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재벌 이야기-프롤로그] 시리즈를 시작하며
"실패란 단어는 없다. 아직 성공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여러분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 2000년 단돈 5000만원으로 시작해 2024년 자산가치 약 25조6960원의 재계서열 19위로 성장한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의 말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경제에 '신흥 재벌'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작년 말 기준)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만 보더라도 신흥 재벌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대기업집단이란,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말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에 특히 발달한 기업경영 형태인 '재벌(財閥, Chaebol)'을 의미한다. 공정위의 2024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지난해보다 6개가 늘어난 총 88군데이며, 이들 집단에 소속된 회사도 작년보다 242개 늘어 3318개였다. 자산 상위 톱10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롯데, 한화, HD현대, GS, 농협 순으로 기존 재벌 서열과 큰 변동이 없었지만 그 뒤를 보면 카카오(15위)와 셀트리온그룹(19위)을 필두로 네이버(23)·쿠팡(27)·하림(29)·넥슨(43)·넷마블(46)·에코프로(47)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BTS·뉴진스 등 K-팝 가수들이 속한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으로는 최초로 공시집단에 지정됐으며 카지노·관광업 주력 집단인 파라다이스, 호텔·관광업 주력 집단인 소노인터내셔널, 노스페이스와 룰루레몬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생산하는 영원 등이 공시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새롭게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이른바 '신흥 재벌'들은 1940~50년대 등장했던 전통적 재벌들과 다른 점이 많다. 과거 재벌들이 봉건시대의 마지막과 자본주의의 태동시기가 얽히는 시대 특성 상 정경유착이나 특혜, 족벌경영 등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2000년대 이후 두각을 나타낸 신흥 재벌들은 새로운 소유 및 지배구조로 과거의 관행과도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 여전히 특정 일가가 다수의 기업을 지배하는 재벌 형태를 띠기도 하지만 새로운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기도 하다. 일부 신흥 재벌은 유럽의 기업들처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도 하고, 불법·편법 상속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이들 신흥 재벌들은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첨단 기술분야에서 새롭게 부(富)와 거대한 조직을 일궜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굴뚝산업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는 흐름을 제대로 읽고, 기회를 잡은 것이다. <메트로경제신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업 정신, 기업가 정신이 우리 사회에 전파되고 확산됨으로써 새로운 기업들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경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신흥 재벌' 기업가들의 성공과 좌절, 역경을 딛고 일어선 과정 등을 심층적으로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