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다시 공정사회다'...⑤담합, 더 이상 관행 아니다
#서울지검 특별범죄수사본부는 3일 1군 건설업체 102개가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88건의 대형공사에 조직적으로 담합입찰한 사실을 밝혀내고…(중략)…불구속 기소된 회사 대표는 ▲현대건설 이래흔 사장 ▲대우건설 장영수 회장 ▲대림산업 이종국 사장 ▲현대산업개발 심현영 사장 등 11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6일 4대강 사업 입찰담합 혐의로 기소된 김중겸 현대건설 전 사장와 서종욱 대우건설 전 사장에게 각각 집행유예 판정이 내려졌다.…(중략)…이외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중공업 등 관계자 20명에게 실형 또는 집행유예, 벌금이 선고됐다. ◆건설사 입찰담합은 평행이론? 수법-건설사 '되풀이' 지난 1996년 5월 4일과 2014년 2월 6일 각각 보도된 기사다. 약 18년간의 시차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 내용과 등장하는 건설사들이 꼭 닮아 있다. 수법도 여전하다.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세워 낙찰가를 높이는 식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의 '담합'은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하는 셈이다. 하지만 상처가 곪으면 터지는 법. 올 들어 잇달아 건설사들의 담합이 이슈화되고 있다. 우선 1월 2일부터 21개 건설사가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 입찰담합으로 적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3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특히 포스코건설에는 조사방해 행위까지 더해져 1억4500만원의 과태료가 추가로 부과됐다. 이어 불과 열흘도 안 돼 1월 10일에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금 272억원을 서울시에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힘입어 인천시도 인천지하철 2호선 담합과 관련해 손해소송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현재 공정위가 내사 중이거나 조사에 들어간 현장도 7~8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담합 출혈경쟁 피하기 위해 불가피 건설사들은 담합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공발주 공사의 수익률이 높지 않고, 공사기간도 촉박한 경우가 많아 미리 입을 맞춰야 출혈수주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안정적인 자금 확보 차원에서 수익률은 낮아도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또 시간도 빠듯하게 주어지는 편이라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담합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이해를 호소했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입찰담합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무리한 계획을 세워 입찰공고를 한 결과 건설사로 하여금 상호 담합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양형 이류를 설명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담합 부추겨, 제도 개선돼야 하지만 건설사들의 이와 같은 안일한 생각과 정부의 솜방방이 처벌이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8년~2011년까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업체는 총 971곳, 부과 금액은 2조5332억원이다. 관련 매출 199조원에 견줘 1.3% 불과한 수준이다. 경실련은 4대강 사업에서 턴키로 계약한 금액 역시 총 5조3000억원으로, 담합으로 1조5000억원의 세금이 낭비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도 과징금 부과액은 1115억원에 그쳐, 불법담합에 따른 손해보다 이익이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 "이는 건설사들에게 담합을 하라고 정부가 나서 부추기는 것과 같다"며 "국회는 말로만 경제민주화, 공정한 거래를 외칠 게 아니라 담합을 방지하고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