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화해 무드 가는데...신용등급 'C'학점 받아 든 기업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기업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기업들이 신용등급 강등 공포에 떨고 있다. 석유화학과 2차전지, 건설, 철강, 항공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다. 신용 등급 하락 기업이 늘어나 '도미노 부도' 등으로 이어진다면 이미 부동산 부실, 가계 부채 증가, 내수 부진 등으로 체력이 허약해진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 7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과 하나증권에 따르면 1일 기준 '부정적' 및 '하향검토'(BBB- 등급 이상, 무보증 선순위채, 보험지급능력평가 기준) 등급전망을 받은 곳 31개사 중 7개사가 석유화학 업종이다. LG화학, 한화솔루션,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여천NCC, HD현대케미칼, SK어드밴스드 등이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비에스한양, 현대엘리베이터, 한솔홈데코, SK디앤디, 제이알글로벌리츠 등 건설 및 부동산 투자 관련 기업도 7곳이나 된다. 2차전지 업종에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부정적'정 전망을 받았다. 석유화학·건설·2차전지 업종에 대한 경고음은 한층 짙어졌다. S&P는 중동전쟁과 관련해 "정유사는 더 높은 운전자본 수요에 직면할 수 있고, 화학 기업들은 원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신용도에 추가적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S&P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올해 포스코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부정적'으로 낮췄다. 석화 및 건설업계의 신용등급 하향은 다른 한계기업의 자금 경색으로 번질 수 있다. 신평사들은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해 정기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할 예정으로, 석화기업 신용등급 하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계기업에 내준 대출(신용)에서 석화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5%에서 2024년 14.0%로 증가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금리가 상승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된다. 가뜩이나 매출이 줄고 부실이 늘어 신용 등급이 낮아지는 건데, 기업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늘면 투자심리가 악화돼 등급이 높은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5~6월에만 11조4402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물량이 쏟아지는데 기업들은 신규 회사채 발행(차환발행)을 통해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투자적격 등급인 AA―급 회사채 금리도 이날 기준 4.249%로, 중동전쟁 직전인 2월 27일 3.637%에서 큰 폭으로 뛴 상태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리 기조에 변동이 있을지 여부도 향후 하반기 기업 신용 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은 금리 동결 또는 인상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며 "새로운 리더를 맞이한 한국은행도 같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한다면 기업의 재무 부담 가중 등 신용 등급이 낮아지는 추이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