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 232만명 사상 최대...OECD 34국가 중 26위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 232만명 사상 최대...OECD 34국 중 26위 [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올해 정부고시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이다. 하지만 232만 6000명의 노동자가 정부에서 고시한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이원보, 소장 노광표)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2000년 최저임금제를 조사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사상 최대수준이다. 13일 김유선 위원은 전화통화에서 "올해 3월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32만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1879만9000명의 12.4%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월과 비교했을 때 231만5000명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의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자 수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 같은 원인으로 "있으나마나한 솜방망이 처벌때문이다"면서 "지금까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는 사업주는 전체 0.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김 위원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지만 실제는 노동부에서검찰로 이첩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고 검찰에 올라가도 소액에 불과해 법원은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2011년 사업주에게 부과된 벌금은 평균 88만원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100만 원 이상의 임금체불일 경우에는 사업주가 벌금을 선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김유선 위원의 발표 자료인 '최저임금 수혜자와 미달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최저임금이 도입된 것은 1988년부터다. 지난 25년 동안(1989~2014년) 연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시급 기준으로 9.8%(월환산액 기준 9.2%)다. 같은 기간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명목임금 인상률은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9.5%(월정액급여 기준 8.8%)고,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은 9.4%였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 등 본연의 역할을 다 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률이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보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25년 동안 최저임금인상률은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경제성장에 겨우 상응하는 수준에서 이뤄졌다. 김 위원은 역대 정부의 최저임금인상률 평균을 보면 "노태우(18.2%)>노무현(10.1%)>김영삼(9.1%)> 김대중(8.7%)>박근혜(6.8%)>이명박(5.7%) 순이다. 그런데 새 정부 첫 해의 최저임금은 이전 정부에서 정해진다. 따라서 새 정부 2년차부터 다음 정부 1년차까지를 재임기간으로 해 역대 정부 최저임금인상률 평균을 계산하면, '노태우(16.3%)>노무현(9.9%)>김대중(9.5%)>김영삼(8.3%)>박근혜(7.2%)>이명박(5.2%)' 순이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이 올해보다 450원(8.1%) 오른 603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최고수준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를 시행한 1988년부터 지금까지 최저임금 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25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김 위원은 이에 대해 "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임금통계를 사용하면 최저임금 비율의 추이를 알 수 있다"면서 "2014년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월정액급여(39.5%)>월통상임금(32.6%)>시간당 정액 급여(30.7%)>시간당 통상임금(25.3%)'순으로 어떠한 지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그렇지만 1990년대에 계속 하락하던 최저임금 비율이 2000년대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1989년 최저임금제 도입 당시와 2014년 현재의 최저임금 비율이 거의 같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는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OECD 국가 풀타임 노동자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00년 36.5%에서 2013년 38.6%로 높아졌다. 중위값 기준으로는 45.0%에서 49.2%로 높아졌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저임금계층이 늘고 임금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ILO 2008). 한국도 2000년 22.0%에서 2013년 35.2%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법정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OECD 26개 회원국 중 17위로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보다 최저임금 비율이 낮은 나라는 스페인(34.6%), 룩셈부르크(34.0%), 일본(33.9%), 에 스토니아(32.6%), 체코(31.0%), 그리스(30.4%), 멕시코(27.4%), 미국(26.8%) 여덟 나라다. 하지만 OECD34개 국중 스칸디나비아 국가(덴 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와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태리 8개국은 법정 최저임금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노동조합이 실업보험을 관리·운영하는 겐트시스템 때문에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아 굳이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태리는 헌법(제36조)의 '적정임금을 받을 권리'를, '모든 노동자는 관련 부문 단체협약 중 가장 낮은 임금률을 적용받을 권리가 있다'고 노동법원이 일관되게 해석함에 따라 굳이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Schulten 2008). 이들 나라는 모두 임금수준이 높고 단체협약으로 정한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 따라서 비교대상을 34개 회원국 전체로 확장했을 때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비율)은 26위로 더 낮아진다. 여기에 시간당 최저임금 역시 2013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최저임금 평균은 6.9달러로 한국(4.4달러)보다 2.5달러 높았다. 한편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연령별로는 청년층과 노년층, 학력별로는 대학생,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에 집중됐다. 25∼54세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5∼10% 수준에 불과했지만, 25세 미만은 무려 28.4%가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자였다. 55세 이상도 28.5%에 달했다. 학력별로 보면 대학 재학 중이거나 휴학 중인 근로자의 36.6%가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이는 중졸 이하 근로자(34.4%)보다 더 높은 수치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 최저임금 미지급의 집중적인 피해자라는 뜻이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1.7%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은 무려 25.7%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 근로자(18.3%)의 최저임금 미지급 비율이 남성(7.8%)보다 훨씬 높았다. 이렇게 최저임금도 못받는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게 노동계의 의견이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법 위반으로 걸려도 시정조치만 하면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데 누가 법을 제대로 지키려 하겠느냐"며 "최저임금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제재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실효성 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현장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