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국가대표2' 수애 "결과보다 과정을 담아두는 배우가 될래요"
빙판 위에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아이스하키를 하는 수애(36)를 상상해본 적 있는가. 단아하고 가녀린 이미지의 그가 거친 승부의 세계에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낯설다. 그러나 사실 수애는 늘 자신의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었다.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국가대표2'는 스키 점프를 소재로 2009년 개봉해 848만 관객을 동원한 '국가대표'의 후속작이다. 2003년 일본 아오모리 아시안게임 당시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실화가 바탕이 됐다. 극중에서 수애는 탈북자 리지원을 연기한다. 북한에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리지원은 아버지와 함께 북한을 탈출해 식당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북에 두고 온 여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있는 그는 아이스하키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핀란드로의 이민을 꿈꾼다. 그러나 핀란드 이민이 좌절되자 때마침 생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들어가 에이스로 활약하게 된다. 스포츠 영화, 그것도 여자 배우들이 여러 명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가대표2'는 여러 모로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그 점이 수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등 여러 여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수애는 기대를 갖고 작품에 동참했다. 물론 걱정과 우려도 있었다. 여배우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나 고민은 촬영 준비와 함께 금세 사라졌다. "대본 리딩 때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연서가 씩 웃으며 걸어오다 다리를 삐끗한 거예요. 그 모습이 귀여웠죠. 재숙 씨는 저에게 '초등학교 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금방 무장해제가 됐고요(웃음). 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던 슬기와 예원이, 그리고 제가 롤모델이라고 해서 부담이 있었던 지희까지 다들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첫 촬영은 갯벌에서 훈련을 하는 장면이었어요. 시작부터 힘든 장면을 촬영하니 동료애, 전우애 같은 게 생겼죠. 자연스럽게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서로를 편하게 대하게 됐어요." 수애는 그동안 작품의 메인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오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그러나 '국가대표2'는 6명의 여자 배우, 그리고 대표팀 감독 대웅을 연기하는 오달수까지 배우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기존 작업과는 또 달랐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 속에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이 수애가 이번 작품에서 마주한 새로운 과제였다. "영화 처음부터 리지원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게 중요했어요. 인물들의 개인사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이가 극을 이끌어가는 것에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고민도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극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싶었죠. 그게 저에게는 하나의 숙제이자 도전이었어요." 영화는 오합지졸과 같던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진정한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물론 실제 아이스하키 팀이 그랬던 것처럼 결과는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으로 감동을 전한다. 여기에 영화 후반부에 비로소 부각되는 리지원의 가족 이야기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수애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국가대표2'의 하이라이트다. 영화에는 "사람들은 메달만을 기억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스포츠처럼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애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만큼의 값진 땀방울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배우들끼리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이야기해도 결국에는 흥행 성적과 같은 걸로 평가를 받는 것이 저희 직업이죠. 그런 애환은 있지만 그럼에도 과정을 많이 담아두려고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 즐길 수 있다면 결과는 상관없으니까요. 물론 그러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렇게 되는 건 쉽지 않죠(웃음). '국가대표2'는 그런 면에서 120% 만족하는 영화에요. 연기적인 면에서는 분명 부족한 게 있겠죠. 하지만 그 빈자리를 함께 한 배우들이 잘 채워줬다고 생각해요." [!{IMG::20160731000043.jpg::C::480::배우 수애./손진영 기자 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