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만 간다]③코스피 재평가는 현재진행형..."8000 넘어 1만피 가능"
"이제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마다 코스피는 고점을 다시 썼다. 4000선에서도, 5000선에서도 버블 우려가 반복됐지만 지수는 결국 8000선을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에도 아직 끝이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잇달아 목표 지수를 상향하면서 코스피 1만 기대감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랠리가 유동성 장세가 아닌 실적 장세라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95% 상승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글로벌 1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세가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코스피 내 외국인 비중은 6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실적 모멘텀과 상법개정 등 증시 체질 개선으로 인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사상 최고치 행진' 안 끝났다..."코스피 여전히 싸다" 코스피가 8000선을 넘어섰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증권사에서도 KB증권이 처음으로 코스피 목표 지수 1만500포인트를 공식화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KB증권은 목표 지수를 7500포인트에서 1만500포인트로 40% 상향 조정했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에도 올해 코스피 장기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7500선이 가능하다는 공격적인 전망을 제시했던 만큼 더욱 주목된다. 당시 코스피가 4000선에 머물렀던 만큼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코스피는 올해 초 5000, 5월 들어 8000선을 넘어섰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 시장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919조원으로 추정되며, 압도적인 실적 개선 전망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 7.9배, PBR 1.8배, 자기자본이익률(ROE) 25%로 아시아 신흥국 평균 대비 30% 이상 할인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한국은 반도체, 전력, 로봇 등 AI 인프라 구축에 최적화된 산업 구조를 확보하고 있어 최근 지수 상승에도 코스피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경기 사이클 붕괴, 금리 급등 등의 명확한 신호가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신호가 약 3~6개월 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KB증권뿐만 아니라 국내외 증권사들이 코스피 목표치를 올려잡고 있다. 현대차증권도 강세장 전망치를 1만2000포인트, 유안타증권은 1만1600포인트를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도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1만피가 가능하다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6500~9500, 골드만삭스는 9000을 잡았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현재 전형적인 실적 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수가 실적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가 8000선을 고지에 뒀던 지난 11일 종가 기준 12개월 선행 PER은 7.95배로 8배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양 센터장은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8000선 후반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변동성 확대가 있더라도 상승 추세 종료가 아닌 상승장 속 기 등락, 매물소화, 과열해소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로 집중되고 있는 주도주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의 주도주가 경기민감주(시클리컬)에서 추세 성장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외 업종에서도 밸류업 정책을 기반으로 구조적인 주주환원 체질 개선이 이어질 경우 증시 재평가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은 장기공급계약(LTA) 비중 확대 등을 바탕으로 기존의 시클리컬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며 "시장이 메모리 산업의 미래 이익(Earnings)을 신뢰하기 시작하면 메모리 업종에도 주가수익비율(P/E) 기반의 밸류에이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코스피 상단을 열어줄 주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모멘텀 확산과 반도체 업황 호황 지속, 2분기 실적 기대감이 작용하는 만큼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올해 가을부터는 변수가 존재한다고 봤다. 이 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좋을 전망이지만, 반도체 업황·실적과 관련 주요 지표들이 가을부터 모멘텀 둔화 양상을 보이며 주가는 가을부터 피크아웃 리스크를 반영할 가능성을 주시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시장의 추가 상승 여력이 실제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실적 체력에 달렸다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 중심의 이익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비반도체 업종으로 확산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만 오른 게 아니다…비반도체도 레벌업 '뚜렷' 전문가들은 1만피의 핵심 배경으로 AI 모멘텀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꼽고 있다. 반도체 수요 증가가 기업들의 '깜짝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증시 체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도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성장세를 기반으로 국내 증시의 경쟁력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은 919조원, 내년 1241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해 91조원에서 올해 630조원, 내년 906조원으로 예상되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비반도체의 성과도 가시적이다. 양 센터장은 "반도체를 넘어서거나 버금가는 주도 산업이 부각되기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반도체와 선순환 관계를 이룰 수 있는 주도 산업 부상 가능성 충분하다"며 "올해는 반도체의 압도적인 실적 전망 상향 조정에 못지 않게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들의 이익 개선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봤다. 반도체를 제외한 영업이익도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기준 전년 대비 45% 이상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신증권은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에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2021년 고점 대비 코스피는 123.9%, 반도체는 252.4%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도 2021년 고점 대비 84% 올랐다는 설명이다. 양 센터장은 "워낙 강한 반도체 상승 흐름으로 인해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약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비반도체 주가 또한 글로벌 증시 중 상위권을 기록 중"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둔화될 경우 코스피 상승 탄력은 둔화되거나 약화될 수 있지만, 하락 추세 반전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국 증시에서 이익 모멘텀이 반도체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글로벌 전반적으로 자본재, 소재, IT하드웨어 업종의 이익 모멘텀이 양호하고, 한국 증시도 자본재 비중이 낮지 않은 편이다. 내수 개선 등으로 인해 금융, 소비재 업종 리레이팅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윤 센터장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4월처럼 급하게 상승할 경우,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은 유가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한 지표"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외국인 수급 방향은? 5월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32조8851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40조9111억원을 순매도했다. 8000피에 닿기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달에도 첫 2거래일 동안에는 약 5조원이 넘는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처분했지만, 이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첫 2거래일 동안 약 6조원 수준의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이후로는 대규모 순매도 태도를 지속했다. 개미들이 외국인의 팔자 물량을 받아내면서 8000선의 고지를 밟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2021년과 비슷한 수급 구도가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개미 설거지 장세'라는 이야기도 언급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미도, 외국인도 이번에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양 센터장은 "2021년 당시에는 지수 레벨업과 함께 12개월 선행 PER은 14배를 상회하며 고평가 영역에 위치했지만, 현재 외국인 매도는 리밸런싱 차원에서 매물 출회로 판단된다"며 "5월 외국인 대량매도에도 코스피 내 외국인 지분율은 38%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당시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은 1월 35.65%에서 11월 30.97%까지 낮아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양 센터장은 "외국인 매도는 시장을 매도한다기보다는 급등한 업종은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가격·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업종을 매수하는 패턴"이라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저평가 업종으로 순매수 전환되고,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고유가 진정·원화 안정으로 외국인 순매수 기조도 돌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실현에 나서더라도 금융투자 매수가 유입될 경우, 주가 영향력 자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4월에도 외국인은 강세를 보여온 조선, 자동차, 건설 등의 업종을 매도하고, 기계, 상사·자본재, 2차전지 등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업종들을 매수하는 양상을 보였다. 당시 반도체를 제외한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두산에너빌리티(1조1309억원), 현대로템(4951억원), 삼성SDI(4749억원), SK이노베이션(3532억원) 등이 포함됐으며,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LS ELECTRIC(1조186억원), HD현대중공업(7441억원), 고려아연(6215억원), 현대차(5755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스피가 예상보다 더욱 강력한 랠리를 재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과거 경기 확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20% 내외 조정이 나왔던 사례들을 보면, 전고점까지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전고점 돌파 후엔 강력한 랠리가 나타났던 사례들이 반복됐다"며 "과거 개인 자금은 4000포인트, 5000포인트, 6000포인트를 돌파할 때 급격히 유입됐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엔 전고점 돌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