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상·검색까지 번진 AI 슬롭, 플랫폼 신뢰 흔든다
검증 없이 쏟아지는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 이른바 'AI 슬롭(AI slop)'이 음악·영상·검색 영역 전반으로 확산되며 플랫폼 생태계의 신뢰도를 흔들고 있다. 알고리즘 노출을 노린 저품질 콘텐츠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이용자 피로를 넘어 정보 왜곡과 안전 문제까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메트로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I 슬롭은 명확한 검증이나 맥락 없이 대량 생산된 AI 콘텐츠를 뜻한다. 이는 정보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검색 및 추천 알고리즘을 교란해 인터넷 서비스 전반의 품질을 저해하고 있다. 그림, 음악, 영상은 물론 블로그 포스팅까지 그 범위도 급속도로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IT 매체 테크레이더는 스포티파이에서 시작된 AI 슬롭 논란이 유튜브 뮤직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동 생성 플레이리스트와 뉴스 피드에 AI 생성 음악이 과도하게 노출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이용자는 추천 콘텐츠의 상당수가 AI 음악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한다. 이용자들은 '관심 없음'이나 '싫어요' 기능이 개별 곡에만 적용되어, 쏟아지는 AI 슬롭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AI 슬롭의 수익성도 확인됐다. 영상 편집 플랫폼 '카프윙'이 국가별 상위 100개 유튜브 채널 1만5000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278개 채널이 오로지 AI 슬롭 영상만을 송출하고 있었다. 이들 채널의 합계 조회수는 630억 회, 구독자 수는 2억2100만 명에 달하며 연간 약 1억1700만 달러(약 1700억 원)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AI 슬롭 영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 기반 상위 11개 AI 슬롭 채널의 합계 조회수는 84억5000만 회로, 국가별 기준 세계 1위다. 대표적 채널인 '3분 지혜'는 조회수 20억 회를 기록하며 전 세계 슬롭 채널 중 2위에 올랐다. 연 수익은 약 403만 달러(약 58억 원)로 추정된다. 해당 채널은 사자 떼의 공격 속에서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등 맥락 없는 자극적 영상을 무분별하게 업로드하고 있다.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 네이버 블로그에는 독우산광대버섯, 화경버섯 등 치명적인 독버섯을 식재료로 추천하는 AI 생성 레시피가 올라와 논란이 됐다. 더 큰 문제는 네이버의 AI 검색 시스템인 'AI 브리핑'이 이를 검증 없이 학습해 최근까지도 조리법을 추천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문제를 인지한 즉시 해당 결과를 삭제했으며, 저품질 문서 탐지 기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AI연구소 교수는 이런 현상을 기술 발전과 자본 논리가 결합한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기획, 촬영, 편집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이제는 전문성이 없어도 비용 없이 누구나 몇 분 만에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AI 슬롭의 무한 증식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슬롭 이코노믹(Slop-Economic)이라는 말을 제시했다. 그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트래픽이 수익이기에 콘텐츠가 쏟아지는 것을 막을 유인이 적다. 제작자와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대량의 AI 콘텐츠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순히 즐기는 '엔터테인먼트형 슬롭'과 홀로코스트 왜곡이나 가짜 뉴스 같은 '악의적 정보 왜곡형 슬롭'을 구분해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팩트체크를 담당할 '자율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헀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