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려 속 온라인 개학…텅 빈 교실, 교사는 '구슬땀'
[르포] 우려 속 온라인 개학…텅 빈 교실, 교사는 '구슬땀' [메트로신문 이현진 기자] 9일 찾은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무실. 여느 때라면 학생들로 가득 찬 교실에서 수업했을 박준호 교사가 교무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11시 40분 3교시 영어 수업에서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만나기 위해서다. 박준호 교사의 자리에는 3대의 컴퓨터가 놓여있다. 데스크톱과 노트북으로 수업 내용 송출과 자료 체크, 학생 관리 등이 거의 이뤄지지만, 학생 질문이 이어질 상황을 대비해 개인 태블릿 PC를 마련했다. 박준호 교사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수업이 아니다 보니 이른바 '온라인 대피처'를 통해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소통할 매개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급작스럽게 온라인 순차 개학을 결정하면서 학생·학부모·학교 모두의 우려 속에서 9일 고3·중3이 '화면 속' 선생님을 만났다. 코로나 19 여파로 이뤄진 온라인 개학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날 만난 박준호 교사 역시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자부하면서도 긴장한듯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 게시판에 적힌 '과제물 이수자' 목록을 응시했다. 인헌고는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해 원격수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구글 클래스룸은 구글이 제공하는 학습 관리 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이다. 간편한 로그인, 많은 도구 연결 활용, 저장용량 무제한 제공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학생 출결 관리도 함께 이뤄진다. 이날 9시 반, 나병학 교감의 안내로 이뤄진 '온라인 강의' 수업 시연에 따르면, 9시 40분 정각에 시작하는 수업의 경우 30분부터 10분간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출석을 체크한다. 학생들이 출석 체크를 마치자 교사의 모니터에는 출석한 학생과 출석하지 못한 학생의 수가 그래프로 나타난다. 박준호 교사는 출석 체크를 과제물 제출로 대체했다. 교사가 설정해 둔 시간 안에 학생들이 퀴즈(과제물)를 풀어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된다. 학생 22명 전원이 참여한 오늘 수업은 고3 수험생이 오는 12월 치를 '수능' 특강 과목이다. 강의는 EBS 강의를 들으며 과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콘텐츠 활용 수업에 이어 과제 수행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해 과제를 수행하고 실시간으로 구글 클래스룸 게시글을 통해 질문했다. 박 교사의 모니터에는 학생들의 질문이 담긴 카카오톡 창도 다수 열려 있었다. 학생들과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연신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던 박준호 교사는 "주로 구글 클래스룸 게시판에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학습 관련 질문을 하지만, 카카오톡 연락망을 통해 PC 등 시스템상 문제의 해결책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헌고는 교과협의회를 통해 교과별로 수업 방식을 결정토록 했다. 학생·학부모들은 '쌍방향 원수업'을 기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EBS 강의로 채우는 학교가 많다. 인헌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학년 25여 개 교과목 중 3개 교과목만이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으로 진행된다. 나머지는 모두 콘텐츠 활용 후 과제를 수행하는 혼합형 수업 방식이다. 나병학 교감은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은 민간 프로그램까지 능숙하게 다루지만, 연배가 있는 교사들은 원격수업은 물론이고 LMS도 처음 접하는 개념"이라며 "교사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콘텐츠 강의를 활용한 뒤 과제 수행과 토론 등을 하는 혼합형 수업 방식이 전체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글 클래스룸의 경우,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IRS)의 e학습터와 EBS의 'EBS 온라인클래스'와는 다르게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진도율이 확인할 수 없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화상강의가 아닌 콘텐츠 강의의 경우 학생 본인이 강좌를 직접 들은 게 맞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이에 대해서는 "과제가 그날의 강의와 연동돼 있고, 과제를 마감해야만 해당 수업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강의를 중간에 보지 않은 학생의 경우 과제 이수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충분히 학생들의 참여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학생뿐 아니라 일부 일선 학교에서도 교육부의 급작스러운 온라인 개학 결정과 인프라 부족, 원격수업 지원 시스템의 불안정 등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개학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인헌고 교사와 학생들은 구글 클래스룸 활용에는 능숙함을 보였다. 2012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인헌고가 지난해부터 구글 클래스룸 활용을 검토하면서 그간 관련 교육과 시범운영 등을 거쳤기 때문이다. 나병학 교감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학생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구글 클래스룸 도입을 준비해왔고, 이를 위해 지난 1월에는 학내에 100개의 크롬북을 마련해 교사 연수도 마친 상태였다"면서 "크롬북은 온라인 개학 준비 과정에서 차상위계층 학생 44명에게 대여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컴퓨터 오류 등의 대처에 미흡한 학생들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김병학 교감은 "수업 과정에서 학생 개인 컴퓨터에 에러가 발생했을 시, 원격으로 컴퓨터 시스템 장애를 해결해주는 원격 도움 서비스가 이뤄지면 온라인 강의가 더욱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정부나 일선 학교뿐 아니라 삼성이나 LG 등 기업의 도움도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 사회 전체가 관심을 두고 해결방안을 마련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