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끄고 냉동실 연다… '프리미엄 RMR' 전성시대
#. 배달앱을 켜고 치킨 한 마리에 사이드 메뉴, 배달비까지 더하니 어느새 3만5000원. 직장인 A(39)씨는 앱을 닫고 냉장고에서 1+1 행사때 구매한 냉동 순살치킨을 꺼냈다. 고물가와 배달비 부담에 지친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끄고 냉동실을 열고 있다. 과거 '대충 때우는 가성비 한 끼'의 대명사였던 가정간편식(HMR)이 유명 맛집의 맛과 감성을 그대로 옮겨온 '프리미엄 미식 RMR'로 진화하면서 외식을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집밥이 절약의 수단을 넘어 전문점 수준의 미식을 즐기는 '홈 다이닝'이라는 새로운 문화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 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7년 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 수준으로 두 배나 커졌으며, 올해는 7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양적 성장 뒤에는 단순한 양 확대를 넘어선 '질적 구조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국내 간편식 시장에서 냉동 제품의 비중은 2022년 52%에서 2023년 56%, 2024년 58%로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최소한으로 가공된 냉동 식품이 영양,맛,보관 그리고 환경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 고도화로 원물의 식감과 풍미를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게 되면서 유명 식당의 메뉴를 온전히 구현해야 하는 RMR 제품 대부분이 냉동 유통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 기조가 '외식의 내식화'로 굳어지자 식품 대기업들은 기존 간편식 브랜드의 서브 라인에 머물던 제품들을 독립적인 프리미엄 전문 브랜드로 격상시키며 고부가가치 시장 선점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메가 히트 상품이었던 '소바바 치킨'을 기존 '고메' 브랜드에서 분리해 독립적인 치킨 전문 브랜드 '소바바'로 전격 출범시켰다. 외식이나 배달로만 소비되던 후라이드·배달 치킨 수요를 내식 시장으로 완전히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성장세가 가파른 국내 딤섬 시장을 겨냥해 정지선 셰프를 앞세운 프리미엄 '고메 딤섬'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외식 전문점 수준의 고품질 카테고리를 구축하고 있다. 하림 역시 프리미엄 국물요리 라인업의 패키지를 스탠딩 파우치 형태로 효율화하고 영하 35도 급속 냉동 기술을 앞세워 'The미식(더미식)' 브랜드를 통한 프리미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외식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자,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한 '올반' 삼계탕 간편식 라인업을 다변화하며 보양식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실제 이들의 보양 간편식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하며 고물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편의점 매대 역시 이러한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기존의 2000~5000원대 PB 도시락이 '가성비'를 무기로 직장인들의 점심 수요를 책임졌다면, 최근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빅3는 미슐랭 식당, 노포, 유명 셰프의 IP를 활용한 6000~9000원대 프리미엄 RMR 라인업을 전면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RMR 시장의 폭발은 전통적인 외식 기업들의 사업 영토마저 바꾸고 있다. 매장 좌석 수와 영업시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에 갇혀 있던 노포와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자체 RMR 브랜드를 리테일 채널에 입점시키며 실적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인 제너시스BBQ 그룹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가정간편식 중심의 유통사업부문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해당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성장했으며, 판매 채널 역시 마켓컬리를 비롯해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 등 온·오프라인 전방위로 넓히는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식 기업 입장에서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 전국 단위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고, 제조·유통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IP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라며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압박 속에서 RMR은 식품·외식업계 모두에게 마진율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고부가가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