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경영권 분쟁 속 재정비 본격화…"콜마비앤에이치 생명과학 전문기업 전환"
콜마그룹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남매 갈등에서 오너 1세와 2세의 충돌로 커진 가운데, 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가 본격적인 계열사 재정비를 예고했다. 콜마홀딩스는 건강기능식품 위탁개발생산(ODM) 기업인 콜마비앤에이치를 생명과학 전문기업으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최근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부진한 실적 개선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재정비의 신호탄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다만, 윤 부회장의 여동생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콜마홀딩스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가치 사업' 기회를 모색해 그룹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콜마, HK이노엔 등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데 비해 콜마비앤에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판단이다. 기존 한국콜마,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는 각각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에서 핵심 역량을 집중하며 그룹의 3대 성장축 역할을 해 왔다. 다만 콜마비앤에이치만 고전을 겪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2024년 연결 기준, 전년 대비 6.2% 증가한 61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3년 302억원에서 2024년 246억원으로 19%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누적한 매출은 1849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10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5%, 영업이익은 14.9% 감소했다. 실적뿐 아니라 기업 가치 측면에서도, 콜마비앤에이치 시가총액은 2020년 8월 2조1242억원에서 2025년 6월 4259억원으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7만원대에 달했던 주가도 1만원대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콜마홀딩스 측은 "콜마비앤에이치 주력 사업 재편과 함께 경영 정상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본연의 사업에 소홀했다는 점을 짚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2024년부터 윤여원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윤동한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하며 책임경영을 강화한 바 있다. 2024년 전체 매출에서 건강기능식품 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4.8%이며, 화장품 사업 42.4%, 기타 사업 2.8% 순이다. 콜마홀딩스에 따르면, 이 중 '콜마생활건강'은 콜마비앤에이치의 화장품 및 일반식품 도소매 자회사로, 윤여원 대표가 독단 추진했던 사업이다. 콜마생활건강은 최근 5년간 매년 적자가 이어졌고 누적 적자 규모는 100억원을 넘겼다. 또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 자회사 '에치엔지'가 케이비랩에 부당 인력을 지원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사항도 문제 삼았다. 그룹 내 관계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첫 사례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위험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케이비랩은 윤여원 대표가 100% 주식을 보유했던 개인회사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지난 4월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은 콜마비엔이치 이사회 재구성을 목적으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이후 윤동한 회장은 '남매 경영'을 강조하며 화장품·제약 부문은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장녀 윤여원 대표가 맡고 있는 현 체제를 강조했으나, 윤동한·윤상현 부자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윤동한 회장은 장녀 윤여원 대표의 '독립 경영'을 공개 지지하며 갈등이 심화됐고, 윤동한·윤여원 부녀 측은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녀 측은 "사내이사 선임 절차는 물론, 콜마그룹 경영질서 훼손, 특정 개인의 영향력 확대 등의 우려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7월 2일 오후 4시 20분 대전지방법원에서윤상현 부회장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에 대한 윤여원 대표의 가처분 신청 심문이 진행되며, 추후 해당 임시 주총이 열릴 경우,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각각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진다. /이청하기자 mlee236@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