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와칭]'배추장사'에서 '교육생활문화' 중견기업까지…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지난 11월3일 40주년 기념식에서 "시너지 전략은 교원그룹만이 할 수 있는 차별적 경쟁력"이라며 "사업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하고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어려운 시기에도 획기적인 성장을 이루자"고 구성원들을 독려했다. 40년 전인 1985년 11월 당시 3000만원의 자본금으로 교원그룹의 전신인 중앙교육연구원을 설립할 때만해도 자신이 세운 회사가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장 회장은 그러면서 기념사에서 "처음에는 인사동 하나로빌딩에서 35평을 임대하고, 나를 포함해 직원 3명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참으로 무모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 1년 만에 빌딩 한 층을, 2년 후에는 2개 층을 사용할 만큼 조직이 확대됐다"면서 "이후에도 몇십, 몇백 프로의 성장을 거듭하며 구몬빌딩, 내외빌딩을 차례로 매입했고 이제는 명실상부 대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그때 같이 시작했던 회사들은 40년을 지나보니 대부분 사라졌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아직도 저력을 보이는 회사는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2024년 기준으로 교원그룹은 1조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기 변동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매출 1조원은 넘어선지 오래이고 '2조 매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교육부문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대신 비교육부문 매출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비교육부문은 5144억원으로 전체의 37%까지 늘었다. 1조3230억원의 매출을 거뒀던 2018년만해도 비교육부문은 3344억원으로 25%에 그쳤었다. 실제 교육으로 시작한 회사는 가전, 생활, 여행 등의 사업까지 장착하면서 '교육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쇄할 돈이 없어서 자신이 직접 타자기로 내용을 쳐서 학습지를 만들면서 시작, 결국 성공했던 교육사업은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디지털 학습을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몬학습은 AI 기반 디지털학습 수요 증가에 발맞춰 기존 종이 학습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종이 학습지와 에듀테크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교육 솔루션으로 전환하며 개인 맞춤형 학습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빨간펜은 방문 수업 서비스 '빨간펜 홈클래스'를 출시해 대면 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다양한 학습 관리 방식을 제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저출산 시대의 변화에 맞춰 VIB(Very Important Baby) 시장을 공략하며 자녀 1명에게 가족 전체가 투자하는 '에잇포켓(Eight-Pocket) 현상'을 반영해 영유아 성장 케어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비교육 분야의 핵심 계열사는 교원웰스다. 2003년부터 정수기 렌털로 시작해 발을 들여놓은 생활환경가전사업은 비데, 공기청정기 뿐만 아니라 식물재배기 '웰스팜'까지 선보이며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로 넓어지고 있다. 어느새 교원웰스의 연 매출은 2000억원을 웃돌며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 현재 교원웰스가 확보한 계정은 100만개를 넘어섰으며 해외에서도 제품력,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수출량이 연평균 76%씩 증가했다. 장평순 회장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위해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빠르게 증가하는 고령층 인구에 주목하며 2010년 당시 상조업 진출을 선언하며 교원라이프를 설립했다. 교원라이프는 교원그룹 계열사와의 전략적 협업을 바탕으로 기존에 없던 신규 상조 상품, 전환 서비스, 멤버십 혜택을 선보이며 업계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상조사업은 불과 10여 년 만인 2023년에 선수금 기준으로 1조2801억원을 달성하며 '1조 클럽' 가입에 성공, 단일법인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장 회장은 "우리는 하늘이 돕는 회사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교원라이프가 이제는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교원라이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성과가 크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LG전자와의 결합상품을 시작으로 국내 2위 상조 회사로 거듭났다"면서 "교원라이프를 통한 결합상품은 대부분의 계열사와 협업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회사의 핵심 채널인 방문판매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해 KRT 여행사를 인수하고 이듬해 교원투어로 사명을 변경한 데 이어 여행 전문 브랜드 '여행이지'를 론칭했다. 그러면서 공격적인 투자와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통해 여행 사업 진출 2년 만에 송출객 수를 업계 10위에서 5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매출액 또한 매년 최대 실적을 기록,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여행업계의 기린아로 자리잡고 있다. 장 회장은 2002년 7월 당시 여행이지 브랜드를 미디어에 소개하는 자리에 장남인 장동하 대표와 함께 나와 2세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당시 장 대표는 교원투어를 '국내 TOP 3'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장 회장의 배추 장사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1951년 충남 당진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위해 공무원이 되겠다며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벽은 높았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배추장사다. 그에겐 장사가 아니라 사업이었다. 돈을 벌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며 배추를 열심히 팔았다. 노하우도 생겨 새벽시장이 내려보이는 옥상에 올라가 배추를 팔러 오는 농민들을 뚫어지게 관찰했다. 물동량에 따라 구매 시점을 잡고 물량도 조절하기위해서다. 품질관리도 철저히했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속이 상한 배추는 과감히 버렸다. 이미 판매한 것도 손님을 찾아가 전액 환불해줬다. 정직함과 신뢰를 몸소 실천했다. 기업가정신은 그렇게 몸으로 뛰며 배웠다. 배추장사로 돈이 좀 벌리자 행정고시에 다시 도전했다. 하지만 결국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후 안정적인 직장을 찾겠다며 간 곳이 출판사였다. 이는 그의 인생 사업이 됐다. ■장평순 회장의 말. 말. 말. "고객에게 믿음을 주려면, 무엇보다 제품이 좋아야 한다. 상품이 B급이면, 고객이 생각하는 나의 인격도 B급이 된다." "증기기관차는 물의 온도가 100도 이상이 돼야 힘차게 출발한다. 99도의 물로는 절대 기관차를 움직일 수 없다. 일도 마찬가지다. 매일 출근하고 열심히 일한다 해도,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99도의 물과 같다. 100도라는 고객 만족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 열정과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제일 안좋은 리더는 욕을 얻어먹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리더는 자신이 가장 앞서서 일하는 사람이다. 제일 훌륭한 리더는 별로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조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진정한 교육은 지식만이 아닌 사람을 올바르게 키우는 일이다.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꿈을 꾸는 사람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장평순 회장은. -1951년생. 충남 당진 -인천고, 연세대 행정대학원 -처 김숙영, 아들 장동하, 딸 장선하 -교원그룹 회장 -국무총리표창(1999년), 대통령표창(2004년), 옥관문화훈장(200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