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정상까지 한참 남았다...저평가 구간 '여전'
코스피가 최근 주춤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 실적 개선 등을 통한 한국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중장기 강세장에 힘을 실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71.18% 급등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3.74% 하락했다. 올해 코스피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만큼 고점 부담 우려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대비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말한다. 최근 급락세를 감안하더라도 코스피의 올해 성적은 주요국 증시에서 가장 아웃퍼폼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코스피는 올해 64.77% 상승하면서 홍콩 항셍 지수(+30.81%), 독일 DAX 지수(+19.21%), 미국 나스닥종합 지수(+19.38%), 일본 니케이225 지수(+26.02)등 주요국 증시 상승률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하지만 올해보다 더 과거와 비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2년 말 대비 코스피는 76.79% 상승한 반면, 나스닥종합 지수와 니케이225 지수는 각각 120.26%, 92.67%씩 올랐으며, DAX 지수도 70.45%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2년 말 대비로는 주요국 증시 상승폭 대비 평균 혹은 평균을 다소 밑도는 수준인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올해 상승률은 압도적이지만 2022년 말 대비로는 주요국 증시와 키 맞추기 수준"이라며 "2023년과 2024년에 국내 증시가 조정 흐름을 이어왔고, 이러한 상승폭을 감안하면 코스피 과열 수준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경제 둔화, 정치 불확실성 및 중국 저가 공세 등으로 저평가됐던 국면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수 성적뿐만 아니라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도 기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의 영업이익의 성장률은 2분기 바닥을 찍고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조선, 방산, 기계 등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 크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로 과거 20년 평균 10배를 상회하고 있다"면서도 "2021년 강세장이나 2023년과 대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이익 성장력을 고려했을 때는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단기 급등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PER과 2026년 EPS 성장률을 함께 그리면 코스피는 내년에도 큰 폭의 주당순이익(EPS) 성장이 전망되지만 밸류에이션은 낮다"며 "내년 EPS 성장률 전망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들은 올해 3분기 프리어닝 시즌부터 반도체 중심의 실적 전망 상향 조정이 빠르게 전개됐다. 더불어 올해 하반기뿐만 2026년, 2027년까지 두 자리수대 이익 증가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2025년, 2026년, 2027년 순이익 증가율 컨센서스는 28%, 28%, 12%에 달한다"며 "반도체 이익의 성장성을 감안할 경우 이익모멘텀이 더 강화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2025년, 2026년, 2027년 이익 증가분을 30%, 50% 하항 조정하더라도 2027년까지 이익 증가세 자체는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7500'까지 전망...내년 GDP 전망도 상향 중 KB증권은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가 장기 강세장을 지속할 경우에는 75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이 '코스피 6000 시대'를 전망한 데 이어, KB증권이 7500선까지 언급하며 가장 파격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KB증권은 50년 한국 증시의 세번째 장기 상승장 시작으로 2026년 코스피 목표치를 5000선으로 제시했다. 2025년 상승장은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환율)'에 따른 밸류에이션 확장과 코스피 실적 사이클 시작으로 1985년 이후 40년 만의 강세장 진입이라는 판단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시장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전 세계 증시(PBR 3.5배) 대비 -60%, 아시아 (PBR 2.2배) 대비 -37%, 일본 (PBR 1.7배) 대비 -21% 할인 거래되고 있다"며 "코스피는 최근 상승에도 향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되며, 코스피의 장기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내년도 성장 전망치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기존 2.0%에서 2.2%로, 한국투자증권은 1.8%에서 1.9%로 각각 상향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1.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1.0%의 성장률을 예상했던 시장 평균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더불어 지난해 1분기(1.2%)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보였다. 정성태 삼성증권은 연구원은 "4분기 이후에도 한국 경제는 잠재 수준의 성장률(분기 0.45%, 연간 1.8% 내외)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도체 수출의 증가 지속 ▲무역 불확실성 해소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등에 따른 교역 여건 개선 ▲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의 완만한 증가 등을 전망했다. 반면, GDP 전망을 하향 조정한 곳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2.2%에서 2.0%로 눈높이를 내렸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3분기에 비해 민간·정부소비 모멘텀이 약화되고, 조업일수 부족(추석)과 무역 불확실성 재점화 영향으로 내수와 수출 신장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이 내년 교역신장세를 일부 제약할 가능성과 예상을 하회하는 수준의 내년 예산 증가율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