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에 바뀌는 전기강판 경쟁구도…공정·소재에서 '에너지원' 부각
전기강판 수요 확대 속에 유럽 탄소 규제와 전력 조달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외 철강사간 경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생산 공정·소재 기술 중심 경쟁은 전력 조달 전략과 에너지 비용 통제력까지 경쟁 변수로 편입되며 구조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재생에너지 산업 전문 매체 IWR 온라인은 지난 9일 티센크루프 스틸이 총 230GWh 규모의 전력구매계약(PPA) 4건을 체결해 독일 내 풍력·태양광 재생에너지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물량은 약 7만 가구의 연간 사용량 수준으로, 연 7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예상된다. 티센크루프 스틸은 글로벌 주요 전기강 제조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전기강 시장 주요 기업으로 한국 포스코,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 중국 바오스틸, 일본 니폰스틸, 독일 티센크루프 등을 제시했다. 업계는 이들이 공정 혁신과 전력·연료 조달 구조 전환을 병행하며 탈탄소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본다. 전기강판은 탄소 규제에 민감한 핵심 인프라 소재로,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프리미엄 가치가 기대되는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HyREX(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전략을 추진하면서 자체 생산 역량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병행하고 있다. 올해 준공되는 전기로(EAF) 역시 탄소 저감과 공정 전환을 겨냥한 투자로 평가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00MW급 신안 해상풍력 개발 사업에 참여해 생산 전력을 그룹 계열사 수요와 연계하는 PPA 활용을 추진 중이며, 포항·광양제철소 태양광 설비 확대와 해외 수소 공급망 구축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전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 철강사들도 공정 전환과 에너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은 프랑스 덩케르크에 연 200만톤 전기로(EAF)를 오는 2029년 가동 목표로 건설하며 13억유로를 투입, 기존 고로 대비 탄소배출을 약 3배 줄일 전망이다. 중국 바오우사는 수소제철(HyCROF·HyRESP)·재생에너지·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을 결합한 전 공정 녹색 전환을 추진 중이고, 자회사 바오스틸은 잔장 제철소에 연 100만톤 직접환원철(DRI) 설비를 통합해 '거의 제로 탄소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저탄소 방향성·비방향성 전기강판은 기존 대비 탄소를 30% 이상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니폰스틸은 지난 2013년 대비 오는 2030년 CO₂ 30% 감축,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아래 자가발전 효율 개선, 비화석 연료 전환, 탈탄소 전력 구매 확대, 수소 공급망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전기강판 시장은 지난해 310억달러에서 오는 2033년 469억70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으로 내다봤다(CAGR 5.5%). 전력망 현대화, 산업 자동화, 고효율 가전 확대 등이 수요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는 전기강판 시장이 지속가능성 중심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과 송전망 제약은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이 같은 제약 속에서 포스코는 인공지능(AI) 기반 전기강판 제조 공정 개발을 추진하며 생산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로 중심 생산 구조에서는 탈탄소 전환이 쉽지 않고, 전기로 확대와 수소 활용에도 전력요금과 수소 공급 비용 변수가 크다"며 "수소 공급망은 기업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국가 인프라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