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투자보국' 10년 결실…미래에셋증권, 첫 분기 순이익 1조
2016년 KDB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국내 최대 증권사로 도약한 미래에셋증권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박현주 회장이 10년 가까이 추진해 온 글로벌 투자 전략과 자산관리(WM) 중심 성장 전략이 결실을 맺으며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19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증권업계에서 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1조3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고, 세전이익은 1조3576억원으로 292% 늘었다. 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9%, 자기자본은 1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실적 기대를 선반영하며 연초 대비(YTD) 폭등했다. 12일 오전 10시 1분 기준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7만8600원으로 연초 대비 218.86% 상승했다. 증권업계 타사와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상승률이고, 최근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대표 종목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증권주 랠리를 넘어 미래에셋증권의 독자적인 성장 스토리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객 자산의 급증은 미래에셋증권의 사업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분기 말 기준 국내외 총 고객자산(AUM)은 660조원으로 3개월 만에 58조원 늘었다. 연금자산은 64조3000억원으로 6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고객이 직접 사업자를 선택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은 36조8000억원으로 전 금융권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기준 AUM은 776조원, 연금자산은 74조원으로 확대되며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 해외법인·혁신투자가 만든 사상 최대 실적 해외 사업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1분기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2432억원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개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법인은 813억원, 뉴욕 법인은 830억원의 세전이익을 올렸다.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요 해외 거점의 WM 고객자산은 78조원으로 늘었다. 국내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투자 부문에서는 박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혁신기업 투자 전략이 빛을 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SpaceX) 등을 비롯한 글로벌 혁신기업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1분기에만 8040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스페이스X와 xAI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면서 향후 추가 이익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홍콩 상장기업 코너스톤 투자로 1560억원의 이익을 올리며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수익성을 확대했다. 박 회장은 2016년 KDB대우증권 인수 당시 '투자보국(投資報國)'을 내걸었다. 단순히 국내 최대 증권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자본시장의 자본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해 국가와 고객의 부를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브로커리지 중심의 전통적인 증권사 모델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자와 자산관리, 연금, 대체투자를 아우르는 종합 투자 플랫폼으로 회사를 탈바꿈시키겠다는 장기 전략이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선제적 투자로 차별화된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2013년 인수한 포시즌스 호텔 시드니(Four Seasons Hotel Sydney)는 호텔과 고급 레지던스를 결합한 개발사업을 통해 최대 2조원 규모의 개발차익이 기대된다. 최근에는 일본과 호주 법인 설립, 홍콩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 미국 현지 증권사 인수 검토 등 새로운 성장 축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거래대금 증감에 좌우되는 수익 구조를 넘어, 글로벌 자산과 네트워크 자체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구축해 온 셈이다. ◆ 인도·홍콩·미국…다음 10년을 여는 확장판 미래에셋증권의 성장 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약 5800억원을 들여 인도 증권사 쉐어칸(Sharekhan)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은 현지 톱5 증권사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젊은 인구 구조와 폭발적인 경제 성장, 중산층 확대가 맞물린 인도 시장을 차세대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일본과 호주에 신규 해외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철수 이후 약 10년 만의 재진출이며, 호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인 슈퍼애뉴에이션을 겨냥하고 있다. 진출이 현실화되면 미래에셋증권의 법인 네트워크는 11개국으로 확대된다. 홍콩법인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오는 6월에는 주식·채권·디지털자산을 한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현지에서 개인 대상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현지 증권사 인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딜 가운데 하나로 추정되며, 해외 브로커와의 협업과 자체 플랫폼 기반 직접 고객 확보가 동시에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런던·홍콩 등 선진 시장에서는 ETF 유동성공급자(LP) 사업을,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서는 브로커리지와 WM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혁신기업 투자, 연금, 디지털자산을 결합해 단순 중개회사를 넘어 글로벌 투자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박 회장이 10년 전 던진 '투자보국'이라는 화두는 이제 하나의 철학을 넘어 실적과 주가, 고객자산으로 증명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최초의 분기 순이익 1조원 돌파는 미래에셋증권이 다음 10년을 향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