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지 않는 건설사 담합…정부 대책 비웃나
국토부, 올초 1사1공구제 폐지 등 종합대책 내놔 입찰참가제한 완화 등 규제 완화 지적 제기 [메트로신문 김형석기자]2012년 4대강 사업 건설사 담합 적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건설사들의 담합이 올해도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당국이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정부 건설사 입찰 담합 방지대책 내놔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산업 입찰담합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담합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1사1공구제'를 폐지다. 1사1공구제는 낙찰이 일부 업체에 편중되거나 이로 인해 부실시공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건설사별로 공구를 나눠 맡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제한하고 오히려 담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입찰 과정에서 싼값을 제안한 건설사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줘 저가경쟁을 유발하던 최저가낙찰제도도 종합심사낙찰제로 개편됐다. 입찰담합에 대한 처벌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엔 담합행위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벌금이 2억원까지 확대된다. 건설사의 자발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해 담합에 연루된 임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 이번 대책은 1년 동안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대책 발표에 이어 국토부는 지난 2월 3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2015년 건설산업 주요정책 설명회'를 개최하고 공정위원과 건설업계 관계자 등 150여명에게 정부의 담합 근절과 정부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대책 발표 후에도 끊이지 않는 담합 하지만 건설사의 담합 행위는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천연가스 주배관과 관리소 건설공사' 담합한 23개 건설사에 과징금 1746억1200만원을 부과했다. 담합으로 적발된 기업은 금호산업, 대림산업, 대보건설, 대우건설, 대한송유관공사, 동아건설산업, 두산중공업, 삼보종합건설 등 총 22곳이다. 이들 건설사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이 공사에서 2009년 17건, 2011∼2012년 10건 등 총 27건의 주배관 공사 입찰에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참여자, 투찰가격 등을 미리 정해놓고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기존에 입찰 참가 자격을 가지고 있던 12개사와 신규로 입찰 참가 자격을 획득한 회사 중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 태영건설, 신한 등 4개 사를 16개 공구의 대표사로 정했다. 나머지 건설사들은 각 공사의 공동 수급체로 구성했다. 먼저 수주한 업체는 22개사 모두가 한 번씩 수주할 때까지 추첨자격을 주지 않기로 합의하고, 들러리로 참여하거나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으로 낙찰 예정자의 낙찰을 도와주기로 했다. 담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낙찰 업체 직원이 들러리 참여사를 방문해 이동식저장장치(USB)에 저장된 투찰 내역서 문서 파일의 속성 정보를 변경한 후 입찰에 참여하고 방문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이 밖에도 ▲수도권 고속철도(수서 ~ 평택) 제4공구 건설 공사 ▲충주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설치사업 ▲충남도청 이전신도시 하수처리시설 건설공사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건설공사 등 올해 과징금을 부과받은 담합 건수는 수십건에 달한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 의문 업계 내외에서는 당국의 대책에 실효성을 제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된 지적은 입찰참가제한 제도에 제척기간 5년을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건설사는 담합 적발 시기가 아닌 담합 행위를 기준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건설사가 2010년 1월 담합행위를 한 후, 공정위로부터 2014년 12월에 적발됐을 경우 이 건설사는 입찰제한이 1달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제재가 불가능 한 것. 또 해당 업체가 제재에 반발해 법원에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최종 판결까지 제재를 면할 수 있다. 실례로 최근 지하철 9호선 919공구 공사 담합에 적발돼 각각 1년과 2년의 입찰제한을 받은 현대산업개발과 삼성물산은 '집행정지 신청 및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이들 업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이들은 입찰을 제한받지 않는다. 통상 최종판결까지는 1~3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건설사는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가벼운 처벌만 받게 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012년 당국이 4대강 사업과 관련 건설사의 담합을 적발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담합행위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적발된 담합행위가 올초 당국이 마련된 대책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입찰참가제한 제도에 제척기간 도입 등 건설사의 제재 수위를 완화한 부분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