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기, 중국 첨단산업-1.전기차 시장]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속 이동...최대 제조-내수-수출국으로
세계 경제를 제패(制覇)하겠다는 중국의 호언장담이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 수준이었던 중국은 이제 가성비를 무기로 전기차에서부터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분야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메트로경제신문>은 해외 산업 분석 전문기관인 '시드원'과 공동으로 약 10회에 걸쳐 중국의 첨단산업 분야를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지난 4월 열린 베이징 국제 모터쇼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모터쇼 현장에서는 독일 폭스바겐, 미국 GM, 일본 토요타 등 기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부스보다 BYD, 리샹,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 부스에 관람객이 몰렸다. 3000만~5000만원대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를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다. ◆중국 신에너지차 1649만대, 신차 시장 절반 육박 2025년 중국의 신에너지차(NEV.PHEV) 판매는 1649만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 3440만대의 48%를 차지했다. 연말에는 두 달 연속 신에너지차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신차 시장의 절반 이상이 전동화 차량으로 채워졌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가솔린차 중심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판매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5년 중국 내 가솔린차와 디젤차 판매는 전년보다 4%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2027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연간 15~20%씩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석유 기반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내연기관차 수요 감소와 신에너지차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수출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세관총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830만대를 넘어서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중국 자동차 산업은 내수 중심으로 평가됐지만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경쟁자로 자리 잡았다. ◆정책·배터리·소프트웨어가 만든 전기차 경쟁력 중국이 전기차 강국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정책, 배터리,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함께 작용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며 시장을 키웠고 이후 의무 판매제, 노후차 교체 지원 등으로 정책 수단을 바꿔가며 전동화 전환을 밀어붙였다. 2020년 제시한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탄소중립 목표도 전기차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끌어올린 핵심 배경이다. 충전 인프라 확대도 소비자 전환을 뒷받침했다. 2024년 말 기준 중국 내 충전기는 1281만기를 넘어섰다. 충전 불안을 줄이면서 전기차 구매 장벽을 낮춘 것이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CATL과 BYD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CATL은 2025년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9.2%를 차지했고 BYD도 16.4%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국 전기차의 원가 우위를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전기차는 유사 성능의 해외 브랜드 차량보다 30~50% 낮은 가격대를 제시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기존 완성차 업체와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 BYD, 니오, 리샹, 샤오펑, 지커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무선 펌웨어 업데이트 기술(OTA)을 통해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차량 소프트웨어를 분기 단위 또는 월 단위로 갱신하면서 소비자 경험을 계속 바꾸는 방식이다. 수년에 한 번 대규모 변경을 거치는 기존 완성차 개발 방식과는 속도 차이가 크다. ◆독자 브랜드 69.5%, 합작사 중심 구도 재편 이 같은 변화는 중국 내 합작사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중국 자동차 시장은 외국 브랜드가 기술을 제공하고 중국 업체가 생산과 유통을 맡는 합작사 중심으로 성장했다. 폭스바겐-상하이자동차, GM-상하이자동차, 토요타-광저우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 국면에서는 중국 독자 브랜드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업체들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독자 브랜드 점유율은 69.5%를 기록했다. 2020년 38%였던 점유율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과거 중국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중국 시장을 장악했던 독일.일본.미국 브랜드의 입지는 30%대로 축소됐다. 2025년 혼다의 중국 판매는 전년보다 24% 줄었고 디이자동차(FAW)-폭스바겐도 4.3% 감소했다. 반면 BYD는 7.7% 성장했고 지리 계열 브랜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합작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전환 속도다. 독일.일본.미국의 대형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가솔린 생산라인과 수십 년간 쌓아온 공급망을 한꺼번에 바꾸기 어렵다. 반면 중국 신흥 브랜드들은 출발부터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설계됐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합작사가 모두 밀려나는 것은 아니다. 광저우토요타는 2025년 75만6000대를 판매하며 전년보다 2.4% 증가했고 포드 차이나는 중국 공급망 활용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2024년 7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결국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합작사의 일방적 몰락이라기보다 전동화 전환 속도와 현지화 역량에 따라 생존 기업과 도태 기업이 갈리는 재편 과정에 가깝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시작된 변화는 결국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문제로 이어진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 배터리 원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역량을 앞세워 외국 합작사를 밀어냈고 같은 방식을 해외 시장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일본.독일 자동차 업계가 마주한 경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은 일시적인 가격 경쟁이 아니라 자동차를 설계하고, 만들고, 판매한 뒤 계속 개선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다. 앞으로의 승부는 전기차 전환 속도와 배터리 공급망,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누가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