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⑫효성]AI 시대 맞은 효성...전력·소재로 미래 100년 그린다
[창간기획⑫효성] AI 시대 맞은 효성...전력·소재로 미래 100년 그린다 효성그룹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섬유와 중공업을 양축으로 성장해 온 효성그룹은 지난해 HS효성 출범으로 형제 독립 경영 체제를 본격화한 데 이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친환경 소재 등 미래 산업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100년 기업'을 향한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변압기 넘어 SST·ESS까지...효성중공업, 미래 전력시장 선점 효성그룹의 최대 성장축으로는 효성중공업이 꼽힌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효성중공업의 성장세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와 송배전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점도 우호적인 환경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북미 차단기 시장은 2024년 48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서 2034년 96억달러(약 12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6.7%에 달한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한 전력망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증가에 힘입어 초고압 변압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전력기기 수주잔고는 약 20조1964억원으로 사상 처음 2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765kV급 초고압 변압기를 현지에서 설계·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총 3억달러(약 4400억원)를 투입한 멤피스 공장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북미 매출은 지난 2024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회사는 오는 2028년까지 멤피스 공장의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에는 효성중공업의 미국 자회사 효성 HICO가 북미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서비스의 자회사인 가스절연차단기(GCB) 전문업체와 합작법인 '효성 HICO 브레이커'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7월 출범하는 합작법인은 10월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캐논스버그 공장에서 72.5kV부터 800kV급 초고압 차단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효성중공업은 변압기에 이어 차단기까지 미국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중장기 성장동력으로는 차세대 전력기기인 고체변압기(SST)가 꼽힌다. SST는 기존 변압기에 전력전자 기술을 결합한 장비로 단순한 전압 변환을 넘어 전력 흐름과 품질까지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변압기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022년 22.9kV급 고체변압기 개발을 완료했으며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실질적인 매출 기여도는 제한적이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함께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내년 이후 성과가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효성중공업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호주와 일본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설계·조달·시공(EPC)부터 운영·유지보수(O&M)까지 아우르는 'ESS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입지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효성중공업은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핵심 구성 요소에 대한 설계와 공급, 설치, 유지보수까지 ESS 시스템 전반에 걸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사업 개발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글로벌 ESS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효성중공업은 지난 2009년 ESS 사업에 진출한 이후 국내 ESS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50여개 현장에 ESS를 구축했으며, 누적 설치 용량은 2.6GWh를 넘어섰다. ◆'아픈 손가락' 효성화학...정상화 총력전 효성중공업이 그룹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실적 회복 여부가 향후 효성그룹의 재무 안정성과 성장 전략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화학은 그동안 효성그룹의 재무적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특히 베트남 생산법인 효성비나케미칼즈의 누적 적자가 재무구조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높은 차입금 부담은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효성화학은 수익성이 낮은 테레프탈산(TPA) 사업 정리와 인력 구조조정, 원재료 공급처 다변화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베트남 법인 관련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효성화학은 효성비나케미칼즈 지분 49%를 특수목적법인(SPC)인 효성비나제일차에 매각했다. 아울러 베트남 탈수소(DH) 설비 개보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가동률을 100%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효성화학의 정상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주회사 ㈜효성은 효성화학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채무보증을 제공한 데 이어, 베트남 생산법인 효성비나케미칼즈 지분 49%를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약 3835억원 규모의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핵심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그룹 차원의 재무적 지원과 시너지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스판덱스는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폴리우레탄 기반의 합성섬유로, 뛰어난 신축성과 탄력성을 바탕으로 레깅스와 수영복, 스포츠웨어 등 다양한 의류에 활용된다. 효성티앤씨는 자체 브랜드 '크레오라'를 앞세워 지난 2010년 이후 16년 연속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현장경영 빛난 조현준 리더십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폭넓은 글로벌 인맥을 바탕으로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며 효성의 해외 수주와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조 회장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주요 시장을 직접 찾으며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특히 전력기기와 섬유 등 핵심 사업의 해외 비중이 높은 만큼, 조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현장 중심 행보가 효성의 해외 사업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호주 경제인연합회(BCA) 대표단과 직접 만나 사업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그룹의 수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해 4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효성중공업과 베트남전력공사(EVN) 간 전력망 안정화 및 첨단 전력기술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이끌기도 했다. 아울러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17년 데이터센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를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당시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전이었음에도 선제적으로 시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관련 사업을 검토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조 회장의 선제적 판단이 효성중공업의 전력기기 사업 확대와 맞물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현금 흐름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위해 ▲현금 흐름과 재무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사업 선별과 집중의 기준을 더욱 엄격히 하며 ▲조직 전반에 비용과 효율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세 가지 경영 원칙을 제시했다.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되 재무 건전성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