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속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보름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났다. 은행들은 마이너스 대출 등을 포함한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자 금리를 높이거나 한도를 조정하는 등 자율규제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3445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3536억원 늘었다. 지난달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5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2조1741억원)으로 늘었는데, 이달 들어서도 보름 새 잔액이 급증하며 폭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잔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23년 8월(104조4171억원)이후 최대치다. 문제는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금리까지 오르면서 차주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AAA) 금리는 4월 초 3.182%에서 지난 17일 3.572%로 0.39%포인트(p) 상승했다. 여기에 은행들은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자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신용대출 금리는 4.16~6.47%로 일주일 전보다 금리 하단은 0.23%p 내렸지만 금리 상단은 0.39%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세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4.57~7.32%로 집계됐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 주담대 금리 상단은 8%, 신용대출 금리는 7%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조이기 위해 한도도 제한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일반대출의 최대한도를 1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의 최대한도는 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신한은행은 약정금액 3000만원을 초과하는 마이너스통장 중 약정기간 및 만기 직전 3개월 기준 한도 사용률이 10% 미만인 계좌는 만기 연장시 최대 20%까지 한도를 감액한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에 더해 은행권의 한도 축소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차주들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증시 상승세에 따라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은행권의 대출 관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
국내 증시 강세를 타고 연금저축 시장이 2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특히 높은 수익률을 앞세운 연금저축펀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노후자금이 보험에서 펀드·ETF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규 연금저축 가입자의 10명 중 9명 이상이 펀드를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우리나라 연금저축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연금저축 적립금은 198조2000억원으로 전년(178조9000억원) 대비 19조3000억원(10.8%) 증가했다. 증가율 역시 2023년 4.9%, 2024년 6.5%, 2025년 10.8%로 확대되며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가입자 수도 840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76만1000명(10.0%) 늘었다. ◆연금저축 200조원 눈앞…노후자금도 증시로 연금저축 시장 확대를 이끈 것은 연금저축펀드였다. 지난해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61조3000억원으로 전년(40조7000억원) 대비 20조6000억원 증가하며 50.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연금저축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7.6%, 2024년 22.7%, 지난해 30.9%로 가파르게 확대됐다. 반면 연금저축보험 적립금은 114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 감소하며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연금저축신탁 역시 13조8000억원으로 6.4% 줄었다. 금융당국은 이를 두고 "적립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판매회사별로는 보험회사가 114조3000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57.7%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유지했다. 다만 금융투자회사 적립금도 55조4000억원으로 27.9%를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투자회사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증권이 19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증권(9조8000억원), 한국투자증권(7조2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연금저축 납입액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납입액은 13조4886억원으로 전년보다 18.1% 늘었다. 이 가운데 펀드 납입액은 8조8482억원으로 49.3% 증가하며 전체 납입액의 65.6%를 차지했다. 보험·신탁·공제상품 납입액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익률 29% 펀드에 몰렸다…신규 가입 94% 차지 투자자들의 선택이 펀드로 쏠린 배경에는 수익률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연금저축상품의 연간 수익률은 10.6%를 기록했다. 상품별로는 펀드·ETF 수익률이 29.3%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펀드는 31.3%, ETF는 27.4%를 기록했다. 반면 보험은 0.8%, 신탁은 4.0%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최근 증시 호황에 따라 펀드와 ETF 수익률이 크게 상승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신규 가입에서도 펀드 선호 현상은 뚜렷했다. 지난해 신규 연금저축 계약은 144만3000건으로 전년 대비 51.9%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펀드 계약이 134만9800건으로 전체의 93.5%를 차지했다. 펀드 신규 계약은 전년보다 60.1% 증가한 반면 보험과 공제상품 신규 계약은 오히려 감소했다. 증권사 가운데 신규 계약 유치 실적은 카카오페이증권이 31만7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증권 31만건, 미래에셋증권 27만6000건, 한국투자증권 14만4000건 순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신규 계약이 금융투자회사로 집중되며 증권사 간 연금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높은 수익률만을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저축은 세액공제와 과세이연 혜택이 있지만 중도 해지 시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또한 연금저축펀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아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입 전 투자성향과 재무상황, 상품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정윤기자 zelkov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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