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칠천피]③ "1만피 불가능 아니다"…전문가들이 본 코스피의 현재와 변수
코스피가 지난 6일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하자 증권가의 시선은 벌써 다음 숫자로 향하고 있다. 8000선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만스피(코스피 1만포인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불과 1년 전 2300선을 오가던 지수가 다섯 차례나 앞자리를 바꾸며 7000선에 올라선 만큼, 1만포인트 역시 더 이상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시장 밖에 서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은 마냥 편치 않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와 온라인 게시판에는 "지금이라도 반도체를 더 사야 하나", "이제 내가 사면 꼭 떨어질 것 같다", "반도체 사이클이 언제 꺾일지 몰라 선뜻 못 들어가겠다", "막차를 타려다 개미털기당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반도체를 보유하지 못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수는 7000인데 내 계좌는 그대로", "코스피가 이렇게 올랐는데도 정작 나는 재미를 못 봤다"는 푸념도 나온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수십억원대 '빚투' 인증 글까지 화제가 되면서, 시장은 기대와 흥분을 넘어 '이번에도 나만 놓치는 것 아니냐'는 포모(FOMO·소외 공포)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결국 이번 상승장의 핵심은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실적 급증이 코스피를 끌어올렸고,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제도 변화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를 완화하고 있다. '불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만스피가 반드시 반도체 외 새로운 주도 산업의 등장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AI 확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메모리 초호황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증가와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어질 경우, 반도체 중심의 상승만으로도 코스피 1만포인트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고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병행될수록 상승의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칠천피 일등공신은 반도체"…삼전·하이닉이 끌어올린 코스피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반도체의 압도적 영향력이다. 이번 상승장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는 AI, HBM, 메모리 가격 상승, 그리고 실적 상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이익 급증이 코스피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 679조원 가운데 482조원이 반도체 업종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2025년 이후 코스피 상승분의 58%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상승분을 제외하면 현재 코스피는 4494포인트 수준이라는 계산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026년 코스피 영업이익의 60% 이상이 반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모멘텀 확산과 반도체 호황, 2분기 실적 기대를 이번 랠리의 배경으로 꼽으며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급증이 당분간 시장 기대를 지탱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상승장을 두고 "잘 나가는 종목들이 시장을 하드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에도 코스닥을 포함해 올해 들어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종목이 1000개를 넘는다는 점에서, 지수 상승과 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 사이에 적지 않은 괴리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스피가 고점을 높일수록 상승 동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욱 집중되는 모습이다. 최근 7000선 돌파 구간에서는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두 종목이 이끌며 반도체가 한국 증시의 대표 주도주를 넘어 사실상 지수의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강력한 상승 동력인 동시에 가장 큰 변수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김학균 센터장은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 멈추거나 하향 전환되는 시점을 대표적인 경고 신호로 꼽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웃돌며 급등할 경우 시장 조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PER 7배, 아직 '싸다'…반도체 초호황이 여는 '만스피 시대'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전문가들이 강세장을 쉽게 끝났다고 보지 않는 이유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적 개선 속도가 주가 상승을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은 너무 강한 반면 밸류에이션은 너무 낮다"고 평가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 7.6배는 경기순환 산업 비중이 큰 한국 시장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2026년 사상 최대 실적과 2027년 영업이익 1000조원 돌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한국 증시의 12개월 예상 ROE가 19.5%로 대만과 유사한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P/B는 1.7배에 불과해 대만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성은 비슷한데 평가가 현저히 낮아 추가 리레이팅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이진우 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이 각각 5.8배와 5.0배에 불과해 글로벌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박연주 센터장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업체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1만 시대'를 당장의 숫자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실적 개선과 정책 변화가 이어질 경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였다. 이승훈 센터장은 코스피가 7000대 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AI와 반도체 모멘텀이 더욱 확산되고 피지컬 AI 재평가가 강화되면서 버블 장세가 전개된다면 1만피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반도체만으로는 1만포인트 달성이 어렵다고 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영업이익도 올해 45%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며, 반도체와 비반도체 업종 간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지수의 추가 레벨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석모 센터장은 한국 기업의 이익 안정성이 유지되고 반도체 외 산업의 장기적인 이익 모멘텀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인프라, 바이오, 로봇, 방산, 전력기기, 콘텐츠 등 새로운 성장 산업의 부상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피지컬 AI와 2차전지, 원전, 건설 등을 유망 분야로 꼽았다. 박연주 센터장은 미국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지속적으로 등장해야 한다고 진단했고,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만스피'는 반도체의 독주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 확장과 기업 생태계의 진화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숫자라는 의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혁이 또 다른 축 실적과 함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제도 변화다.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확대, 배당 강화, 중복상장 규율 강화 등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 할인 요인을 줄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됐다. 이진우 센터장은 이사 주주의 충실의무 명문화와 자사주 매입·소각, 중복상장 규율 강화를 중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이영곤 센터장은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을, 황승택 센터장은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시장 투명성 강화를 강조했다. 양지환 센터장은 상법 개정과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 유통주식수 증가 구조를 바꾸며 시장 재평가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종우 센터장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한국 시장의 위상을 높일 과제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코스피 1만은 단순한 가격 목표가 아니라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 구조가 정착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실적이 좋아도 할인받던 시장이 제도 개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때 지수의 절대 수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첫 시험대…유가·금리·AI 투자 둔화 여부가 관건 낙관론 속에서도 하반기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지목된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더라도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던 만큼, 실적 기대가 둔화되거나 거시 환경이 흔들릴 경우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이승훈 센터장은 여름까지는 반도체 호황과 2분기 실적 기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8~9월부터 경기 심리와 반도체 투자 센티멘트가 피크아웃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차익실현 가능성도 변수로 꼽았다. 김학균 센터장은 반도체 이익 추정치 상향이 멈추거나 하향 전환되는 시점, 그리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를 웃돌며 급등하는 경우를 대표적인 경고 신호로 제시했다. 삼성증권과 하나증권은 고유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 급등은 기업 마진, 환율, 소비심리에 동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우 센터장은 빅테크의 AI 설비투자(CapEx) 증가 추세와 반도체 가격 상승률을, 이영곤 센터장권은 HBM과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지속 여부를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로 꼽았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숫자를 예단하기보다는 실적 추세가 유지되는지 확인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은 감안하되,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주와 ETF를 중심으로 조정 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많았다. /허정윤·신하은 기자 zelkova@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