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1개월…손보사 진짜 부담은 '기존 실손'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 한 달을 맞았지만 손해보험사의 진짜 부담은 여전히 기존 실손보험에 남아 있다. 새 상품은 보험료를 낮추고 비급여 보장 구조를 손질했지만, 이미 쌓인 1~4세대 계약의 손해율 부담이 단기간에 줄어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은 지난달 6일부터 출시·판매되고 있다. 5세대 실손은 급여와 중증질환 보장을 중심으로 상품 구조를 재편하고, 비중증 비급여 치료는 자기부담률을 높여 과잉 의료이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험료는 4세대 실손 대비 약 30%, 기존 1·2세대 실손 대비 절반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 기존 계약에 남은 '적자' 문제는 새 상품 출시가 기존 실손보험의 적자 구조를 곧바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622만건으로 전년 대비 26만건 증가했다. 보험료수익은 18조원으로 10.0% 늘었지만, 지급보험금은 17조원으로 11.4% 증가했다. 보험금 증가폭이 보험료수익 증가폭을 웃돌면서 보험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손해율도 다시 악화됐다.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101.0%로 전년보다 1.7%포인트(p) 상승했다. 보험료를 올려도 지급보험금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특히 3세대와 4세대 실손 손해율은 각각 120.3%, 115.1%로 100%를 크게 웃돌았다. 새 상품이 앞으로 들어오는 계약의 구조를 바꾸더라도, 당장 손보사 손익을 누르는 부담은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비급여 보험금 증가도 여전히 핵심 부담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17조원 가운데 급여는 7조3000억원, 비급여는 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급여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절반을 넘는 구조다. 근골격계 질환, 통원 비급여주사제, 로봇수술 등 신의료기술 관련 비급여 보험금이 크게 늘면서 실손보험의 손익 악화를 키웠다. ◆ 11월 전환 제도 분수령 5세대 실손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한 상품이다. 중증 비급여 치료는 기존 보장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비중증 비급여 치료는 보장을 합리화해 소비자의 의료 이용 부담과 가격 인식을 높이는 방식이다. 보험료 부담을 낮추면서도 과잉 진료와 과다 청구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손보사 입장에서 관건은 신규 판매량보다 기존 계약의 전환이다. 기존 1~4세대 가입자가 5세대 실손으로 옮겨오지 않으면 고손해율 계약의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의료 이용량이 많거나 비급여 이용 가능성이 큰 가입자는 보장 축소 우려 때문에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료가 낮아져도 실제 계약 이동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는 11월 시행되는 선택형 할인 특약과 계약전환 할인 제도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초기 실손 가입자는 기존 계약에서 불필요한 보장을 제외하고 보험료를 할인받거나, 기존 계약을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하고 일정 기간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전환 유인이 커질 경우 손보사의 고손해율 계약 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지만, 반대로 전환이 부진하면 실손보험 손익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은 신규 계약의 손해율을 낮추는 데 의미가 있지만 기존 세대 실손의 손해율 부담을 바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며 "11월 전환 할인 제도 이후 실제 계약 이동이 얼마나 나타나는지가 손보사 실손 손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형기자 gh47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