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커버스토리] 중대형 전기트럭 보조금 지급…현장과의 간극은 여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은 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 3년 여간 침체된 세계 전기차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정부가 친환경 상용차 전환을 위해 '전기 상용차 보조금 지원'을 시작했다. 다만 일각에서 보조금 폭탄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반면 실수요자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탄소저감 정책의 실효성 등을 위해 적극적 정책지원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화물차 보조금 첫 제도화…현장은 '글쎄' 중대형 전기화물차가 2026년부터 국가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며 제도적 틀은 처음 마련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 도입의 의미와 실제 시장에서 체감되는 변화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조금이 책정됐지만, 실질적인 전환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확정하고, 국토부 차급 기준 중형(적재중량 1.5~5톤)과 대형(5톤 이상) 전기화물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중형급에는 최대 4000만원, 대형급에는 최대 6000만 원의 국비 보조금이 책정됐다. 소형 전기화물차 중심이던 상용차 전동화 정책이 중대형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변화는 분명하다. 하지만 중대형 전기화물차 시장의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가격 구조다. 중대형 전기화물차는 차량 가격이 수억 원대에 이르며, 최대 보조금을 적용하더라도 기존 내연기관 화물차와의 가격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 중대형급 전기 화물차를 기준으로 보면, 5톤 적재 카고 내연기관 차량은 약 8000만~9000만원 수준인 반면, 최대 보조금 적용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삼원계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화물차는 차량 가격이 3억 1000만 원을 웃돈다. 여기에 중앙정부 보조금 최대 60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최대 6000만원을 모두 적용하더라도 1억 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남는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시장에서의 선택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물류기업 도입 증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주요 물류 업체들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류비 증가로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화물차와 같은 영업용 차량은 내연기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과거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물류 대란을 겪은 물류 업체들은 유가 상승 등의 리스크를 떨쳐내기 위해 전기차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동화에 대한 관심과 구매 수요는 존재하지만, 현행 보조금 체계만으로는 전환을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동화 투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떠안고 있는 제조사다. 타타대우는 정부의 2050 넷제로 목표에 맞춰 자체적인 2045 넷제로 로드맵을 수립하고, 수천억 원 규모의 개발비를 투입해 중대형 전기화물차 개발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보조금 정책과 시장 현실 간 괴리로 친환경차의 판매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평균 온실가스 배출 기준 초과에 따른 과징금 리스크까지 동시에 안게 됐다. 전동화 보급 정체와 규제 리스크가 맞물리며, 선제적 전환 노력이 오히려 경영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수입차 업체 중 유일하게 국내 시장에 대형 전기 트럭을 공급하고 있는 볼보트럭코리아도 보조금 문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지난해 대형 전기트럭 '볼보 FH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FH 일렉트릭은 세계 최초로 양산된 대형 전기트럭이자 글로벌 판매 1위 모델이다. 저소음·무배출 전기구동 시스템에 최대 출력 490㎾의 힘을 뿜어내 44t 운송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생산된 삼성SDI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투입됐는데, 1회 충전에 최대 300㎞를 달릴 수 있다. 볼보트럭코리아의 경우 기업과 일반 소비자 층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대형 전기트럭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친환경 중대형 트럭 보조금 구조 개선 필요 수소전기트럭은 초기 시장 형성과 인프라 구축을 고려한 지원 구조가 적용되는 반면, 중대형 전기화물차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조금 비율이 적용된다. 동일한 무공해 범주 안에서도 기술 방식에 따라 정책 효과와 시장 진입 여건에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다. 제도의 강제력 역시 제한적이다. 공공기관 친환경차 의무구매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중대형 화물차 영역에서는 실질적인 제약이나 강한 페널티가 작동하지 않는다. 제도적 요구는 존재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구매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조금 정책은 제도적 틀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과는 여전히 상당한 괴리를 안고 있다. 보조금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보조금이 실제 구매와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냐는 점이다. 현행 대당 보조금 규모로는 내연기관 화물차와의 가격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고, 최소한 현재 수준의 두 배 이상은 돼야 실질적인 구매 결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평균 온실가스 배출 기준 초과에 대한 규제 페널티까지 동시에 적용될 경우, 중대형 화물차 전동화는 더욱 속도를 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전환 초기 단계에 있는 중대형 전기화물차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최소한 중대형 화물차에 한해서는 전동화 전환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를 때까지 규제 페널티를 유예하는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조금 확대와 규제 완화가 함께 작동하지 않는 한, 중대형 전기화물차 전환은 본격적인 시장 단계가 아닌 제한적인 시범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정부가 중대형 전기트럭에 대한 보조금 지원에 나선점은 반가운 부분이다"면서도 "차량 대수와 지원 금액 등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소차는 총 1만5000여대에 육박하는데 90%가량이 경유와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이라며 "노후 디젤 화물차 1대를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승용차 100대를 대체하는 수준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만큼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