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기회…재건축 수주전, 닻 올랐다
최근 몇 년간 침체일로를 걷던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이 올 들어 잰걸음을 보이면서 조합과 건설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시공사를 선정하려는 조합, 정비사업을 수주하려는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28개 도시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 선정총회를 진행했다. 주택시장 특히 재건축아파트의 회복세가 뚜렷한 데다 조합원이 2주택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사업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에 수도권에서는 과천 주공7-1단지, 대치동 국제, 서초동 삼호가든4차, 서초구 방배5구역, 잠원동 신반포6차 등 강남권 알짜 사업장을 비롯해 사업성이 떨어져 몇 차례나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던 공릉동 태릉현대아파트까지 시공사를 찾았다. 한때 수주한 시공권마저 포기한 건설사가 속출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부산은 올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벌써 7개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완료했고, 대연4구역과 명장1구역은 오는 30일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대림산업과 삼한종합건설이 승부를 가린다. 하반기 수주전도 치열할 전망이다. 당장 이달 말 수도권에서만 6곳에서 시공사 선정총회 및 입찰에 들어간다. 이 중에는 삼성동 상아3차와 목동 목1구역 등 소위 노른자위라 평가되는 곳에서 주민총회가 이뤄진다. 도시정비사업 조합들의 시공사 선정총회가 잇따르다보니 건설사들의 수주전도 덩달아 활발해지고 있다. 대형건설사 상당수가 재개발·재건축 부문 수주 목표액을 1조원 이상으로 설정한 가운데, 대림산업은 이미 1조원이 넘는 실적을 올렸다. 또 GS건설이 미아3구역, 방배5구역(컨소시엄), 신반포6차의 사업을 따냈고, 롯데건설은 사당2구역, 방배5구역(컨소시엄), 사당2구역, 광명철산주공7단지(컨소시엄)의 시공권을 수주했다. GS건설은 상아3차, 롯데건설은 목1구역에서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는 상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회복 및 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수익률이 크게 개선되면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일감도 줄어든 터라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정비사업 수주가 향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합사업의 경우 조합 내부 분쟁에 따른 사업 지연이 잦고, 강남권과 대구·경북,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예전에 수주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도 당시에는 잘 될 줄 알고 수주했지만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 아니냐"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올 들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전혀 없는 점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