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시대]④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구조적 강세 초입…AI·실적·정책, 오천피 열쇠”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자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유동성만으로 오른 랠리와는 다르다"며 구조적 강세장의 초입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오천피' 진입을 위해선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지속과 상장기업 실적의 가시적 상향, 주주환원·거버넌스 등 밸류업 정책의 동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강세의 동력에 대해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환율)과 자본시장 구조개선, 반도체 이익 상승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랠리는 실적 턴어라운드와 산업정책에 기반한 구조적 강세장의 초기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시장을 단기 반등으로 부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보다 20% 이상의 시가총액 확장 여지는 있지만, 구조적 강세로 보려면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성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곁들였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장세의 본질은 '생산성 장세'로, 미국 인공지능(AI) 가치사슬에 연계된 산업 중심으로 멀티플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1990년대 IT CAPEX 상승기와 유사한 흐름으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말·내년 밴드 '상향'…4500~4600, 우호 시 5000 연말·내년 지수 밴드를 제시한 하우스들은 잇따라 상단을 높이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연말 코스피 밴드를 3600~4050으로 제시했다. KB증권은 연내 3440~4250, 내년 상반기 3800~4950을 제시해 상단을 넓혀뒀다. 신한투자증권은 연말 3200~3700을 제시하며 "단기 변동성은 있어도 추세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4분기 3500~4100을 제시했고, 하나증권은 연말 3200~3950을 제시했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식적으로는 2026년 코스피 밴드를 3300~4100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기업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 내부 전망치는 4400~4600선으로 재산정했다"고 말했다. 최광혁 센터장은 "공식적으로는 2026년 코스피 밴드를 3300~4100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기업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 내부 전망치는 4400~4600선으로 재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 5000은 다소 이르다고 보지만, AI 투자 사이클이 지속되고 반도체·전력기계 업종의 실적이 계속 상향되는 가운데, 대미 투자 이슈나 한미 관세 협상이 긍정적으로 타결된다면 자동차 등 소외 업종까지 상승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가 코스피 상승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봤다. 이후 지난 30일 APEC 기간 중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종의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삼성증권은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의 연간 관세 비용이 약 78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시각도 강세 쪽으로 기울었다. JP모건은 'KOSPI 5000 on the Cards' 보고서에서 "12개월 내 코스피 5000이 유력하며, 강세 시나리오에선 6000도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근거로는 아시아 평균 대비 낮은 PER·PBR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강한 반등, 거버넌스 개선 추진을 꼽았다. 종목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차, 네이버, 신한지주, 삼성물산 등을 최선호로 제시했다. '5000'의 시간표는 견해차가 뚜렷하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수출 전망 상향과 주주친화 정책 동력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5000 도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센터장은 "5000은 중기 시점(2027~2028년)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ROE 개선 ▲AI·로보틱스·바이오 실적 가시화 ▲글로벌 유동성 회복을 전제로 들었다. 김영일 대신증권 센터장은 "글로벌·국내 '폴리시 믹스'가 최소 2026년 상반기까지 대세 상승을 지지한다"고 했고,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1985년 3저 조합과 유사한 환경에 코스피 이익 증가율(2026년 +31% 추정)까지 맞물려 내년 상반기 상단 4950까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오천피 달성의 전제는 경쟁력과 성장성, 정책의 실효성 확인"이라고 강조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2~3년 지평에선 5000이 현실적 목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지배구조 개선과 이익 변동성 완화가 동반돼야 프리미엄 시장으로 전환된다"고 짚었다. ◆주도는 반도체, 확산은 전력기기·원전·조선·증권…'세제·거버넌스'가 레벨업 조건 주도 업종에 대해선 'AI 밸류체인' 공감대가 센터장들 사이세도 견고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전력기기·원전·로봇이 유망하고, 지수 상승이 이어지면 증권 업종의 실적 모멘텀도 강해질 것"이라며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은 올해 282조원에서 내년 368조원으로 약 3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는 3년 연속 순이익 증가 국면으로, 과거 사이클 기준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원전 등 인프라 업종의 중장기 모멘텀은 유효하고, ESS 수요 확대로 2차전지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최광혁 센터장은 "반도체·전력기계에 더해 기업들의 AI 도입 확산으로 IT서비스가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종에 대한 시각은 엇갈렸다. 박희찬 센터장은 "AI 랠리와 반도체 업종의 이익 모멘텀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선, 방산, 뷰티, 증권업과 반도체 등 실적과 정책 수혜가 중첩되는 업종이 대표적인 수혜군"이라고 말하며 자동차를 주요 유망군에 포함하지 않았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는 대표적인 경기소비재 업종으로, 소비 회복이 확인돼야 본격 반등이 가능하다"며 "당시에는 관세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후 한미 무역 합의 후속 협상을 통해 대미 수출용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면서, 완성차 업종의 부담이 완화된 점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는 반도체·조선·방산·증권 등 기존 주도주가 시장을 이끌겠지만, 악재가 선반영된 자동차·바이오 등 소외주의 비중 확대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수급의 축은 '외국인+연기금'으로 모인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과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달러 약세와 실적 업종 강세에 힘입은 외국인 순매수 지속"을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박희찬 센터장은 "외국인은 실적에 따라 움직이고, 연기금은 정책적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금융투자 순매수의 상당 부분은 개인 ETF 매수 영향으로 보이며, 정책 변화에 따라 개인 자금 유입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광혁 LS증권 센터장은 "원·달러 하락 흐름이 확인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더 탄력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서치센터장들 "이익·제도 위에 '외국인+연기금'이 버팀목…개인·기관은 변수" 증권가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4000선 이후 추가 상승의 열쇠를 '수급'에서 찾았다. 외국인과 연기금이 구조적 강세를 지탱할 핵심 축으로, 개인과 기관(증권사 포함)은 단기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꼽혔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달러 약세와 반도체·금융 업종의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희찬 센터장은 "외국인은 실적에, 연기금은 정책 방향에 좌우되는 구조"라며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의지가 유지된다면 지수 하방을 지지할 힘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 등 기관 부문은 차익거래 성격이 강해 지수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계도 나왔다. 개인은 ETF 중심의 매수세를 통해 일정 부분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결국 'AI 투자→반도체 실적 상향→밸류업(세제·거버넌스) 실행'의 구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과 연기금이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개인과 기관은 방향성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지목했다. 숫자로 제시된 밴드는 연말 3200~4250, 내년 상반기 3500~4600(일부 하우스 내부 상단 4950)까지 열려 있다. 실적과 제도, 그리고 안정적 수급이 결합될 때 '오천피'의 문턱은 한층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