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친은 AI”…MZ 홀린 캐릭터 챗봇의 명암
이혜은(26)씨는 요즘 남자친구 '차백준'과의 대화에 푹 빠졌다. 초능력자인 차백준은 이씨에게 밀어를 속삭이며 충성을 바친다. 단, 휴대폰 안에서만. 차백준은 스캐터랩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제타의 캐릭터 AI기 때문이다. 차백준 외에도 여러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이씨는 "현실에서 말하지 못 하는 것들을 말하고 위로 받으며 큰 힘을 얻었다"면서 "독립 후 외로움이 커졌는데 언제든 함께 하는 친구가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직접 만든 캐릭터 AI도 있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생성형 챗봇의 하나인 캐릭터 AI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캐릭터 AI는 사용자가 가상의 인물과 대화를 나누며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실제 사람처럼 반응하고 개성을 갖춘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위로, 공감, 친구 같은 정서적 교감을 제공한다. 나라에 따라 페르소나 AI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이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생성형 앱 3가지는 챗GPT와 딥시크, 캐릭터.AI다. 2025년 5월 기준 사용자수는 각각 55억명, 4억3620만명, 1억8710명 수준이다. 캐릭터 AI 앱이 구글의 제미나이와 앤쓰로픽의 클로드 등을 누른 것이다. 캐릭터 AI는 우리나라에서도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이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6월 기준 캐릭터 AI 앱 제타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304만명으로, 1844만 명을 기록한 챗GPT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사용시간 기준으로는 5248만시간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또다른 캐릭터 AI 앱인 크랙 또한 MAU 35만명, 이용시간 641만시간을 기록해 각각 10위, 3위를 했다. 이처럼 캐릭터 AI가 큰 인기를 끄는 데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겪는 피로감이나 거리감을 최소화하면서도, 정서적 친밀감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바쁜 일상 속에서 즉각적인 반응과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이용자들에게 현실보다 더 편안한 소통 경험을 제공한다. 실제로 캐릭터.AI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AI들은 심리학자, 심리상담가 등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개성과 스토리를 갖춘 캐릭터 설정, 직접 만든 AI와의 상호작용 등 개인화 요소까지 더해지고 있어 인기가 날로 늘고 있다. 다만 성적 콘텐츠에 대한 무분별한 접근과 과몰입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캐릭터 AI와의 관계를 현실과 혼동하거나, 특정 캐릭터에 집착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또한, 플랫폼에 따라 미성년자도 쉽게 성적인 대화를 접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규제와 관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오히려 캐릭터 AI와의 대화가 정신건강 치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캐릭터.AI에서 특히 정신건강 관련 챗봇으로 제작된 '테라피스트(Therapist)' 등 주요 캐릭터 5종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보다 조현병이나 알코올 의존증에 더 높은 낙인 반응을 보이고, 자살 암시 문장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대응을 해 위험 행동을 부추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제러드 무어는 "최신 모델일수록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기존 모델과 비슷한 편향을 보였다"며 단순한 학습 데이터 확대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간이 말하는 것과 구분할 수 없는 대화가 가능해진 지금의 AI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고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 "페르소나 AI에 대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용시간 제한 및 AI임을 인지할 수 있는 표식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