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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 휘발유1934원·경유1923원

4월 10일 0시부터 2주간 적용... "경유가격 크게 올랐으나 생계형 수요자 고려" '범부처 합동점검단', 사재기 등 불법 주유소 85건 적발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널뛰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석유 제품 공급 가격을 현 수준에서 묶어두기로 했다. 국제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는 대신 최고가격 동결을 통해 서민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10일 0시부터 적용되는 '3차 석유 최고가격'을 지난 2차와 동일한 가격(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유지한다고 9일 밝혔다. 3차 석유 최고가격은 2차 석유 최고가격 고시 이후에도 국제유가가 오른만큼, 인상이 유력했으나 민생안정에 방점을 찍은 조치다. 지난 2주간 국제 석유제품 가격, 특히 경유 가격은 15% 이상 급등하며 강력한 인상 압력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는 경유를 쓰는 화물차 운전자, 택배 기사, 농어민 등 생계형 수요자의 부담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유 소비자는 단순히 수요관리 대상이라고 하기엔 적절치 않은, 경제활동의 핵심 주체들"이라며 "중동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배려해 경유와 등유에 대해 정책적 인하 효과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동결로 경유의 경우 실제 시장 추산가보다 리터당 약 300원가량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지난 8일 전해진 휴전 소식으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10% 이상 급락하며 변동성이 극대화된 점도 동결 결정의 근거가 됐다. 급격한 등락폭을 완화해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가격 신호를 주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가격 통제에 따른 시장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한 주유소 단속 결과도 발표했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은 지금까지 4851개 주유소를 특별 점검해 총 85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특히 타인의 시설을 빌려 기름을 몰래 비축하는 '변칙 사재기' 행태가 확인됐으며, 가짜석유 판매와 정량 미달 주유 등도 적발됐다. 정부는 적발된 주유소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다. 반면 가격 안정에 협조하는 주유소 102곳은 '착한 주유소'로 선정했다. 이들 명단은 10일부터 석유공사 오피넷과 민간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개된다. 정부는 최고가격 유지에 따른 정유사 보상 등 소요 재원을 약 4.2조 원 규모의 목적 예비비로 충당하고 있다. 양 실장은 "6개월 유지를 전제로 편성된 예산인 만큼 현재로서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중동 상황과 유가 추이를 면밀히 살펴가며 최고가격제를 신중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용수기자 hys@metroseoul.co.kr

2026-04-09 19:00:0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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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 '석유 3차 최고가격' 인상無...휘발유 1934원·경유1923원

10일 시행에 들어가는 석유류 3차 최고가격제에서 리터(ℓ)당 가격의 수위가 올라가지 않는다. 정부는 이달 10일부터 2주간 정유사 공급가격에 적용할 3차 최고가격제를 2차 때와 동일한 가격으로 유지한다고 9일 밝혔다. 3차 최고가격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다. 10일 0시(9일 자정)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민생안정이라는 최고가격제의 기본 취지하에 국제유가와 수요관리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결정 과정에서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 단계 '경계' 격상에 따른 수요관리 기조를 유지했다"며 "중동전쟁의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및 국제석유제품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과, 민생 물가에 유가가 미치는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경유의 경우, 화물차운전자, 택배기사, 농민·어업인 등 생계형 수요자가 많고 민생물가 전반에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크게 국제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기민하면서도 신중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3차 최고가격을 동결했는데도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주유소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석유가격 안정 대책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공공기관 등과 합동으로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을 매일 모니터링 중이다.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주유소에 대해서는 범부처 합동점검단이 현장 점검을 통해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전담반) 6차회의'를 주재하고 3차 최고가격제 관련 세부 내용을 논의했다. 그는 "정유 업계와 주유소들의 적극적 협조 덕분에, 최고가격제가 유류비 부담을 경감하고 급격한 물류비 상승을 방어하는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높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대내외 거시경제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세종=김연세기자 kys@metroseoul.co.kr

2026-04-09 19:00:01 김연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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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로보컵 2026 인천' 메인 후원 참여

KB금융그룹은 오는 6월 30일부터 7일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로봇공학 국제대회인 '로보컵(RoboCup) 2026 인천'에 메인 후원사로 참여한다고 9일 밝혔다. 로보컵은 전 세계의 로봇공학자와 연구기관이 참가해 기술력과 창의성을 겨루는 글로벌 기술 축제다. 인공지능 및 로봇 산업의 발전과 기술 저변 확대, 로봇 산업 경쟁력 강화를 견인해왔다. 1997년 일본 나고야에서 시작된 이후 현재는 40여 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로봇 국제대회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로보컵 2026은 로봇 축구, 재난구조, 가정서비스, 산업, 청소년리그 등 5개 부문 총 19개 세부 종목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해 AI·로봇공학 분야의 기술력을 겨루는 글로벌 경쟁의 장이다. 경진대회 외에도 파트너기업들의 로봇제품을 시연하는 전시회와 AI·로봇공학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심포지움도 열린다. 핵심 부문인 '로봇 축구'는 2050년까지 인간 월드컵 우승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AI 휴머노이드 로봇팀 개발을 목표로 하는 대회다. KB금융은 이번 로보컵 후원을 계기로 전통 스포츠 중심의 후원을 미래형 AI 스포츠와 피지컬 로봇 분야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대회 주관 기관인 한국AI?로봇산업협회와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산업을 넘어 스포츠까지 재정의하는 시대에 KB금융은 로보컵 메인 후원을 통해 미래형 스포츠와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단순 후원을 넘어 미래세대 AI 인재 육성과 로보틱스 기술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는 금융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6-04-09 17:09:0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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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 FIU 상대 승소…법원 "두나무 3개월 영업정지 처분 취소"

법원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대한 금융당국의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에 대해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9일 두나무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규정이 존재하지만 100만원 미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제가 미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당국이 원고가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에 아무런 지침 등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두나무는 나름의 조치를 취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를 사후적으로 봐 충분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이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2월 FIU가 두나무와 소속 직원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 등을 적발한 뒤 내린 조치에 따른 것이다. FIU 현장검사 결과에서 두나무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들과 거래하고, 고객 확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FIU는 업비트에 일부 영업정지 3개월과 과태료 352억원 처분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3월 7일부터 6월 6일까지 신규 가입 고객의 가상자산 이전을 제한하는 영업 일부정지 조치 등을 통보했다. 문제가 됐던 두나무의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거래 건수는 총 4만4948건으로, 전체 100만원 미만 출고거래(641만3281건) 중 0.7%에 해당했다. 하지만 당시 100만원 이상의 거래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규제가 명시적으로 존재했지만, 100만원 미만 거래는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나무가 사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가상자산 흐름을 통해 지갑주소를 확인하는 방식이었고, 미신고 사업자로 확인되면 거래가 자동으로 차단됐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이 추적하지 못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로 밝혀진 비율은 평균 2.8%로 나타났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나무는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낸 바 있다. 법원은 같은 해 3월 이를 받아들여 영업정지 효력을 정지시켰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6-04-09 17:07:29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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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엽 “증권 역할 커져야”…이중규제·회수시장 과제 언급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증권업계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가로막는 규제와 시장 구조 문제를 동시에 짚었다. 단순한 시장 활성화 구호를 넘어 자본 공급과 회수 전반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황 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에 대한 '이중 규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증권업의 역할은 제약돼 있다"며 "은행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증권사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NCR과 은행 기준인 BIS를 동시에 적용받고 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두 규제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 구조는 부담이 크다"며 "증권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험자본 시장의 '회수 부재'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그는 "2017~2018년 벤처 투자 자금이 만기가 도래했지만 엑시트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격을 낮춰도 소화가 되지 않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망 기업을 선별해 회수를 지원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세컨더리 펀드 등 회수시장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투자 확대뿐 아니라 회수 경로까지 갖춰져야 자금 순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K-OTC 시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황 회장은 "재무 상태와 감사 의견 등을 중심으로 기업을 선별하고 있다"며 "일정 기간 이후 시장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부실 기업을 걸러내는 기능을 강화해 시장 신뢰도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황 회장은 협회 내부 운영과 관련해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을 늘리고 있다"며 "연령대별 소규모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zelkova@metroseoul.co.kr

2026-04-09 17:04:56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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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건설안전 혁신기업 7곳 선정

현대건설은 '2026 H-세이프 오픈 이노베이션 챌린지(Safe Open Innovation Challenge)' 공모전에서 건설안전 혁신기업 7개사를 최종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이번 공모전은 정부와 지자체, 민간 건설사가 협력해 건설 현장 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안전 관련 혁신 기술이나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다. 이번 공모전에는 현대건설과 협업을 희망하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총 110개사가 지원했다. 최종 평가를 거쳐 ▲안전혁신기술 부문(건설파트너) ▲안전장비 부문(엔키아) ▲안전문화 부문(비욘드알, 크랩스) ▲보건·환경 부문(무아베모션, 휴먼앤스페이스, 파스칼) 등 4개 부문에서 총 7개 기업이 선발됐다. 선발된 기업들은 이달부터 3개월간 현대건설 안전품질본부와 함께 기술 및 서비스의 실증(PoC)을 공동 추진한다. 실증 결과에 따라 현장 적용 확대, 신기술/신상품 개발, 구매 계약, 투자 검토, 후속 연계 창업지원사업 참여 등 다양한 후속 협업 기회도 제공받게 된다. 현대건설은 오는 5월 'H-세이프 오픈이노베이션 데이' 행사를 개최해 현대건설과 협업 중인 안전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외부에 소개하고, 그동안의 협업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6-04-09 16:55:4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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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몽골 최대 기업 ‘MCS그룹’과 파트너십

카카오뱅크가 몽골 최대 기업인 MCS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몽골 금융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M Bank' 전략적 지분투자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및 대안신용평가모형 공동 개발 ▲상품·서비스 및 UX·UI 자문 ▲중앙아시아 공동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M Bank'는 MCS그룹이 2022년 설립한 금융 자회사이자 몽골 유일의 디지털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는 독자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스코어'와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금융 이력이 부족한 중·저신용 및 씬파일러(Thin-filer) 고객에게 15조 원 이상의 대출을 공급해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카카오뱅크는 해당 기술력과 건전성 관리 경험을 몽골 현지에 공유할 계획이다. 몽골은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정부 주도의 금융 인프라 확충 정책으로 디지털 뱅킹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반면, 중간 연령이 31.5세로 낮아 신용평가에 활용할 금융 이력이 충분하지 않다. 이에 따라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체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이사는 "카카오뱅크의 디지털뱅킹 기술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몽골 현지에 성공적으로 접목해, 현지 금융 접근성 향상과 디지털 금융 혁신에 기여하고자 한다"라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중앙아시아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

2026-04-09 16:49:43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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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의 베팅, 삼성은 왜 반도체를 택했나] <2> 이건희 회장 전쟁 같은 10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뿌린 반도체의 씨앗은 10년 만에 세계 시장의 판을 뒤집는 결실로 이어졌다. 일본이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던 1990년대 초, 삼성은 후발주자에 불과했지만 이건희 회장 시대의 선제 투자와 초격차 전략은 결국 세계 1위로 향하는 분기점이 됐다. 1987년 회장 취임 당시부터 이건희 회장의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전자와 반도체를 그룹의 미래 축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삼성의 성장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취임식 사진 속 차분한 표정과 달리 내부에서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었다. 일본 기업들이 전자와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던 시기, 삼성은 여전히 후발주자에 머물러 있었다. 이 위기의식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신경영 선언으로 폭발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강한 메시지는 단순한 조직 혁신 구호가 아니었다. 품질과 속도, 그리고 다음 세대를 먼저 준비하는 방식으로 삼성의 사업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선언이었다. 이 흐름은 반도체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메모리 시장에서 단순 추격자가 아니라 한 세대 앞서 움직이는 체질이 이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실제 삼성은 1980년대 초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사업 진출을 바탕으로 GE·IBM 출신 이임성 박사와 자일로그 출신 이상준 박사 등 핵심 개발 인력을 영입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냈다. 이후 이건희 회장 시대 들어 대규모 설비 투자와 품질 혁신 전략이 더해지면서 후발주자였던 삼성은 메모리 사업의 기초 체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현장은 사실상 전쟁에 가까웠다. 내부 기록과 관련 회고를 보면 임직원들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의와 개발 일정 속에서 주 80시간을 넘나드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당시 현장에서도 '전쟁'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업체 추격을 위한 총력전이 벌어졌다. 실제 이상준 박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토요일 근무는 물론 비교적 일찍 퇴근해도 주 60시간, 급할 때는 100시간까지 일한 적도 있었다"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 분위기가 그랬고, 직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일했다. 밤 10시나 11시에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이건 전투구나'라고 느낄 정도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결정적 분기점은 1991년부터 1993년 사이였다. 당시 일본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업황 둔화를 예상하고 D램 증설 속도를 조절했다. 반면 삼성은 오히려 라인 증설과 차세대 제품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시장이 흔들릴 때 더 크게 베팅하는 이른바 ‘타이밍 경영’이 본격적으로 작동한 시점이다. 상징적인 장면은 16라인 반도체 기공식이었다. 업황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대규모 라인 증설을 밀어붙이는 결정은 내부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시장이 흔들릴 때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 경영 방식은 업황이 꺾일 때 움츠러들기보다 오히려 설비를 늘리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선제적으로 베팅하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사업을 두고 “세 번은 망할 뻔했다”는 회고가 나올 만큼 고위험 사업이었지만, 동시에 그룹의 미래를 바꿀 핵심 성장 산업으로 판단한 것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것은 단순한 양적 성장만이 아니었다. 품질과 속도, 세대 전환의 선점을 앞세워 삼성 반도체는 ‘한 세대 먼저’ 움직이는 체질을 갖추기 시작했다. 후발주자였던 삼성은 이 시기를 거치며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결과는 시장 판도를 뒤집었다. 예상과 달리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D램 수요가 폭발했고, 일본 업체들이 공급에 주춤하는 사이 삼성은 대량 생산 능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불황기에 단행한 선제 투자가 호황기에 폭발적인 수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결국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과 함께 D램 시장 세계 1위에 올랐다. 199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전체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사업 진출 선언 이후 불과 10년 만이었다. 일본이 지배하던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질서를 한국 기업이 처음으로 뒤집은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 흐름은 1994년 세계 최초 256M D램 개발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당시 경쟁사보다 약 1년 앞선 기술 성과를 내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같은 해 9월 일간지 전면광고에는 태극기를 전면에 배치하며 ‘한민족 세계제패’라는 메시지를 담았고, 일본 언론 역시 이를 두고 ‘일한 역전’이라고 보도하며 한국이 반도체 기술력에서 일본을 추월했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AI 메모리 경쟁 구도 역시 이러한 경영 유산의 연장선에 있다. 이건희 회장 시대 형성된 경영 DNA는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7조2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낸 기반이기도 하다.

2026-04-09 16:37:00 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