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차라리 반수·입대·휴학"…대학은 골머리
대학 "유학생 반 이상 줄었는데 국내 학생도 이탈 조짐" 울상 [메트로신문 이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학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2주로 예정됐던 온라인 강의 대체 기간이 일부 대학에서는 최대 1학기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등록금 환불 요청은 물론이고, 반수나 군대 입대, 휴학을 고민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광운대·동덕여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 등 서울권 대다수 대학이 앞선 온라인 강의 시행 일정에서 2주 추가 연장에 나섰다. KAIST, UNIST 등 일부 대학은 코로나 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한 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도 실습이 필요한 과목이 아니라면,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 안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강의실 수업을 재개하겠단 조건이지만, 학생들로선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대학이 준비 단계부터 콘텐츠 준비에 열을 올렸지만, 학생들의 불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개강이 연기되던 시기부터 시작된 등록금 반환 요청은 최근 더 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실험 수업이 포함돼 다른 학과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예체능·이공계 학생들의 불만은 더하다. 실습 위주로 이뤄져야 하는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커리큘럼을 소화하는 데 불편도 크다. 서울권 여자대학에서 조소(彫塑)를 전공하고 있는 한 학생은 "전공 특성상 직접 보고 만들며 수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며 강의 효율성이 전혀 없다"라며 "대면 강의 진행이 어려워 실습 강의가 불가능하면 실습실 사용료 등 실습에 관련된 비용이라도 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환불 가능성을 두고 학생들 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일부 대학 총학생회는 등록금에 관한 학생 민원이 빗발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학이 코로나 19로 인한 등록금 환불에 부정적 입장인데, 총학은 도대체 뭐하냐며 일부 학생들이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학생 입장을 대변하는 것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반수나 휴학, 군대로 발길을 돌리는 학생도 적지 않다.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전대넷)이 지난달 진행한 '코로나 대응 대학가 대책 관련 전국 대학생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대학생 100명 중 5명이 군 입대 일정 변경을 고려했다. 대학에 적을 두고 다른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반수생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수험생들이 주로 찾는 대입 정보 카페 '수만휘'에는 반수를 고민한다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개강 연기로 이전과 다르게 1학기 휴학을 허용하는 대학이 생기면서 반수를 하려는 대학생이 증가하는 분위기"라며 "대학에 휴학 문의, 학원에는 반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불만과 등록금 환불 주장에 대학은 곤란하다. 경기권 대학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관련 문의가 증가해 대학 홈페이지 내 코로나 19 관련 공지와 문의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놓을 정도"라면서 "등록금 환불과 관련한 문의와 불만이 크게 늘어 '등록금 환불 규정' 중 환불 금액 산정 기간을 기존보다 2주 늘리는 방안으로 학생들을 고려해 주기로 했지만, 이를 게시판에 알리자 학생들 문의가 급증해 오히려 게시글을 삭제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고 귀띔했다. 서울권 대학 관계자도 "코로나 19로 이번 학기를 등록한 유학생 수도 반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학생들의 휴학 문의도 늘어, 대학 재정 악화가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