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發 MBK 책임론 확산…불거진 PEF의 그림자
홈플러스 회생 절차를 둘러싼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의 공방이 격화하면서 사모펀드(PEF)의 책임 경영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 인수 과정에서는 공격적인 차입과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책임을 시장에 떠넘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MBK를 향한 책임론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방식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고개 들고 있다. ◆"수익은 사유화, 손실은 사회화"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추가 공개 입장문을 내고 김병주 MBK 회장과 MBK파트너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19일 메리츠금융은 "긴급한 운영자금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기업에 대한 긴급대출 시 부실경영 책임자들에 대한 보증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회생 가능성을 자신한다면 지급보증을 거부할 이유가 없고, 재무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에 상응하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금융은 1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금융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김 회장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며, MBK가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고 대응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꼬집었다. 메리츠금융은 MBK파트너스가 스스로를 동북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PEF)로 소개해 왔으며, 운용자산(AUM)은 약 325억달러(약 50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창업자인 김 회장에 대해서도 포브스가 집계한 2026년 한국 부자 순위 2위에 오를 정도로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추정 자산은 99억달러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MBK는 2025년말 기준 대표 4개 펀드(3, 4, 5, 6호)에서 지난 10여 년간 총 4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금융은 "MBK는 해당 펀드 운용을 통해 약 3억달러의 관리보수와 약 5억달러의 성과보수 등 총 8억2000만달러, 약 1조2300억원 규모의 보수를 수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MBK가 2조5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마치 MBK가 직접 거액의 손실을 부담한 것처럼 시장을 오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금융은 MBK가 주장하는 4000억원 지원금 대부분이 지급보증에 불과하며, 회생개시 이후 실제 현금 투입은 김 회장의 400억원 증여뿐이라고 주장했다. 4000억원 중 2000억원은 회생절차 신청 전 홈플러스가 증권사로부터 차입한 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 보증이며, 1차 긴급운영자금 DIP 600억원과 2차 DIP 1000억원 역시 MBK가 직접 현금을 투입한 것이 아니라 보증을 제공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방을 단순한 채권자와 대주주의 갈등을 넘어 사모펀드 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사모펀드는 본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을 활용하는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피인수 기업에 과도한 재무 부담을 남긴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실제 홈플러스 역시 인수 이후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가 이어졌고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MBK의 경영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기업 체질 개선에 기여한 사례도 있지만 단기 수익 실현 압박이 강할 경우 연구개발(R&D) 투자나 장기 성장 전략이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최우선인 만큼 수익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유인은 크지 않다"며 "현재 국내 사업 비중을 줄이고 일본 시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여서, 국내 여론 악화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경계한 MBK…고려아연으로 번진 논란 MBK는 최근 솔라스토, FICT, 알테미라홀딩스 등 일본 내 신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의 정밀공작기계 기업 마키노밀링에 대한 인수 작업도 시도했다. 한국에서는 신규 움직임이 줄어든 반면 일본에서는 대형 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MBK의 눈길이 이동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앞서 MBK는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와 아코디아골프 등의 성과를 내며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MBK는 마키노밀링 인수에 실패했고, 배경은 일본 정부의 단호한 선택이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핵심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며 지난 4월 외환 및 외국무역법을 근거로 MBK에 적대적 공개매수(TOB) 중지 권고를 발령했다. 최근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마사키 요시히사 본부장도 한국경제인협회 행사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중심 투자 행태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의 부정적인 측면은 기본적으로 단기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업이 중장기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기업과 함께 중장기 관점에서 성장해 줄 장기 투자자가 더 늘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한국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주목했다. 마사키 본부장은 "고려아연도 국가의 안전 보장을 담당하는 기간 산업이라면, 마키노 사례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동계의 시선도 비슷하다. 고려아연 노조는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연대 성명을 내고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시도를 비판했다. 홈플러스에서 나타난 구조조정과 점포 폐점이 고려아연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고려아연은 반도체·배터리·방산 공급망과 연결된 국가 전략 산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단순 경영권 분쟁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려아연 노조는 MBK를 '약탈적 사모펀드', '거대 투기자본'이라고 규정했다. 그들은 "거대 투기자본의 침탈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싸움은 단순한 기업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안보와 울산 경제의 미래, 한미 경제동맹의 존립과 노동과 산업의 동맹이 흔들리는 절박한 위기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내몰린 점도 언급하면서 '10년 후 고려아연이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MBK의 마키노밀링 인수를 막은 것에 대해 언급하며 '약탈적 사모펀드 방지법'(일명 MBK 방지법)에 대한 입법을 촉구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호주 정부도 중국계 투자자들의 자국 희토류 기업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고자 중국계 주주에게 지분 매각을 명령하는 등 주요국이 전략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