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리뷰-타짜: 신의 손]속편 딜레마에 맞선 최선의 결과물
전작 그림자 지우는 화려한 스타일 영화의 속편은 안전하면서 동시에 위험한 시도다. 전작의 인기를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다는 점, 그러나 전작에 못 미칠 경우 다른 작품들보다 더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은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 정설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3일 개봉한 영화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도 다른 속편들과 같은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다. 2006년 개봉한 '타짜'(감독 최동훈)가 워낙 뛰어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개성 뚜렷한 캐릭터들, 짜임새 있는 스토리, 여기에 성인 취향의 액션과 멜로 라인이 적절하게 녹아들어 전국 684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동훈 감독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타짜'와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타짜-신의 손'의 가장 큰 과제였다. 속편의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강형철 감독이 꺼내는 해결책은 바로 전작과 아예 다른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타짜-신의 손'에서는 영화의 스토리보다 영화의 스타일이 더 눈에 들어온다. 특히 편집, 미술, 조명 등 영화 기술적인 부분을 유난히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세련된 분위기부터 음침한 분위기까지 각기 다른 콘셉트로 등장하는 하우스는 대길의 성장 과정과 맞물리면서 영화에 볼거리를 더한다.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 그리고 동식(곽도원)에게 쫓기는 대길의 모습을 대길의 시점으로 담은 장면 등도 전작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빠른 편집으로 담아낸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가 147분의 러닝타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써니'에서 만날 수 있었던 복고적인 감성도 녹아 있다. 최승현이 연기한 주인공 대길의 학창시절 모습이 그렇다. 서울로 상경한 대길이 매혹적인 팜므파탈 우사장(이하늬)과 벌이는 애정 신을 팝송으로 담아낸 것, 그리고 나미의 '빙글빙글'을 배경으로 한 카체이싱 장면 등에서도 강형철 감독만의 색깔을 잘 느낄 수 있다. 캐릭터의 매력은 전작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최승현, 신세경이 연기한 주인공 대길과 미나보다 조연급 캐릭터인 동식 역의 곽도원, 우사장 역의 이하늬가 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8년 만에 고광렬로 돌아온 유해진은 삭막해질 수 있는 영화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으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타짜-신의 손'은 현란한 기교는 때때로 전작을 지우기 위한 과도한 몸부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전작을 떠올리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다. '타짜-신의 손'은 속편의 딜레마에 대한 강형철 감독의 최선의 결과물이다.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