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가교 넘어 공동번영 기회 찾자”…감사 및 리스크 관리, 해외서 한자리 모였다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메트로미디어 주최 '2025 한-필 금융협력 포럼'에는 한국의 대표 기업 감사와 리스크관리 담당, 현지 관계자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금융, 건설, 제조, SO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필리핀 양국 협력 방안을 찾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탐색하기 위해서다. 이장규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필리핀은 물 위를 튀어 오르는 돌고래와 같은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국의 'K-테크'·'K-컬처'와 필리핀의 강점이 결합한다면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 우정은 6.25 한국전쟁부터 시작됐다"면서 "금융, 건설, 제조,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결실을 보고, 이번 포럼 자리가 양국 간의 화해와 동반성장의 기회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필리핀 경제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4.67%의 견조한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그 결과 1995년 837억 달러였던 경제 규모는 2024년 4616억 달러로 5.5배 이상 커졌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역시 1224달러에서 4078달러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1분기 5.4%, 2분기 5.5%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동남아시아 주요국인 아세안5(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중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대다수 국가의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필리핀은 오히려 성장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 34위인 필리핀 경제는 2037년까지 27위가 예상된다. 한국의 현지 투자와 기업 진출도 활발하다. 2025년 상반기 필리핀 내 투자 승인액이 전년 동기 대비 59.1% 증가했으며, 이 중 한국이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조선소 확장부터 삼성전기의 10억 달러 규모 스마트폰·전기차 핵심부품(MLCC) 공장 증설 검토까지, 한국 기업의 필리핀 진출 러시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관광지로만 여겨지던 필리핀이 새로운 경제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은 탄탄한 내수 기반이다. 1억1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와 중산층의 부상으로 강력한 소비 시장이 형성됐고, 해외 근로자가 보내온 송금액이 지속해서 늘면서 가계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콜센터와 데이터 처리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며 GDP의 60%를 차지하는 등 필리핀 경제를 이끌고 있다. 유니나 망요 필리핀상공회의소(PCCI) 회장은 "한국은 필리핀의 가장 소중한 경제 파트너 중 하나다. 인프라 금융, 무역 촉진, 디지털 금융 솔루션, 지속가능 금융 이니셔티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이 함께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면서 "금융 부문 간 가교 역할을 통해 이번 포럼을 넘어 양국 간 무역과 투자 흐름이 한층 강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은 한국 금융 부문과의 협력을 더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오늘 이 자리가 양국의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주는 협력의 초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유프로시니오 M. 베르나베 주니어(Eufrocinio M. Bernabe, Jr) 필리핀 재무부 차관보는 "우리가 마련한 중기 재정 프로그램은 견실한 재정 및 경제 기반을 다져 더 빠르고 멀리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면서 "성장 촉진형 재정 통합 전략으로 필리핀은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여나가고 있다. 동시에 장기적인 투자를 재원으로 확보하여 경제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득을 높이고, 빈곤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필리핀은 2028년까지 800만 명의 빈곤 탈출을 목표로 포용적 성장과 안보라는 큰 목표를 갖고 경제 자유화, 자본시장 강화, 수자원 개발 현대화, 행정 절차 간소화 등 다앙한 개혁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모든 파트너와 함께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한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더 빠르게 달리고, 더 멀리 뻗어 나가며, 더 높이 비상하자"고 했다. 필리핀의 성장을 이끈 각종 인프라 투자와 외국인 투자 뒤에는 성장 기조를 이어가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이 있었다. 2021년 CREATE법을 제정해 법인세를 30%에서 25%로 인하했지만, 복잡한 인센티브 체계와 행정 절차 지연 등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2024년 CREATE MORE법을 새로 제정해 세제 혜택을 대폭 강화하고 투자 절차를 간소화했다.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확대, 지방세 최대 2% 고정에 이어 외국인 전문 인력을 위한 특수비자 제도까지 신설했다. 이처럼 법인세 인하에 더해 다양한 행정 및 세제 인센티브가 결합하자 외국인 투자 유치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보다 확실하게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