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1> 도심 속 전통의 여유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도산공원
강남은 차갑다. 골목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강북 지역과 달리 사각형 모양으로 구획돼 있는 강남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인공적인 느낌이 든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도 숨막히는 기분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강남 한 가운데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전하며 휴식과 여유를 전하는 곳이 있다. 지하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에 있는 호림박물관 신사분관과 도산공원이다. 호림박물관은 민족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설립된 사립 박물관으로 호림 윤장섭 선생이 설립한 성보문화재단에서 운영한다. 1982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본관을 개관했으며 200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신사분관을 개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신림본관은 문화유산 수집·연구·전시 등 박물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사분관은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기획전시로 한국의 전통문화유산을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호림박물관 신림분관(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7)을 찾아갈 수 있다. 도자기와 빗살무늬토기를 모티브로 한 건축물이 인상적이다. 총 4층으로 된 박물관은 2층부터 4층까지를 전시실로 이용하고 있으며 1층은 뮤지엄 숍과 휴게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는 호림박물관이 보유한 명품 문화재를 만날 수 있는 '호림박물관 명품 100선전(展)'과 조선시대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조선의 디자인Ⅲ_반닫이전(展)'이 열리고 있다. 두 전시 모두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호림박물관 명품 100선전'은 호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 중 명품으로 일컬을 만한 것을 엄선해 소개하는 기획전이다. 삼국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염원을 담은 상형토기,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불교미술, 그리고 우리나라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금동탄생불(보물 808호), 금동대세지보살좌상(보물 1047호), 그리고 수월관음도, 분청사기상감연판문개 등의 문화재가 전시되고 있다. '조선의 디자인 III_반닫이전'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목가구를 통해 선조들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다. 평안도·경기도·강원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 등 지역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반닫이를 한 자리에 모았다. 호림박물관은 간송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과 함께 서울의 3대 사립 박물관으로 일컬어진다. 호림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획전의 특징에 따라 매번 전시실을 리뉴얼한다는 것이다. 단조로운 전시에서 벗어나 관람객에게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음달 중순부터는 한국 근대회화를 중심으로 한 기획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호림박물관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의 향취를 느꼈다면 인근에 있는 도산공원에서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다. 호림박물관을 나와 강남 특유의 세련된 건물들 사이를 지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산공원과 만날 수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공원이다. 1973년 11월 10일 개관한 이곳에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묘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안치돼 있던 부인 이혜련 여사의 유해를 함께 안장해 그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공원 내에 있는 도산안창호기념관에서 사진, 서한, 임시정부사료집, 일기 등을 통해 도산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강남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도산공원은 삭막한 도시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호림박물관 - 관람시간: 오전 10시30부~오후 6시 - 관람료: 일반 8000원, 청소년·장애인 5000원, 경로우대 5000원 - 휴관일: 매주 일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