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이 노년에 부친 진혼곡…'당신-꽃잎보다 붉던'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이의 슬픈 시간여행 작가 문학적 연대기 '작가이름, 박범신'등도 함께 출간 "여기, 내 관 속 같아요, 당신! 너무 추억이 많은 집인데.(……)" 가슴이 마구 무너진다. 당신, 이런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 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본문 266~267쪽) '영원한 청년 작가' 박범신이 신작 장편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을 문학동네에서 펴냈다.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그가 이번에 파고든 주제는 노년, 기억, 죽음, 애도 그리고 사랑이다. 현재 시점에서 치매에 걸린 노부부 윤회옥과 주호백이 살아온 과거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오가며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만 '당신'의 사랑을 달래고 기리는 진혼곡으로 씌여졌다. 박범신은 주인공이 지난 삶을 회고하듯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문학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과 '박범신 중단편전집'(전7권)도 함께 펴냈다. '작가이름, 박범신'은 작가의 제자이자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인 박상수가 엮었다. 박상수는 뜨거운 열정과 좀처점 잦아들지 않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매번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걸작들을 선보였던 박범신 문학적 일평생을 묶어냈다. 1973년 중앙일보로 데뷔, 문단 나이로는 마흔 둘인 박범신은 이달 칠순을 맞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생활을 하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면서 등단한 박범신은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눞다', '불의 나라'와 '물의 나라' , '소금', '은교' 등 다수의 소설을 써 왔다. 그의 작품은 감성적 묘사 위주의 시적인 문체, 어두운 삶에 대한 허무주의적 대결, 비정한 문명과 인간성에 대한 비판 등이 특징적 요소로 꼽힌다. 욕망과 좌절, 배타적 인간성, 물질만능의 속물근성, 기회주의 등 다양한 인간 세상의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낭만적으로, 또는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박범신은 작가의 말을 대신한 헌사에서 '당신-꽃잎보다 붉던'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랑에서, 주호백과 닮은 당신, 나는 그러나 정염과 슬픔 사이의 골짜기를 낮은 포복으로 갈팡질팡 여기까지 왔네. 사랑의 끝엔 무엇이 있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그야, 당연히 사랑이 있지!' 당신은 담담하게 대답했어. 내가 한없이 비루하게 느껴졌던 그 순간, 나는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네. 사랑의 지속을 믿지 않는 남자 곁에서 그것의 영원성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온 오랜 당신,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허락을 구하면서, 나이 일흔에 쓴 이 소설을 부끄럽지만 나의 '당신'에게 주느니, 부디 순하고 기쁘게 받아주길!" [!{IMG::20151025000085.jpg::C::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