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못 판다"…포장재 부족에 식품업계 비상
식품을 만들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장재 부족 때문이다. 라면과 과자, 음료, 냉동식품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비닐과 필름, 페트(PET) 용기 없이는 출하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포장재를 만드는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13개 단체는 최근 공동 건의서를 통해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포장재 재고는 약 2주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들은 원료 우선 공급과 비용 지원, 규제 완화, 통관 절차 개선 등을 요구했다. 문제의 출발점은 원유다. 비닐과 페트 용기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가공해 만든다. 하지만 중동 지역 불안으로 원유 수급이 막히면서 나프타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 들어온 중동산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입항한 물량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신규 유입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현재는 기존 재고로 버티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가격 상승과 재고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비닐 가격은 올해 초보다 약 40% 상승했고, 주문은 밀려 있지만 물량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식품업계는 통상 1~3개월 정도 포장재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부 품목은 더 빠듯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5월이 1차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라면과 과자, 냉동식품처럼 비닐 포장 비중이 높은 제품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업체는 재고 상황에 따라 비주력 제품 생산을 줄이고, 남은 포장재를 주력 제품에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식과 배달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플라스틱 용기 가격이 30% 이상 오른 데다,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포장재 표시 규제를 한시 완화하고 대체 포장재 사용을 허용하는 조치를 내놨다. 다만 업계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원료 확보와 비용 지원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상황은 원가 부담을 넘어 공급 자체를 좌우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포장재가 부족해지면 제품 생산이 아니라, 출하가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