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선택…삼성·현대차·SK 등 K-제조·AI 경쟁력 톱티어 진입 발판
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국내 기업에 26만장의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AI 칩 공급을 약속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AI 생태계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엔비디아가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경우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양의 최신 GPU를 확보해 AI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신 AI 칩을 한국 정부에 5만장, 삼성·SK·현대차에 각각 5만장, 그리고 네이버에 6만장을 공급한다. 공급 대상 GPU로는 GB200, RTX6000 등이 꼽히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GPU의 수요 폭증에 따라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AI 칩을 대량 확보한 것으로 국내 기업들의 향후 기술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설립해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반도체 생산 효율을 강화한다. 삼성전자의 AI 팩토리는 한국 미국 중국 등에 갖춰진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제조 플랫폼으로 설계된다. 설계, 공정, 운영, 품질관리 등 제조 전 과정을 AI가 스스로 분석하고 최적화해 불량을 사전에 예측하고 공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또 삼성은 AI 팩토리 구축과 함께 엔비디아에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하며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한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6세대 HBM4, 그래픽용 D램 GDDR7 등이 주요 공급 품목이다. SK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위한 AI 팩토리를 국내에 구축한다. AI 팩토리는 제조 AI 클라우드, 울산에서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 엔비디아 GPU 기반의 AI 산업 클러스터다. SK그룹은 2027년을 목표로 울산에 100메가와트(MW) 규모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메모리 주요 파트너로, 최근에는 6세대 HBM4에 대한 공급 협의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선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 도입을 통해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 기술 혁신에 속도를 높인다. 양사는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를 투입해 'AI 기술센터'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피지컬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 또 현대차는 2027년 말부터 양산하는 차량에 적용할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도 가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원가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공장에서 쓰이는 휴머노이드·센서에 활용하면 원가 절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블랙웰 GPU를 활용해)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첨단 모델을 활용해 개인화된 디지털 어시스턴트, 지능형 인포테인먼트, 적응형 컴포트 시스템 등 혁신적인 차량 내 AI 기능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성능을 바탕으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차세대 안전 기능, 몰입감 있는 차량 내 AI 경험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해 반도체, 조선, 에너지 등 국가 주력 산업에 AI 인프라를 공급할 방침이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기술을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아이작 심' 등 플랫폼과 결합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