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심층 인터뷰] 황홍규 대교협 전 사무총장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행정절차법 위반” 지적
대학 구조개혁 법적 근거 미비…관련법 국회 계류 "정부 재정 선별 지원, 결국 학생이 피해 받는 구조" 진단 참여 모든 대학에 사업비 학생수 기준 지원해야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전 사무총장이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이하 진단)을 두고 행정절차법 위반 등 다수 법적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가 진단 결과에 따라 일부 대학만 선정해 재정을 차별적으로 지원을 하려면 행정절차법에 따라 선정 기준 및 선정 대상 규모 등 처분 기준을 사전에 공표해야 했음에도 교육부가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진단은 상대평가를 통해 일부 대학에 재정 미지원과 정원 감축 등 불이익을 주는 일종의 '규제'로,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법률 근거를 둬야 함에도 대학 구조개혁 1주기부터 최근 3주기 진단까지 근거 없이 시행되고 있다며 재차 법적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이번 진단에 참여한 모든 대학에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학생수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일 2021년 3주기 진단을 통해 4년제 136개교와 전문대 97개교를 일반재정 지원대학으로 선정했다. 인하대와 성신여대, 수원대, 평택대, 한세대, 협성대 등 4년제 대학 25개교와 계원예술대학교 등 전문대 27개교가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에서 제외됐다. ◆ 법적 근거 미비에 행정절차법 위반까지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2주기인 지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을 자율개선대학으로 60% 내외 규모로 선정하겠다'며 상대적 기준을 사전에 공표했다. 행정절차법 제20조제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공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분기준을 변경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해 진단에서는 사전에 공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3주기 진단에 앞서'진단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 혁신 역량을 갖춘 대학을 권역 균형을 고려해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으로 선정한다'고만 하고 선발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황홍규 전 사무총장은 "대학 입장에서 진단 참여는 일반재정지원 신청이고 미선정 통보는 신청이 거부된 것으로, 진단은 처분성을 갖는 행정행위"라며 "그런데도 교육부는 처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 사전에 공표하지 않았으며 이는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학평가 실시 후 평가 결과에 따른 입학 정원 감축 등 구조개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 8년째 국회에 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률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워지게 되면서 정원 감축 등 강제적인 법적 조치가 불가능해지자 지난 2주기 진단에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 정원을 줄이는 식으로 전환했었다. 황 전 총장은 "예산에 의한 시혜적 지원일지라도, 차별적 지원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기에 합리적 차별의 이유를 명시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며"상대평가로 일정 비율 이하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고, 지원을 받는 대학도 유지충원율에 따라 정원 감축 등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규제로 볼 수 있고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에 따라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함에도 법률 근거 없이 시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도 이 문제를 인정해 지난 2017년 11월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 발표' 시 '대학 진단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제정을 공표했으며, 지난 5월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서도 진단 등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한다고 거듭 밝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 무엇을 위해 대학들 진단하나…재정지원 대학 '73%' 근거는? 교육부는 3주기 진단 방향을 '대학의 적정규모화 지원'과 '대학의 특성화 방향을 고려한 교육의 질 제고'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학의 적정규모화'의 개념과 내용이 불명확하고, 학령인구 급감에 상응하는 정원 감축, 통·폐합, 폐교 등의 가시적 성과나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학가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대학의 특성화 방향을 고려한 교육의 질 제고'를 주창하면서도 다수의 특성화 단과대학을 선정에서 제외하면서 대학가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황 전 총장은 "A간호대는 간호단과대학으로 간호교육인증평가에서 인증받았음에도 이번 진단에서 탈락했으며, '소수 정예'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B대학은 사실상 등록금 없이 4년간 전액장학금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이름을 올렸다"며 "진단은 다양하고 특수한 생태계를 가진 대학을 하나의 잣대로 한 줄 세우기 함으로써 대학의 자율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이번 진단에서 일반재정지원 대학 73%를 선정하면 진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도 없다"며 "진단의 목적과 그 목적의 실현 가능성은 불명확하지만, 진단 미선정 대학은 극히 미세한 점수 차이로 부실·문제대학으로 낙인돼 학교와 구성원의 명예 훼손 및 학생 모집에 타격을 입게 되고 교육과정 운영 재원 확보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그 피해는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이는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앞서 3주기 진단 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교협 소속 총장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모든 참여 대학에 혁신지원사업비를 교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교육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곳곳에 도사린 한계'…학생들 피해구제는 어떻게? 진단은 아무 책임이 없는 학생이 그 피해를 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 일반재정지원사업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장학금과 교육·연구프로그램 개발운영비, 교육·연구환경 개선비, 실험·실습기자재 구입운영비 등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직접적 수혜자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황 전 총장은 "하지만 일반재정지원에서 미선정되거나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속한 대학 소속 학생들은 아무런 잘못없이 불이익을 받게 돼 있는 구조"라며 "이는'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위배될뿐더러 학생들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합리적 사유 없이 재정 수혜와 명예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법적 한계도 존재한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는 모집단위는 정원 감축이나 폐과, 교원 면직 등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구조조정을 이유로 한 교원 면직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56조는 학급이나 학과의 개편 또는 폐지로 인해 직책이 없어지거나 정원이 초과한 경우 직권면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 판단은 다르다. 대법원은 2016년 판결에서 "'학급·학과의 개폐에 의해 폐직이나 과원이 된 때'는 재학생 및 휴학생을 포함한 모든 재적생에 대해 전과 등의 적절한 조처를 해 재적생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경우에 비로소 학과를 폐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폐지한 학과의 재적생이 0명이 될 때까지는 사실상 해당 학과를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 2017년에도 대법원은 "학과 폐과 등의 사유로 직권면직의 사유가 발생했더라도 전직이나 배치 전환 등을 통해 면직을 회피할 수 있는 경우에는 직권면직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사립대학은 여러 이유로 구조조정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학령인구 급감의 책임을 사립대학에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황 전 총장은 "이런 이유로 대학의 구조조정은 장기간을 필요로 하지만, 교육부 진단은 이에 대한 고려 없이 3년 단위에, 1년 단위 연차 평가를 함으로써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의 장기성과 교육부 진단의 단기성이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대학기본역량진단 어디로 가야 하나 황 전 총장은 교육부 진단 등 구조조정에 앞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규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학사 운영 구조를 다양화하고 사립대학 재산 운용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대학의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학교법인의 기본재산 처분 재량을 확대해 기준을 초과하는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해 처분하거나, 이를 수익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황 전 총장은 "교지, 교사, 수익용재산 등 대학 잉여 자원을 공립 특수학교·특성화 중·고 및 대안학교, 공공 직업훈련기관·창업보육센터·도서관·박물관·청소년시설·노유자 시설 등을 위탁·운영할 수 있게 하는 등 활용을 다각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시설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지역과 공생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모집유보정원제 도입 ▲성인학습자 과정 별도 개설 허용(비수도권에 적용) ▲한 모집단위에서 주·야간, 평일·주말, 온·오프라인 과정 운영 허용 ▲수강료를 받는 별도의 Nano Degree 과정 도입 ▲외국인 학생 대상의 과정 및 도집단위 별도 편성·운영 허용(비수도권에 적용) 등을 제안했다. 특히 올해 진단 결과는 당장 전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총장은"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13년간의 등록금 동결 등에 따른 대학의 수입 결손 보전 차원에서 진단 참여 대학 모두에 대해 지원하고, 규제개혁을 즉시 추진해 대학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