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CU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물연대 조합원의 사망 사고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실질적 원청'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대형 시험대가 됐기 때문이다. 26일 <메트로경제 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원청과 하청 간 교섭 책임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불거진 대표적 충돌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 20일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대체 수송 차량에 치여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화물연대는 이를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낳은 사회적 타살"이라 규정했다. 차주들은 하루 13~14시간의 고강도 노동에도 월 순소득이 320만 원 수준에 그치는 현실과, 휴식을 위해 대리 기사를 쓸 경우 하루 최대 90만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마이너스 노동' 구조를 타파할 것을 요구하며 BGF리테일을 상대로 교섭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사측이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며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갈등의 외형은 CU라는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로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용자 정의의 확대'라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유통업계는 원청-자회사-물류센터-하청 운송사-배송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통해 원청의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다. BGF리테일 역시 "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정부와 사법부의 시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가장 파격적인 메시지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 나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이 노란봉투법 자체보다는 고질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며, BGF리테일을 '실질적 원청'으로 명확히 지목했다. 김 장관은 진행자의 "이 사건 원청이 BGF리테일인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운송 기사들이 거기(원청)와 직접 교섭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부처 수장이 특정 기업을 지목해 교섭 의무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김 장관은 편의점 가맹점주나 화물 노동자가 형식상으로는 개인 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본사의 매뉴얼과 물량 배정에 종속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편의점주가 시·종업 시간을 결정할 수 없고 매장 물건도 본사가 정해준 대로 한다면, 실질에서는 종속돼 있으므로 노동자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판례적 시각을 제시했다. 이는 경영계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가장 우려했던 '사용자 범위의 무한 확장'이 정부 정책의 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동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란봉투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원청이 교섭을 거부해 발생한 참사"라며 BGF리테일의 사용자성 인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동지의 죽음은 자본의 폭주와 공권력의 비호 속에서 발생했다"며 원청이 직접 교섭 테이블에 나와 운송료 현실화와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와 유통업계는 이번 사례가 가져올 '도미노 파장'에 긴장하고 있다. 대다수 유통 대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통한 위탁 구조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BGF리테일이 교섭에 응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유사한 요구가 전 산업계로 확산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롯데·현대백화점과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입점 브랜드 직원들과 단체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입점 브랜드 직원이라 할지라도 원청인 백화점이나 면세점이 실질적인 근로 조건을 지배한다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이번 CU 사태에서 제기된 원청 책임론과 궤를 같이한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논란은 뜨겁다. 노란봉투법이 규정하는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판단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 현장의 혼란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계약서상 명시된 결과물 중심이 아니라 근로 조건과 프로세스 전반에 원청의 통제가 개입된다면 향후 정부 해석과 무관하게 법적 교섭 의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 화물연대는 총력 투쟁을 선언하며 "가처분 취하와 성실 교섭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 직장인 이 모(29·여)씨는 퇴근 후 집이 아닌 잠실야구장을 찾는다. 익숙하게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걸친 이 씨의 손에는 야구장 인근 맛집에서 산 퓨전 음식이 들려 있다. 경기 시작 전, 그는 구장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TV로 보시던 스포츠였지만, 저에게 야구는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의 '무드'를 결정하는 핵심 콘텐츠예요. 예쁜 굿즈를 사고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응원하는 과정을 SNS에 기록하는 게 일상의 큰 즐거움이죠." 이 씨와 같은 '뉴비(Newbie)' 팬들의 유입으로 프로야구 관전 문화를 넘어선 거대한 소비 시장이 열리고 있다. 13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KBO 리그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유통업계의 지형도를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과거 야구장이 승패를 확인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야구장은 응원 문화, 먹거리(치맥), 굿즈 구매 등을 기록하고 SNS에 공유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야구의 연간 소비 지출 효과는 1조 1121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KBO 리그 정규 시즌 관중은 1231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개막 후 역대 최단기간인 2주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프로야구 전체 관중이 1300만명을 돌파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프로야구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커지면서 유통업계는 앞다투어 KBO와 손을 잡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10개 구단 심볼을 적용한 빼빼로 등 협업 제품 4000세트를 사전 예약 3일 만에 완판시켰다. 스타벅스코리아 역시 KBO와 협업한 텀블러와 키링이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패션업계도 팬덤을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크록스는 10개 구단별 '지비츠 참' 컬렉션을 출시해 커스터마이징 수요를 공략했다. CJ온스타일은 홈 인테리어와 패션 잡화를 결합한 굿즈를 출시해 사흘 만에 2만 5000개를 판매했으며, 목표 대비 333%의 매출을 달성했다. 야구 시장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은 2030 여성 팬덤이다. 번개장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야구 카테고리 내 2030 여성 거래액은 전월 대비 95% 급증하며 남성(37%)을 압도했다. 여성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아니더라도 구장의 분위기나 특색 있는 굿즈를 즐기기 위해 야구장을 방문하는 '전국 구장 투어'에도 적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 팬이 경기 자체에 집중한다면, 여성 팬은 야구장에서 보내는 시간 전체의 가치와 소장 가치가 있는 굿즈에 지갑을 연다"고 분석했다. 팬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구단들의 노력도 치열하다. SSG랜더스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요가 클래스나 반려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LG트윈스는 이른 아침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달리는 '러닝 아카데미'를 열어 팬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야구장을 경기 관람 장소를 넘어 일상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스포츠 팬덤을 넘어 유통, 관광, 콘텐츠를 아우르는 '야구 경제권(Baseballeconomy)'의 확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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