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지분 9.04% 확보…수은 이어 2대 주주 등극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9%대로 확대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KAI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대한민국 안보 역량을 높이고, 우주·항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한 행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일 공시를 통해 KAI 지분 6.5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연말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힌 계획을 조기에 달성한 것이다. 한화시스템도 125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을 1.53%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HAUSA)가 보유한 지분 1.01%를 포함해 총 9.04%의 KAI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한국수출입은행(26.4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분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KAI 지분을 9.97%까지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15일 KAI 종가 14만76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다. 계획대로 추가 매입이 이뤄질 경우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12%를 넘어서게 된다. 한화는 앞서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공시한 바 있다. 한화는 이번 지분 확대의 목적을 대한민국 안보 증진과 미래 산업인 우주·항공 분야의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 산업 생태계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우주산업은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민간 주도 경쟁이 본격화되며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과 규모의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우주·항공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고 복수 기업의 중복 투자로 개발과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는 30년 이상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 발사체, 지상방산 분야에 투자해 왔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로, 위성 개발과 공중전투체계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역량이 결합될 경우 중복 투자를 줄이고 우주·항공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항공기 수출 경쟁력 강화도 지분 확대의 주요 배경이다. KAI는 T-50 훈련기와 FA-50 경공격기를 앞세워 동남아와 중동, 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다만 항공기 사업은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구조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출 물량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해외 고객들은 기체 단독 구매보다 엔진, 항전장비, 무장체계를 포함한 통합 패키지와 핵심 기술 이전, 공동개발 조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납기, 기술, 후속지원 등 공급망 전반의 협상력과 통합 대응 역량이 수출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는 KAI와의 협력을 통해 공동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 해외 수출을 위한 공동 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항공엔진 개발 역량과 KAI의 완제기 플랫폼을 연계할 경우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수출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