본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산업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데 아낌없이 투자했기에 고환율 시대가 끝난 뒤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재 백화점 업계를 맴도는 훈풍에는 환율이라는 외부 요인이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환율은 언젠가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면세점이 다시 가격 매력을 되찾았을 때도 고객의 발길을 붙잡아두려면, 단순한 환율 차익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압도적인 큐레이션과 특별한 경험을 증명해 내야 한다. 면세점 역시 돌아올 손님을 찾기 위해 자체 제작 상품 등 눈길을 끌 요소들을 발굴해내야만 한다. /손종욱기자 handbell@metroseoul.co.kr

2026-02-25 14:39:32 손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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